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기산,
끊임없는 창조의 화수분
- P218

여행의 매력 중 하나는 매일 맞이하는 낯선 곳에서의 아침이다. 이질적이고 낯선 환경과의 만남은 무덤덤했던 감정의 호수에 파동을 일으킨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내면의 감정을 흔드는 것들에대해 숙고하고 성찰하면서 인간은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이 편한 집을 마다하고 전에 없던 특별한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다. 그리고 그 낯선 길에서 세상을 바꿀 위대한 생각을 품기도 한다. 루체른 호수와 추크 호수에 둘러싸인 리기산은 오랫동안 많은이들에게 영감의 원천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 P218

매일 접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자극적이고 저속한 뉴스의 홍수 속에서우리의 감각은 점점 더 무뎌져 간다. 익숙함의 외피가 너무 두꺼워 새로운 자극이 침투할 작은 틈새도 없다. 자극이 없으니 생각할 필요가 없는삶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이숙한 것과 이별하고 매일매일낯선 아침을 맞고 싶다면 리기산을 찾아라. 그곳에 올라 알프스의 웅장함에 흠뻑 젖고 나면 가슴 떨리게 찬란한 태양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P221

빈사의 사자상,
유럽의 진짜 사나이 스위스 용병 - P222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시 경호를 맡았던 네팔출신의 그루카 용병이 화제가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용맹한 군인으로알려진 그루카 용병은 19세기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네팔을 침공했을 때구부러진 칼 한 자루로 영국군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히말라야 산악민족이다. 동인도회사는 그들의 용맹과 강인함에 깊은 인상을 받아 용병 계약을 맺었다. 이후 구르카 용병은 영국이 참전한 모든 전쟁에 모습을 보이면서 유럽에 알려지게 되었다. 히말라야 고산 지대의 척박한 환경이그루카족을 더욱더 강한 전사로 변모시켰다. - P222

히말라야가 구르카 용병을 키웠다면 유럽의 알프스는 스위스 용병을탄생시켰다. 중세 이래 유럽 왕들이 가장 선호하는 용병은 알프스산맥의거친 환경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스위스인이었다. 스위스인의 강인함은건국 이후 500년 동안 단 한 번도 함락된 적 없이 영세중립국으로 남아있는 것으로도 증명가능하다. - P223

기본원칙을 충실하게 지켰기에 오늘날의 스위스는 존재할 수 있었다.
- P226

여섯 번째 길
인터라켄 개척의 길 - P229

"최고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자기 자신의 육체와 넋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행위는결코 공연한 헛수고가 아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예가 영원히 남아 있게 되고,
빼앗길 리도 없는 우리들의 생생한 추억은생애의 반려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투쟁이 고통스럽고 위험한 것일수록그 대가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것이다"
- 『알프스의 3대 북벽』, 안데를 헤크마이어 - P231

융프라우요흐,
최고(最高)를 향한 처절한 도전 - P233

브리엔츠Brienz 호수와 튠Thun 호수 사이에 있는 인터라켄은 알프스 품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베이스 캠프가 되는 작은 도시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산악열차는 3,435m에 위치한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인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 까지 여행객을 실어 나른다. 융프라우요흐까지는 총 3번의 산악열차를 갈아타게 되며 두 번째 역인 클라이네샤이덱Kleine Scheidegg, 2,061m에 도착하면 융프라우가 바로 눈앞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 P233

처녀의 어깨‘라는 뜻을 가진 융프라우는 쉽사리 자신의 어깨에 누군가 올라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P234

한국 관광객의 전망대 투어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맛보는 컵라면 의식으로 마무리된다. 누구나 하나같이 이곳에서 맛본 컵라면이 인생 최고의 맛이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융프라우요흐에 깃들어 있는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인간의 의지와 힘들게 올라간 관광객들의 노고가 조화되어 라면의 맛은 더욱 깊고 풍성해진다. - P236

아이거 북벽,
최초를 향한 숭고한 도전 - P237

융프라우요흐를 오르기 바로 전역인 클라이네 샤이덱에서는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가 형제처럼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을 아주가까이서 볼 수 있다. 이 중 아이거는 그 웅장하고 위협적인 모습을 뽐내며 유독 관광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20세기 들어 이곳에서 인류 역사상위대한 두 개의 도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3,000m가넘는 지점까지 융프라우 철도를 놓기 위해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고군분투 중이었고, 다른 쪽은 아이거 북쪽 사면의 깎아지는 직벽을 올라 정상에 서기 위한 등반가들의 사투였다. 두 도전 모두 많은 희생자를 냈지만결국은 성공했다.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아이거 북벽은 현재도 많은 등반가가 찾아와 목숨을 걸고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기 위한 도전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 P237

일곱 번째 길
제네바, 관용의 길 - P243

"한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도덕심과저 많은 불행한 부상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하는인간의 희망이 용기를 북돋아 줬습니다"
- 『솔페리노의 회상』, 앙리 뒤낭 - P245

제네바 호수,
영감의 원천 - P247

알프스 품에서 나와 서쪽으로 이동하면 이제 프랑스 국경근처에 다다른다. 이곳에 서유럽에서 가장 큰 초승달 모양의 제네바 호수가 있다. 제네바 호수는 프랑스와 스위스의 자연적인 국경선 역할을한다. 면적만 자그마치 583km²로 이는 서울의 면적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다. 이 아름다운 제네바 호수는 론Ruu_강이 되어 서남쪽 프랑스 쪽을흘러 지중해로 빠져나간다. - P247

인간은 결국 자연을 이루는 한 부분이다.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하나 될 때만이 자연이 온갖 생명을 만들어내듯 인간도 새롭게 창조할 수있다. - P249

종교개혁,
저항의 횃불을 들다. - P250

제네바 호수를 둘러싼 도시 중 단연 가장 크고 유명한 도시는 제네바이다. 이 지역의 역사는 고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스위스인의 조상으로 알려진 ‘헬베티이 Helvetii 족‘이 로마의 속주를자주 침략해왔다. 이에 기원전 121년 로마군은 오늘날의 제네바 자리에
‘게나바 Geava‘라는 방어 진지를 만들면서 제네바의 역사는 시작된다. - P250

16세기 종교개혁을 말할 때 독일에 루터 Martin Luther, 1483~1546가 있었다면, 스위스에는 그와 동시대에 태어나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츠빙글리Ulrich Zwingli, 1484~1531가 있었다. 오직 성경을 진리라고 믿었던 츠빙글리는 면죄부 판매와 아전인수격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교황청에 반기를 들고 전반적인 가톨릭 내부 개혁을 호소했다. - P251

꽃 시계,
자유와 혁신의 또 다른 이름
- P255

제네바 명물 몽블랑 다리를 건너면 ‘영국 정원‘에 도착한다. 꽃으로 가득한 이 공원에 여행객들이 꼭 사진을 찍는 장소가 있다.
수천 개의 꽃으로 장식된 세상에서 가장 큰 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시계는 계절마다 피는 꽃 약 4천 송이로 장식되어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 P255

적십자,
전쟁에서 피어난 인도주의의 붉은 꽃 - P259

제네바는 흡사 인종의 모자이크 같은 곳이다. 거리에서 만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은 이곳이 국제도시임을 실감케 한다. 이곳에는 유엔기구 37개, 기타 비정부 기구 250개 등 다양한 국제기구가 자리잡고 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주재원들만 한자리에 모여도 국제도시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 P259

인류를 향한 그의 사랑은 국제적십자위원회로 구체화 되어 현재까지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고, 전 세계에 항구적인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다. 중립적이고 자유로우며 앙리의 인도주의적 정신이 흘러넘치는 제네바에 국제기구들이 서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 P263

여덟 번째 길
베르사유, 문화의 길 - P265

"창조력이란언제나 그것을 성취시키는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법,
상속되는 것은 왕관 그 자체일 뿐,
왕관이 지녔던 권력이나 권위는 상속되지 않는다"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슈테판 츠바이크 - P267

문화의 벽지에서
유럽의 중심지로
- P269

프랑스 문화 전성기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파리에서 17km 떨어진 베르사유 궁전이다.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고생을 감내해야 한다. 사시사철 끊임없이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인해보통 1시간 이상의 긴 줄을 서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이나 겨울에 방문한다면 그 불편함은 더욱 가중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줄 서있는 관광객을 보면 문화의 힘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지를 깨닫는다. - P269

시대의 거장 레오나르도를 적극적으로 후원하여 프랑스에 머물게 함으로써 르네상스 문화를 도입했다. 또한, 당대 유럽에서 가장 문화적으로앞섰던 메디치가의 카트린느 데 메디시스Cautherine de Medicis, 1519~1589를며느리로 맞아들이면서 문화 대국으로 성장하는 초석을 놓았다. - P271

사람은 하나의 세계다. 그녀가 프랑스 왕실에 들어섰을 때 르네상스세계가 함께 도착했다. 이때부터 유럽에서 가장 앞서갔던 메디치가의 선진화된 문화가 프랑스 궁정에 이식된다. - P271

군사적으로 강국은 전 세계에 많다. 하지만 문화의 힘까지 갖추고 있는 나라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2020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감독상을받은 봉준호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전 세계 사람들을 베르사유로 끌어들이는 가장 중요한 요.
인은 이렇듯 그들이 오랜 시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갈고 다듬어 온 지독히도 개인적인 것에서 뿜어져 나오는 창조라는 아우라였다. - P272

명품.
베르사유의 꽃 - P273

파리는 명품의 도시다. 장거리 마차 여행을 위한 튼튼한여행용 트렁크와 최고급 마구 용품 판매로 시작된 19세기의 고전 명품인 루이뷔통, 에르메스를 시작으로 20세기 여권 신장과 함께 여성들을답답한 중세의 복장에서 벗어나게 해준 샤넬과 같은 매장 앞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늘 관광객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그밖에 쇼메, 불가리, 장 폴 고티에, 카르티에 등 여전히 많은 명품은 전 세계의 사람들을 유혹한다.  - P273

샹젤리제 거리. ‘낙원의 뜰‘이란 의미를 가진 이 거리는 콩코드 광장에서 에투알 개선문까지2km 직선 도로로 연결된다. - P274

도시에는 늘 자유의 공기가 흘러넘쳤다. 자유로운 분위기는전에 없던 위험한 생각을 품게 했다. 시민들은 타고난 출신과 관계없이귀족의 취미와 문화를 따라 하면서 귀족처럼 높은 품격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로써 프랑스 대혁명 후 장인의 명품을 선호하는 계층에 부르주아지가 추가되어 파리에서 명품 붐이 일기  시작했다. - P276

오늘날 많은 명품 매장과 고급 음식점이 샹젤리제의 푸른 가로수길을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장인이 한땀 한땀 작품에 수십 년을 투자하던 시대는 기계에 그 역할을 넘겨주었지만, 그들의 열정은 매력적인 서사로각색되어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여전히 자신을 남과 차별화하기를 열망하고 독특한 구매 경험을 원하는 21 세기 부르주아지들은 베르사유의 꽃을 갖기 위해 오늘도 매장 앞에 줄을 선다. - P276

거울의 방,
역사는 다시 반복된다.
- P277

20세기가 막 시작될 무렵 대한제국의 심장부였던 중명전에서는 향후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조약이 체결된다. 을사늑약이라는역사에 기록된 이 일본과의 불평등 조약으로 대한제국은 자주권을 잃게되고 일본은 한반도를 디딤돌 삼아 대륙으로 진출한다. - P277

프랑스는 프로이센에 사실상 정치 · 경제적으로 종속되는 굴욕을 겪었다. 반면, 프로이센은 거울의 방에서 독일 제국을 선포하며 유럽의 최강자로부상했다. - P278

인간으로서는 절대로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씨줄과 날줄이 아이러니한 역사를 직조하기를 반복했다. 만약 대한제국이거울의 방에서 벌어졌던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고 교훈을 얻었다면 외세의 개입 없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자리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었을까. - P278

^ 거울의 방.
베르사유 궁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공간으로, 주요 국가 행사나 외국 사신을 접견할 때 사용되었다. - P279

프로이센과 각을 세우고 있었는데 아마추어적인 외교 전략으로 자중지란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노련한 프로이센의 재상 비스마르크의 계략에빠져 프로이센과 전장에 또다시 지쳐있던 프랑스군을 투입하는 실수를범한다. 결국, 스당Sedan 전투에서 패한 프랑스는 유럽의 왕좌에서 쓸쓸히 내려와야만 했을 뿐만 아니라 굴욕에 찬 시선으로 새롭게 부상하는독일 제국의 탄생을 지켜봐야만 했다.
- P278

인간을 지배하는 가장 무서운 방법은 육체를 넘어 정신의 파괴라는 것을 독일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 P279

인간을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내일도 오늘처럼 별 볼일  없을 것이라는 거세된 희망이다. - P280

중명전의 을사늑약이 이뤄진 방에서도 역시 커다란 거울을찾아볼 수 있는 것은 결코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 P281

아홉 번째 길
파리, 혁명의 길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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