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는 누가 무슨 말을 허면 장 꺼꾸루 듣는 게 병이데, 급속헌 경제성장으로 생활수준이 이만치 향상됐으면 살 만해진 게지이 이상 월마를 더 바란다나? 농사꾼이 장판방에 연탄보일라 놓구 살 중 전 같으면 생각이나 해봤겄남?"
"그러면 농사짓기 챔피하다는 말두 말으야지."
"소득이 향상돼서 짐치, 짠지루 밥 먹던 사람덜이 고기, 우유,
과일루 식생활 개선을 해서 그렇다는 말두 못 들었구먼."
안은 라디오나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얼굴 허연 것들이 저먹고살려고 외운 말인지도 모르고 덤벙거렸다.

"축산 쪽에 책정된 연간예산이 다 해서 구백몇십억인디, 그중에서 육백이십억 원을 쇠고기, 돼지고기 수입허느라구 쓴 것두 생활수준이 높징께 외제 고기만 찾아서 그렇구먼? 내가 육십만원에 산 소를 반년 멕여 오십팔만 원에 줘버린 것두 국산은 맛이읎어 수입 고기만 처먹어서 그렇구? 작년에 수십억어치 수입 마눌을 먹은 사람은 다 워디 갔어? 그새 죽었을 리는 읎구. 그 사람들두 마눌, 꼬추같은 가벼운 푸성가리를 끊구, 고기, 우유, 과일만 찾게 돼서 마눌 한 접이 쓰레빠 한 짝허구 놀구, 풋고추 한 관이 치약 한 통허구 비기는가봐…………."

"자던 구신이 듣구 일어나 보더래두 생활수준이 나아진 건 틀림읎어. 이런 디서두 양말 꼬매 신는 사람 못 보겄구, 십 리 이십리 걸어댕기는 사람 안 보이데. 집이나 내나 즐기밥솥이 읎어, 즉기후라이판이 없어. 믹사에 마호병에, 읎는 게 뭐여? 한갓 냉장고하나 안 갖다 놓은 거 아녀? 이북 갔다 온 소리 말어. 요새는 이런촌구석에 시집오는 색씨 혼수에두 세탁기가 따러오는 판이여."

"다 읎어 비단이여. 시간 읎구 인건비 웁구…………… 도섭 아버지두일읎어보셔. 쇼핑백에 정구채 꽂어메구 근강 찾어나슬 테니. 자배기 구정물에 설겆이허는 년 따루 있구, 펭긴표 씽크대루 개수통허는 년 따루 있간디."
"걸어댕길 때는 십 리 이십 리두 금방이구, 타구 댕길 때는 십분이십분두한참인겨."

강은 자기가 너름새있게 바르집어댄 말휘갑에 안이  직수굿이 듣기만 한 줄로 여겼고, 따라서 계제가 된 것 같아 가져온 말로 뒤를 이었다.

"집은 위에서 허는 일이면 덮어놓구 비각으로 알구 척지러드는디, 그러면 쓰다 못쓰는겨. 집이 말대루 편히 살구 싶걸랑 그 버릇버텀 고쳐야 되여."
하며 벋버듬하게 벋나간 쪽을 흑보기눈으로 어루더듬으려 했다.
"주제모르구 분수없는 소리 시퉁 떨지 말어. 위라는 것은 앉어서 주는 것만 타먹는 사람들이 주는 사람을 두구 이르는 말이여."

"무슨 말인고 허니, 여러 생명을 가꿔먹는 우리네는 곡식, 채소, 짐승 같은 바닥 것이 위라는 말이여. 소가 위면 돼지두 위구,
오이가 위면 호박두 위구, 쌀이 위면 보리도 위구, 그런 게 위면땅두위구, 땅이 위면 하늘은 그 위구………."

"보릿고개가 있을 적에는 비누두 읎이 세수허던 것들이, 한 고등 넴기구 나닝께 논두렁에서 곁두리를 처먹구 앉어서두 낮짝에찍어바른 걸 고치구 자빠졌으니 화장품 값이 안 뛰어? 방앗간이노는 것두 요새 젊은 여편네들이 보리를 안 쳐다봐서 그런다구."

"푸줏간마다 비계 쟁이는 것만 봐두 알쪼 아녀. 작것들이 서양년들마냥 살결 오래간다구 허천난 걸구처럼 허발대신 걸터듬어처먹을 적은 원제구, 인저는 청바지 입으면 폼 안 난다구 돼지고기 밀어놓구 개고기를 즘잖은 것으로 치니, 세상에 똥개가 살림부주헐 중 누가 알었어."
배운 것이 허름하여 생각도 의젓하지 못한 아내는, 돼지보다개가 세나는 것까지도 아녀자들의 간사한 식성 탓이라고 우겼다.
강은 물정없이 소가지만 남은 아내가 딱해 속이 터져도 그대로 다루기가 스스러워 다른 말로 달랬다.

"칠팔월 장마에 오뉴월 소내기 들추지 말어. 보리 묵는 건 아무것두 아녀. 일 년에 두 번 농사가 한 번으로 줄어드니 얘기지. 반짝 허다 말던 농한기가 이듬해 더울 때까장 가구, 줄창 부려먹어두 좁던 땅을 반년이나 놀리게 됐으니, 아무리 농사꾼 일 년이고생 반년 걱정 반년이라기루 이게 말이 되는 소리여?"

"물 보면 목 마르구 술 보면 입 마르는 승질이, 두 가지를 하냥보니 몸이 마르네그려."
정승화가 멍석에서 자리를 잡으며 조태갑을 건너다보았다. 입이 한둘이 아니므로 혼자 돈을 쓰기에는 누구라도 쉽지 않을 터였다.
"먹구 보는 농사꾼 팔구 보는 장사꾼인디 오이상헙시다."

"색대잡이가 싸가지없어서 내장탕 안 끓이는 사람이 읎던디,
이장이 여기 이러구 있으면 워쩌자는겨. 믿다 말 것이 동창 많은여편네허구 칠월 구름인디, 이러다가 비라두 한줄금해서 보리 불면, 겉보리니 엿지름을 지르겄나, 밀 같어 누룩을 디디겄나……….‘
유가 메지구름으로 으등그러진 하늘 자락을 보며 증정뜨는 소리를 하자 변이 들던 잔을 놓고 일어섰다. 남들이 점심 전에 입고시키려고 다리가 떨어지게 설쳐대니, 눈치가 보여서도 홀게 늦은사돈처럼 술만 축내고 앉았기가 거북하던 모양이었다.

강이 말했다.
"그렁께 그 뜻을 말루 옮긴다면, 읎는 늠은 자동적으로 관제 불효자가 되거라… 그렇게 되는 개뷰?"
"누가 듣겄슈. 모르구 오해허면 알어두 오해받는 세상이래유."
"나는 오해받어두 이해해 주는 사람유.
"관광회사가 덕을 보는 게 아니라 우리 봉사단이랑 농민들이회사덕을 보는 심인디, 워뜌, 하나 가져가실류?"
그녀가 비닐봉지 속의 울긋불긋한 파이렉스 접시를 건네는 대로, 강은 포갬포갬 받아들며 접시 한가운데의 천연색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법주사 팔상전, 백마강 낙화암, 광한루오작교, 불국사 백운교,설악산 신흥사………… 안 가본 곳은 달력이나 성냥갑 같은 데서 물리도록 보아온 그림이었다. 그림 테두리는 ‘우리 가정 충효정신 우리 부모 효도관광! 새마을운동으로 자연보호, 새마음운동으로 노인보호! 앞장서자유신과업, 뒤따르자 효도관광!‘ 따위의 영업 구호가 반을 두르고, 천동 새마음여성봉사단 기증이라는 글자로 아랫도리를 가려놓았는데 접시 전두리에 수술 노끈을 꿴 것으로 보아 벽걸이로 만들어진 꼴이었다.

"저 자식이 나로 하여금 총정리를 허게 허구 있어. 야, 그런 면허겄다. 당장면장자리 내놔라. 오늘 날짜장은 내 막내아들루 내놔."
강이 막말을 해대자 면장이 곁에 있던 직원더러 물었다.
"저런 아들 앞세울 인간보게, 저거 워디서 뭐 허는 거여?"
"하늘 하나 믿구 사는 사람이다. 왜?"
강이 대답했다.
"믿는 하늘이 보리 적셔놨는디 왜 내게 포달을 부려?"
면장이 구경꾼을 갈라 한 무리 달고 가면서 호령했다. 강도 변에게 잡힌 채로 지지 않고 대거리를 했다.
"여름 천둥에 농민 맞어죽구, 가을 천둥에 양반 맞어죽는다. 두구 봐라. 올 가을에 큰늠 하나 안 죽구 배기나…………."
"이 사람아, 면장 으른더러 무슨 말버릇이 그려. 떠들 저를 있으면 가서 보릿가마나 끄어들이잖구설랑은이……….."
그 말에 강은 비로소 눈을 바로 떴다. 비는 눈앞이 십리 밖에물러가 있도록 줄기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조와 정은 그 비를 맞으며 경운기에 보릿가마를 들어올리고, 유는 경운기에 매달려 시동을 걸고 있었다.

시집오고 처음으로 서방 같아 뵈는지, 그녀 눈에는 별러서 밤일할 때나 가끔 비치던 물기까지어리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먹는장사치구 허리 들어간 늠 구. 물장수치구 물렁한 늠 읎더먼. 워디 가서 개장국을 끓이면이만 못헐깨미."
그녀는 다시 들은 풍월로 말밑을 두었다.
"공자가 이런 세상에 나왔으면 배운 것 우려 남을 뜯어먹는 늠보다 빈 대가리 테매서라두 제 손속으루 사는 늠이 군자라구 했을 게구먼."
아쉽고 서운함이 조금도 배어나오지 않던 그녀의 표정은 장으로 하여금 오히려 섭섭함이 일게할 정도였다.
"백 년에 한 번 보기 어려운 일두 있었구 해서세상이 이럴 때두 있나 부다 했더니, 그러구두 정신 못 차려 한통속 것이 층층이 투그리구 있으니당최 사위스러워서 워디…………."

"늦게 새끼라구 하나 본 것이 이다지 가슴필 중을 누가 저거했겄나. 평석이 말일세, 달소수 전버텀 농성을 허느니 데모를 허느니 진정을 허느니 허구 들랑대며 가용할 것까장 죄 털어가잖겄남.
게 공장 구만두면 주저앉혀 놓구 생일이나 가르치려 했더니, 접때버터는 집에두 안 들르구 저거허는 게 좀 누꿈해진 것 같더란 말여. 해서 인저 공장이 제대루 돌아가나 부다 허구 저거했더니, 알구 보니 그것도 아니구 저거라는 거여."
평석이가 나가서 공장에 있다는 것은 동네가 다 알고 있었다.

"그 묵은 소리 말어.잡화공단이와야 공장에, 기숙사에, 미끈헌 건물이 나라비 스고, 그와 동시에 농축산물 구매력이 신장되어야 농촌이 사는겨. 주인 보태는 나그네 읎다구, 왔다갔다 허는 학생 것들이 열무 한 단이나 사줄 중 알어? 잡화공단이 돼야 웬만한물건이면 지금의 반값에두 살 수 있구, 그뿐인감, 자연히 접객업소두늘지.핵교 많이 몰려 있는 공주를 보면 몰라? 게 무슨 발전이 있어? 접객업소나 유흥시설이 읎어봐. 우리 생전에는 천동읍내 발전하는 것 다 볼 테니."
시르죽은 줄 알았던 아까 것이 엽찻잔을 들었다 놓으며 다시우겼다.

"그럼 대학이 얼른 생겨야 쓰겄구먼, 누가 알어, 사위라두 대학물 먹은 늠이 차례 올는지………….
"불쌍허구먼. 똑똑허던 사람이 워쩌다가 저리 된구."
"불쌍은 불알 두 쪽이구.‘
장은 무슨 소리가 있었다 싶어 얼핏 고개를 들었다. 계산대에앉았던 마담이 손짓하여 보니 전화수화기가 내려져 있었다. 장이나가 수화기를 드니
"여기여."
하는 것이 득종이였다.

그새 철이 겨워 된내기가 있을 마련인지 바짓가랑이로 오른 이슬이 달빛에 살아난 사금파리보다도 찼다.
풀떨기가 얼데쳐져 길이 난 논두렁 위로 싸게 내닫던 것들은얼핏 보아도 햇곡에 살이 올라 둥실해진 메추리들이었다. 아직도안 간 뜸부기가 있어 둠벙에 팔매 떨어지는 소리로 저수지 갈숲에서 물안개를 걷으며 울었다.

볏모개가 숙은 뒤로 한 파수나 잊었다가 들른 셈인데도 새떼는듣기보다 덜해, 동살이 오르고도 한것은 넘었으련만 본 지 오래이게 한갓진 들이었다. 뜸 뜸 뜸부기는 늦들잇들에 아무도 없는싹을 봤는지 제법 통크게 울었다.
조태갑(趙太甲)은 끔, 밭은기침을 하며 보고 있던  두렁에서  하릴없이 나왔다. 마른 봄에 골채 두 배미를  갈바래질하던 날부터 있던 놈이니 잡아서 약이나  했으면 하다가 단념한 거였다.

"얘기 대충 끝났으면 일어나지 뭘 그래. 우리 여편네 눈이 빠지겠구먼. 이왕 해줄 거 저녁에 해줘야지. 새벽에 해보니께 아침이늦어 못쓰겄어."

김이 말했다.
"내가 헐라는 말은 저기여. 벨것이 아니라, 하늘을 쳐다보구 땅만 믿구 사는 우리찌리는 여전히 경우가 있구, 이웃두 있구, 우정두 있구 이런 것 저런 것 다 분별이 있는디, 직업이 사람을 상대루허는 직업은 우리가 마소나 들풀이나 돌멩이 같은 다른 저기들과다름없이 뵈는 모양여. 우리가 있음으로 해서 각기 직업두 생긴겐디, 그 직업을 한번 붙잡었다 하면 우선 인심부터 내버리구 저기허더란 말여, 직업을 권세루알기루말헐것 같으면 하늘을 입구 흙을 먹는 우리네 위로 올러스 것이 없을 텐디두…… 그러나우리를 업신여긴 것치구 오래 안 가데나는 배움이 없어서 지난역사를 저기할 수는 없지만 아마 사람 위에 올러스려구 버둥댄 것치구 저기헌 적이 읎을겨. 그랬으니께 오늘날에 우리가 있는 게구, 우리는 또 자식들이 사는 걸 저기하면서 저기허는 게구・・・・・.."
김은 하던 말을 남기고 일어설 채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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