물론 기억하고 있다! 그날 저녁에도 내기 경주를 하러 가고 있었다. 스테파니는 다른 사람들이 차에 타지 못하도록 일찍 출발하자고 그를졸랐다. 외르크의 아버지인 루츠 리히터는 전기기술자로 70, 80년대에는 군 비행장에서 일했었다! 토비아스는 어렸을 때 다른 애들과 함께 외르크의 아버지를 따라가 황량한 비행장에서 놀았던 걸 아직도기억하고 있다. 커서는 몰래 들어가 자동차 내기 경주와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로라의 유해가 발견됐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 P205
"나 백설공주를 지켜주지 못했어." 그의 쉰 목소리는 긴장한 탓에불안정했다. "하지만 너는 내가 지킬 거야." 그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주변을 살피다가 뭔가 위협적인 존재라도 있는 것처럼 자꾸 숲길 쪽을 올려다보았다. 아멜리는 오싹한전율을 느꼈다. 순간 머릿속의 퍼즐 조각들이 단번에 하나로 맞아떨어졌다. "네가 봤구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본거지?" 아멜리가 낮은목소리로 말했다. - P206
나디야가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자, 토비아스는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에 대고 속삭였다.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어차피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 P210
그가 코지마와 그녀의 동행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여종업원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지만, 지금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채 2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코지마가 다른 남자와 앉아 있다. 그녀가 느낌표 세 개만큼이나 만나고 싶어했던 바로 그 남자다. 보덴슈타인은 숨 쉬는 데 집중하려 애썼다. 당장 그 남자에게 달려가 다짜고짜 낮짝을 후려칠 수만 있다면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격한 자기 절제와 정중한 예절을 교육받은 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 가만히서 있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내면의 관찰자는 날카로운 눈으로 두 남녀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파악하느라 바빴다.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깊은 눈빛을 주고받는등 드러내놓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 P289
아멜리에게 절망이 엄습했다. 마구 울어버리고 싶었지만 티스를깨우고 싶지 않았다. 티스의 머리 무게 때문에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종잇장 같은 혀로 마른 입술을 핥았다. 저 소리!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콸콸콸 물 흐르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여기서 나가면 다시는 물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전에는반이나 남은 콜라를 김이 빠졌다며 쏟아 버리곤 했다. 지금 여기에김빠진 콜라 한 모금만 있다면! - P402
그는 과연 자신이 지금 얼마나 얇은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지 알까?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그의 등 뒤에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레고어 라우터바흐가 저 살고 보자고 발설한 거액의 뇌물 수수를 비롯해 셀 수없이 많은 죄목이 그를 얽어매고 있었다. 테를린덴은 아직이 사실을 모르지만, 그가 수년간 고수해온 침묵과 은폐의 정치가 어떤 심각한 결과를 낳았는지 차츰 깨달아가고 있을 것이다. - P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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