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그 사건을 궁금해하는 이유를 알려줄까? 그 사건의 깊은 곳에서, 그 수수께끼의  깊은  곳에서, 자네 자신을 보고 있지? 자신 속의 정체를 알 수 없는부분이 기묘하게도  그 사건에 반응을 하지? 그 사건의진상에 가까이 다가가면 자신 속의 그 정체 모를 부분도 해명된다는 듯이. 언젠가 자신을 망가지게 할 터인자네 자신의 핵심을."

"만일 당신이 내 입장이었다면…......
자기 집에 들이겠습니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게다가 행방불명인 사람을?"
남자가 피식 웃었다. 왜 그런지 만족스러운 듯이.
"그건 그렇죠, 나라면 이런 사람은 집에 들이지 않을 겁니다."

다케시의 구두도 발견되지 않았는데……. 알겠어? 그래서 종이학 사건은 미궁에 빠진거야."

"이를테면 A를 해결하면 B라는 문제가 터져. B를해결하면 C라는 문제가 터지고, C를 해결하면 D라는문제가 튀어나와. 하지만 D를 해결하면 다른 해결들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돼…………. 미궁에 빠진 사건이란 그런 거야."

생각해 보면그 동네가 그 시기에 좀 시끄러웠어. 사람을 미치게하는 불안정한 정체停滯가 동네를 뒤덮고 있었다고 할까. 그래서 그런 사건이 터졌겠지."

"그리고 그 딸아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아름다움은 대부분 나이와 함께 사라지는 법이지만………. 그 아이, 아까 말한 낯선 남자에게 주스병을받고 아주 좋아했다던데."
"좋아했다고요?"
"주스를 나눠주던 남자는 이미 학교에도 소문이 났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은 그냥 거절하기가 무서워서 받아갔을 뿐이야. 하지만 그 딸아이는……… 마치 남에게서 뭔가를 받아본 게 처음인 것처럼 좋아하면서냉큼 받아갔다는 거야."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R은 사라졌어. 그런 존재를 중학생 때까지 끌고 들어갔다면 아마 큰일이 났을거야. 하지만 내 경우, 다행히 사라졌어. 그다음부터는 모두 흉내야. 주위의 흉내. 우리는, 꿈을 가져라,
라는 말을 계속 들으면서 커온 세대잖아? 뭔가가 되어라, 라는 식으로, 존재의 희박함을 특별한 뭔가가 되는 것으로 해소하려고 했지. 실은 음악을 했었어. 뮤지션이 되려고 했어."

"하지만 커트 코베인이나 노엘 갤러거 같은 곡은 만들어낼 수 없어. 기타를 쳤었는데, 스티브 바이처럼은도저히 칠 수 없어. 그러니 포기할 수밖에. 그러고는거품경제가 이러쿵저러쿵하면서 이 나라가 돌연 불경기에 빠진 다음부터는 안정된 생활을 목표로 달려야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어. 사회에 여유가 없어졌으니까

그 뒤에 나온 구호는, 뻔한 귀결이지만, 일상을 사랑하라는 거야. 특별한 존재가 되지 않더라도 이 소소한 일상을 사랑하라는 거. 주위를 흉내 내면서. 어떤이데올로기 속에는 들어가서 이 세계에 존재할 자격을 구비하고 싶었던 나는 혼란에 빠지게 됐어. 일상을사랑하라고? 그건 너무 어렵잖아."

"하지만 결국 깨달았어. 나에게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거. 내 안의 불안이라든가 우울을 뭔가로 메우려고 했던 것뿐이야. 변호사가 되려고 한 것도, 현실적인 노선이었고 그걸로 우쭐해질 수 있다고생각했기 때문이야. 나는 변호사다, 라는 식으로, 하지만 전혀 흥미가 없어져 버렸어. 위로 치고 올라가서,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지? 부자가 되는 거? 우월감? 하지만 그 우월감에서 표면적인 행복을 느낀다고해도, 그건 말하자면 자신의 행복에 타인의 지위를 전제로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뭐, 결국 내가 문제인 거야."

전혀 낯설게 보였어…………. 어린 마음에도 내가 버려졌고 이 넓은 세계 속에 마구잡이로 내동댕이쳐졌다고깨달았던 것 같아. 미끄럼틀의 커브가, 정글짐의 파란색이 넓게 펼쳐진 땅이, 나무들의 푸르름이, 모조리무관심하게, 오히려 적의를 품고 덤벼드는 것 같았어.
그 무렵의 나는 그런 어린아이를 위한 복지시설이 있다는 것 따위, 알지 못했어. 주위에 친척도 없었고, 나는 완전히 혼자서 이 잔혹하고 넓디넓은 세계 속에서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주위의 풍경 모두가 나에게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묻는것 같았어. 내 약한 생명력 자체를, 내 의식을, 통과하며 냉혹하게 시험하는 것 같았어. 나는 점점 제대로서 있을 수도 없게 됐어. 견딜 수가 없었어, 그 광대한풍경의 무서움을 기계적이고 부조리한, 그 지나치게높은 풍경의 무서움을…………. 의식을 잃어서 다행이었다, 라고 지금은 생각하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 풍경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을 거야."

가족의 균형이 뒤틀리기 시작하면 그중에서 가장 약한 자에게그 무게가 고스란히 덮쳐든다. 아들 다이치는 당시 열네 살로, 뒤틀림의 영향을 받기 쉬운 시기이기도 했다.

나는, 나를 능가한다. 세계의 정체속으로 간다. 내면의 상처 따위,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이 세계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이다. 누가 죽건 누가 살건, 별다를 것 따위 아무것도 없는것이다. 나는 그녀의 죽음이 된다. 부글부글 거센 뭔가가 끓어오른다. 나를 뛰어넘는 것이 솟구쳐 오른다. 뭔가와 일체가 되어간CERCOFUE다. 나의 출구.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쉰다. 몸에 힘을 넣는다. 그렇다, 그렇다, 나는…….

"방해했군…………. 미안해."
그녀가 다시 눈을 감았다. 고통스러운 듯이. 나는 휴대전화를집어 들었다.

미궁 속에 다이치의 약병을 바꿔치기한 순간의 기억을 꽁꽁 처넣어 버렸다면? 혹은 자신이 약병을 바꿔치기했을 때 그녀에게는그런 자각이 없었다고 한다면? 즉, 세계에 적응하기 전의 다이치가 품은 욕망의 강력한 발로를, 그보다 좀 더 세계에 적응하기 전의 여동생 사나에가, 오빠의 욕망을 뛰어넘을 정도의 자연스러움과 천진함으로, 그 욕망과 함께 오빠를 처리해 버린 결정체가 그
"사건이었던 게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그 사건은 다양한 사람을끌어들였던 게 아닐까. 내면에 ‘어두운 부분‘을 떠안고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그런 자신을 처리해 줬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것이 그 사건의 총체적인 진상이 아닐까. 아니면, 이건 나만의 지나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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