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요, 당신은 젊은 여성이에요. 그런데지금 당신은 남자가 쓴 책에 대해 글을 쓰려 하는군요. 다정하고 상냥하게 굴어요. 아첨하고 적당히 비위를 맞추는 거예요. 우리 여성의 모든 술수와 책략을 쓰도록 해요. 당신에게 당신만의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해요. 무엇보다도, 정숙하세요.> 그러면서 그녀는 내 펜을인도할 태세였습니다.

나는 몸을 돌려 그녀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그녀를 죽였습니다. 만일 내가 법정에 서게 된다면, 나는 그것이 정당방위였다고 변명할 것입니다. 만일 내가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녀가 나를 죽였을 테니까요. 그녀는 내 글쓰기에서 심장을 움켜 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펜을 종이에 대자마자 깨달았기때문입니다. 소설책 한 권을 평하려 해도, 자기만의 생각을 가져야 하며, 인간관계와 도덕과 성에대해 자신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바를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집 안의 천사>에따르면, 여성은 이 모든 문제를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다룰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성공하려면 매력적이라야 하고 환심을 사야 한다. 요컨대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나는 내 종이 위에 그녀의 날개 그림자나 후광의 광채가 느껴질 때마다 잉크병을 집어 그녀에게 던졌습니다. 그녀는 좀처럼 죽지 않았습니다. 그녀가허구적인 존재라는 것이 그녀를 도왔지요. 유령을죽이기란 실재하는 존재를 죽이기보다 훨씬 어려우니까요. 그녀는 내가 쫓아 버렸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기어 나왔습니다. 결국은 그녀를 죽여 버렸다고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지만, 그것은 아주질긴 싸움이었고, 차라리 그리스어 문법을 배우든지 모험을 찾아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데 썼더라면 좋았을 만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경험, 그 시절의 모든 여성 작가에게 닥칠 수밖에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집 안의 천사>를 죽이는 것은 여성 작가가 해내야 할 일의 일부였습니다.

소설가의 주된 욕망은 - 제가 행여 직업적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랍니다만 - 가능한 한 무의식적이 되는 것이랍니다. 그는 자신 안에 항시 나른한 상태를 유도해야 합니다. 그는 삶이 더없이 고요하고 규칙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동안 날마다 같은 얼굴들을 보고 같은 책들을 읽으며 같은 일들을 함으로써,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환상이 그 무엇으로도깨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상상력이라는, 그 지극히 수줍고 가뭇없는 정신 작용을 둘러싼 모색과탐사, 그리고 그 날쌔고 돌연한 발견 같은 것들이그 무엇으로도 방해받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이런 상태는 남녀 불문하고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밖에도, 우리가 싸우고 있는 목표, 이 막강한 장애물들과 싸움을 벌이는 목적에대해서도 논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목표를 당연시해서는 안 됩니다.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역사상 처음으로수많은 직종, 나로서는 다 알 수도 없는 직종에서일하는 여성들로 둘러싸인 여기 이 자리에서 내가보듯, 그 전체적인 형세는 대단히 흥미롭고 중요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남성들이 전유하던 집에서 자기만의 방을 획득했습니다. 여러분은엄청난 노력과 수고 끝에 그 집세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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