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것도 나 아니 될라오."
그러면 너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경주의 인경도 되지 말고
전주의 인경도 되지 말고
송도의 인경도 되지 말고
서울 종로의 인경 되고 - P61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너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방아 구덩이가 되고
나는 죽어 방아 공이가 되어
경신년 경신일 경신시에 강태공이 만든 방아
그저 떨구덩 떨구덩 찧거들랑
나인 줄 알려무나.
사랑 사랑 내 간간 사랑이야.

춘향이 하는 말이,
"싫소. 그것도 내 아니 될라오."
"어찌하여 그런 말을 하냐?" - P62

"싫소. 그것도 아니 될라오. 위로 생긴 것이 성질나게만 생기었소. 무슨 원수가 졌기에 일생 한 구멍이 더하니 아무것도 나는싫소."

그러면 너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명사십리 해당화가 되고
나는 죽어 나비 되어
나는 네 꽃송이 물고
너는 내 수염 물고
춘풍이 건듯 불거든
너울너울 춤을 추고 놀아보자.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 P63

"애고 나는 부끄러워 못 벗겠소.‘
"에라 요 계집아이야 안 될 말이로다. 내 먼저 벗으마."
버선, 대님, 허리띠, 바지, 저고리 훨씬 벗어 한편 구석에 밀쳐놓고 우뚝 서니, 춘향이 그 거동을 보고 빵긋 웃고 돌아서며 하는 말이,
"영락없는 낮도깨비 같소."
"오냐 네 말 좋다. 천지만물이 짝 없는 게 없느니라. 두 도깨비 놀아보자."
"그러면 불이나 끄고 노사이다."
"불이 없으면 무슨 재미 있겠느냐. 어서 벗어라 어서 벗어라."
"애고 나는 싫어요." - P66

춘향의 가는 허리를 후리쳐 담쏙 안고 기지개 아드득 떨며,
귓밥도 쪽쪽 빨고 입술도 쪽쪽 빨면서 주홍 같은 혀를 물고, 오색단청 이불 안에서 쌍쌍이 날아드는 비둘기같이 꾹꿍 끙끙 으흥거려 뒤로 돌려 담쏙 안고 젖을 쥐고 발발 떨며 저고리, 치마,
바지 속옷까지 훨씬 벗겨 놓았다. 춘향이 부끄러워 한편으로 잡치고 앉았을 제, 도련님 답답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얼굴이 달아올라 구슬땀이 송송실 앉았구나.
"이애 춘향아 이리 와 업히거라."
춘향이 부끄러워하니,
"부끄럽기는 무엇이 부끄러워. 이왕에 다 아는 바니 어서 와업히거라."
춘향을 업고 추켜올리며, - P67

"네가 그러면 무엇이냐. 날 홀려 먹는 불여우냐? 네 어머니 너를 낳아 곱도 곱게 길러내어 나만 홀려 먹으라고 생겼느냐? 사랑사랑 사랑이야 내 간간 내 사랑이야. 네가 무엇을 먹으려느냐.
생 밤, 삶은 밤을 먹으려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꼭지를 잘 드는칼로 뚝 떼고 강릉에서 나는 좋은 꿀을 두루 부어 은수저로 붉은점 한 점을 먹으려느냐?" - P69

"에라 요것 안 될 말이로다. 어화 둥둥 내사랑이지. 이애 그만 내리려무나. 온갖 일에는 다 품앗이가 있느니라. 내가 너를없었으니 너도 나를 업어야지."
"애고 도련님은 기운이 세어서 나를 업었거니와 나는 기운이없어 못 없겠소."
"업는 수가 있느니라. 나를 돋워 업으려 하지 말고 발이 땅에닿을 듯 말 듯하게 뒤로 젖힌 듯하게 업어다오."
도련님을 업고 툭 추켜 놓으니 몸이 뒤틀렸구나. - P69

온갖 장난을 다 하고 보니 이런 장관이 또 있으랴. 이팔과 이팔 둘이 만나 미친 마음 세월 가는 줄 모르던가 보더라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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