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학교의 교과서나 시중에서 팔리는 이러저러한 서양사 관련 서적을 펼쳐보면 책제목은 분명 ‘서양....….‘인데 내용은 99%가 유럽에관한 것뿐이다. 통상 서양이라고 하면 지구 서반구의 유럽과 동반구의 남북아메리카를 포함하는 지리적 개념인데 서반구의 서양유럽보다 몇배나 큰 동반구의 서양은 무시당하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것은 ‘서양…………‘이란 이름을 단 책을펼치면 금방 눈에 띄는, 하도 어이없는 일이라서 본론에 앞서 마수걸이로 내뱉는 한마디 개탄이다. - P25
이러한 개탄스러운 현실은 전혀 무관한 아랍-이슬람사를 서양사속 몇군데에 양념 치듯 대충 끼워 맞춰 서술한 사실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내로라하는 서양사 명저들을 펼쳐보아도 엉뚱하게 ‘오리엔트‘란 이름으로 고대 아랍사(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역사를 유럽사의 서장(序章)쯤으로 둔갑시키고, 이슬람세계의 성립으로 암흑 속에서 헤매던 중세 유럽세계의 성립을 환치하다가 근세에 들어서는 아랍-이슬람세계를 아예 다루지도 않으니, 이것은 누가 봐도 얼토당토않은역사 서술체계라 아니할 수 없다. - P25
고흐 스스로가 이 그림을 그린 목적에 관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램프 불빛아래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의 손,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사실을분명히 전하려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다. 손으로 일군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 P36
감자의 유입은 유럽 사회를 크게 변모시켰다. 감자의 보급으로 식량이 충당되면서 인구가 크게 늘어 산업혁명에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인구의 증가는 유럽 국가들로 하여금 해외로 세력을확장하도록 충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산업혁명의 기선을 잡고 세계정복 활동을 펼칠 물질적 담보를 마련할 수 있게 해주었다. 더불어 감자의 보급과 풍성한 수확은 유럽인들로 하여금 곡물과식량에 대한 압박감과 의존성에서 벗어나 안정된 음식문화를 누릴수 있게 했으며 유럽인들의 건강한 체질 유지의 밑거름이 되었다. - P36
필자가 앞에서 감자의 유럽 전파의 자초지종을 비교적 상세하게설명한 것은 한마디로 감자의 전파야말로 유럽문명이 지닌 모자이크식 융합성의 축도이기 때문이다. 이 축도를 통해 우리는 이질적 잉카문명이 갈무리한 물질적 요소의 하나인 ‘안데스의 보물‘ 감자가 당초우연히 ‘관상용화초‘의 이름으로 스페인 원정군에 의해 유럽에 알려진 후 장장 두세기 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유럽문명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당당한 물질적 요소(식량)로 위상을 굳히게 된 과정, 환언하면 이질 문명인 감자의 수용을 통한 유럽문명의 융합성이라는 모자이크화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 - P36
원래 인간은 백인이건 흑인이건 서양인이건 동양인이건 간에 생물학적으로 같은 종(種)에 속하여, 같은 지수의 뇌수량(量)을 가지고 생겨난 이래 불변의 육체적 속성뿐 아니라 정신적 속성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처한 자연환경이나 인문환경이 달라짐에 따라서로 다른 문명을 창출하고 향유해왔다. - P38
공자의 인(仁)과 예수의 사랑, 석가의 자비와 무함마드의 형제애가모두 인간의 정신적 속성에 속하는 같은 맥락의 교조적 가르침이기는하나, 서양과 동양이라는 다른 역사적 환경 속에서 그 설명과치장은그토록 다를 수가 없다. 절대적·배타적 · 원심적·능동적·외향적 논리적 · 분석적 · 개인적인 것이 서양문명이라면, 동양문명은 상대적·포괄적 · 구심적 · 수동적 · 내향적 직관적 · 종합적 관계적인 것이어서 정말로 음(陰)과 양(陽)처럼 대조적이다. 요컨대, 동은 동대로 서는 서대로의 사고와 행동 양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 P38
13세기에 마르코 폴로(MarcoPolo)는 동방에 와 직접 본 여러가지 문명적 업적들을 『동방견문록』(IZMilone)에 소개했다. 서양인들은 당대는 물론 이후 수세기 동안 그 내용을 믿지 않았다. 폴로가 임종을 앞두었을 때 친구들이 그의 영혼의평화를 위해 이 견문록에 수록된 ‘거짓말‘들을 회개하라고 간곡히 권유했다. 그러자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회개는커녕 그가 본 동양의 놀라운 일들을 절반도기술하지 못했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눈을 감았다고 한다. - P41
한편, 근세의 시대정신을 파악했다고 자부한 철학자 헤겔(G. W. F. Hegel)조차도 "중국이란 나라가 존재한다는 것 외에는중국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으니, 근세 이전 동서 간에 존재한 격색성이 얼마나 심했는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 P41
인간의 심적 활동을 동양의 개념으로는 정관(靜觀, 영어·프랑스어contemplation, 독일어 Beschauung)이라고 하는데, 이는 실천적 태도를 버리고 내외의 대상을 조용히 심적 혹은 영적으로 관찰하는 활동을 말한다. - P43
정관에는 지관(止觀)과 관조(觀照), 사유(思惟)의 세가지 유형이 있다. - P43
지관(산스크리트어 amatha-vipa yana, 불교 용어로 定慧·寂照明)이란 온갖 망념(念)을 버리고 맑은 지혜로 사물을 관찰하는 것으로, 종교적 명상과 활동이 이에 해당한다. - P44
관조(영어 enjoyment, 프랑스어 jouissance, 독일어 Genuss, Betrachtung)란 대상에 대한 직감에 의해 구체적으로 관찰하는 것으로, 예술적(미적) 감상이 이에 속한다. - P44
사유 (영어 thinking, 프랑스어 pensée, 독일어 Denken)란 경험을 통해 얻은 감각과 표상을 마음속에서 구분, 결합하여 판단을 내리는 이성의 작용으로서, 학문이 그 전형적인 표현이다. - P44
일반적으로 동양문명은 지관과 관조를 근간으로 이루어진 문명이고, 이에 비해 서양문명은 사유를 근간으로 이루어진 문명이다. 자고로 지관이 인도인들의 세계관이라면 중국인들의 세계관은 관조다. 그래서 인도문명은 종교성이 강하고 중국문명은 예술성이 뛰어난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반면에 서양은 주로 사유를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해왔기 때문에 다분히 학문적 경향을 띠고 있다. - P44
이와 같이 동양문명이 지관적이고 관조적인 것에 비해 서양문명이사유적일 수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은 바로 상이한 자연환경에 있다. 동양의 자연은 천부적으로 인간에게 혜택을 주고 생업에 용이한 생활조건을 제공함으로써 동양인은 자연과 갈등하거나 대립하기보다자연에 순종하고 자연을 찬미하게 된다. 따라서 정적인 지관과 관조를 자연관과 철학관, 인생관으로 채택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어렵고변화무쌍한 자연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과 투쟁하고 대립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서양인에게는 이러한 온정적 가치관보다 의지적 사유가 필요했다. - P44
여행이란 설렘의 연속이다. 번번이 새로운 만남이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여행에 이골이 난 사람도 그 설렘이란 매번 더하면 더했지덜한 법이 없다. 어쩌면 이것이 여행의 묘미이고 매력이기에 주책없이 오늘도 팔질(八, 여든살)이 넘은 노구를 던져 유럽일주라는 장도에 감히 나서게 된다. 특히 이번 길은 평생 숙원이던 종횡세계일주의대미를 장식하는 장도이기에 그 의미가 각별하다. 게다가 이역만리낯선 곳에서 말로만 듣던 외손녀를 만나 여행 안내를 받는 행운이 찾아왔으니 그 설렘은 더할 수밖에 없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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