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나무의
꽃인지는 몰라도
향기가 나네 - P128

이 산사의
슬픔을 알려 주시오
마 캐는 노인 - P129

매화나무에
겨우살이하는 나무
꽃이 피었네 - P130

무엇보다도
이름을 먼저 묻는
갈대의 새잎 - P131

꽃을 집 삼아
시작부터 끝까지
스무 날가량 - P132

이 나날들을
꽃에 감사드리는
마지막 작별 - P133

요시노에서
벚꽃을 보여 주마
편백나무 삿갓 - P135

얼마나 많은 일
생각나게 하는
벚꽃이런가 - P135

봄날 밤
기도하는 이 그윽한
법당 한구석 - P136

처음 핀 벚꽃
때마침 오늘은
좋은 날 - P137

목청 좋으면
노래라도 부를걸
꽃이 지는데 - P138

꽃그늘 아래
노래 가사 같아라
여행지의 잠 - P139

벚꽃 놀이
놀라워라 날마다
오륙십리 - P140

봄비 내리네
나무 타고 흐르는
맑은 약수 물 - P141

얼었다 녹아
붓으로 전부 길어 올리는
맑은 물 - P142

더 보고 싶어라
꽃에 사라져 가는
신의 얼굴을 - P143

부처님 오신
바로 이날 태어난
새끼 사슴 - P144

사슴뿔 먼저
한 마디 자라 둘로
나뉘는 이별 - P145

종소리 멎고
꽃향기는 울리네
저녁 무렵 - P146

제비붓꽃을
이야기하는 것도
여행의 하나 - P147

두견새 울음
사라져 간 쪽
섬 하나 - P148

문어 항아리
덧없는 꿈을 꾸는
여름밤의 달 - P149

부는 바람 속
물고기 날아가는
액막이 행사 - P150

두 손으로 뜨면
벌써 이가 시린
샘물 - P151

눈 속에 남은
요시노를 세타의
반딧불이가 - P152

풀잎에서
떨어지자마자 날아가는
반딧불이 - P153

연약한 아이에
비유할 꽃도 없는
여름 들판 - P154

그 어떤 것을
골라도 닮지 않은
초사흘 달 - P155

저 먹구름은
번개를 기다리는
소식 - P156

죽은 사람의
소매 좁은 옷도 지금
볕에 널리고 - P157

온갖 풀꽃들
제각기 꽃 피우는
공덕이어라 - P158

한들한들
더 이슬 같아라
마타리꽃은 - P159

여행에 지쳐
오늘이 며칠인가
가을바람 - P161

떠나보내는
뒷모습 쓸쓸하다
가을바람 - P161

몸에 스미는
무의 매운맛
가을바람 - P162

가을 깊어져
나비도 핥고 있네
국화의 이슬 - P163

나무다리 위
목숨을 휘감는
담쟁이덩굴 - P164

달빛 비치네
네 개의 문 네 개의 종파
단지 하나 - P165

무엇을 먹나
작은 집은 가을의
버드나무 밑 - P166

빌려서 잘까
허수아비의 소매
한밤의 서리 - P167

도롱이벌레
소리 들으러 오라
풀로 엮은 집 - P168

말을 하면
입술이 시리다
가을바람 - P169

한겨울 칩거
다시 기대려 하네
이 기둥 - P170

둘이서 본 눈
올해에도 그렇게
내렸을까 - P171

재 속의 불도
사그라드네 눈물
끓는 소리 - P172

의심하지 말라
파도의 꽃도
해변의 봄 - P173

무엇을 하러
연말에 장에 가나
이 까마귀 - P174

즐거워라
금년 봄도 객지에서
보게 될 하늘 - P176

가는 봄이여
새는 울고 물고기
눈에는 눈물 - P177

종 치지 않는
마을 무엇을 하나
봄날 저녁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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