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은이 전 세계로 퍼져가는 구체적 형태는 ‘레알 데 아 오초(Real de a ocho)‘라는 지름38 밀리미터(1.5인치)의 은화였다. 8레알 가치가있는 은화라는 의미인데, 영어로는 ‘piece ofeight‘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에서 앵무새가 계속 이 말을 떠든다) 혹은 ‘에스파냐 달러(Spanish dollar)‘라고도 한다. 이 은화가 전 세계로 확산하여 최초의세계화폐로 기능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은화 표면에 따로 표시를 해서 지역 화폐로 통용하기도 했다.

이 두 경향은 언뜻 모순되어 보이나 내적으로연결되는 내용이다. 유럽인이 도착한 초기에는기존 경제와 문화가 완전히 파괴되고, 오직 모국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전형적인 식민지 경제가만들어졌다. 그러나 2~3세기 동안 지속적으로발전하면서 인디오 문화와 에스파냐 문화가 합쳐진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사회·경제적으로도점차 독립성을 확보해나갔다. 그 결과 유럽과의교역도 단순히 원료 조달과 완제품 수입만 하는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경제 간에 교역이 이루어지는 구조로 점차 변해갔다.

대서양 노예무역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중 하나다. 1,0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대서양을 건너는 ‘중간항해 (middlepassage)‘를 겪으며 낯선 땅으로 끌려가 고통스러운 강제 노동을 강요당했다.

노예무역에서 가장 먼저 제기되는 질문은 끌려간 노예의 수가 과연 어느 정도였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는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연구자들 사이에 수십년에 걸쳐 치열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교과서적인 설명으로는 1451~1870년 아프리카해안에서 배를 타고 ‘출발‘한 사람 기준으로1,100만 명, 아메리카대륙과 일부 대서양 지역에
‘도착‘한 흑인의 수가 950만 명 수준이라는 것이다. 두 수치의 차이를 보면 중간에 선상에서 죽는사람의 비율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프리카 내륙에서 해안에 도달하는 과정에서도많은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전체 희생자 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아메리카대륙의 정복은 단지 인간들만의 관계뿐 아니라 생태계 차원에서도 엄청난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구대륙의 동물과 식물, 게다가 병균까지 유입되어 기존 생태계가 격변을 겪었다. 원래 자연 상태에서도 이와 같은 ‘생물학적 교환(biological exchange)‘이 일어나지만, 인간의 활동은 이를 더욱 촉진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사람들이 대규모로 그리고 빠른 속도로 이동할 때 생물들이 함께 이동하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 일어난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 변화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론화한 사례 중 하나가 앨프레드 크로스비의 ‘생태제국주의‘ 개념이다. (크로스비 200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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