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여러분에게 차를 한 잔 대접했을 때 다시 잘 저어달라고 말한다면 무례해 보일 것이다. 그러니 귀에 꽂아둔 여러분의 믿음직한 연필을 빼서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슬쩍 저어라. 대접한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저은 차를마실 수 있다.
차가 아니라도 걱정할 것 없다. 커피를 저을 때도 연필은 똑같이 제 역할을 할 테니까. 조금 남은 카푸치노에서 맛있는 거품만 건져낼 때도 쓸 만하다. - P66

그중 하나가 바로 등 한복판의 가려움이다. 무한한 능력을 가진 여러분의 두 팔이 닿을수 없는 그곳 말이다. 도와줄 사람이 없을 때는 연필을 사용해 이 불편함을 해소하고, 갈망하던 기쁨을얻을 수 있다. 연필 끝을 사용하면 두터운 스웨터 속도 긁을수 있다. 단, 깨끗한 흰색 셔츠에 연필 자국이 남을 수 있다. - P60

023 속옷 옮기기

자녀나 배우자, 룸메이트를 아무리 교육해도 침실 바닥, 소파아래, 계단 위 등등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속옷과 마주치는일은 피하기 어렵다. 섬세한 여러분과 달리 보통 사람들은 그런게 아무 데나 떨어져 있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 P69

009 부드럽게 소통하기

종이 위에 선을 그을 때 연필은 가장 좋은 도구다. 또 한편 ‘선을긋다‘라는 말에는 한계를 짓다: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분명히 하다‘라는 비유적 의미도 담겨 있다. 다른 이와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선 긋기의 필요성을 이해할 것이다. - P32

그림을 그릴 때는 멀리 있는 대상일수록 더 많은공기를 뚫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색의 대비를 흐릿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을 ‘대기 원근법‘이라고 한다. 가까운 곳의 사물은 부드러운 연필로 진하게 그리고 먼 곳의 사물은 좀더 희미하게 그려야 한다.
- P88

035 강한 인상 남기기

이건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이다. 런던 시내 여러 출판사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일러스트레이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던 청년이있었다. 어떤 편집자가 현명하게도 이 젊은이에게 일거리를 주었다. 몇 주 후 일이 끝난 뒤 그녀는 청년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그리고 곧 로맨스가 싹텄다. 이 편집자는 빈털터리 일러스트레이터의 무잇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놀라울 정도로 잘생긴 외모와 빛나는 카리스마 외에 이 청년이 편집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또 하나의 특징은 그의 앞주머니에서 삐져나와 있던 연필이었다. 고백하자면 그 젊은이는 필자고, 편집자는 필자의 아내다. 물론 그녀 또한 사랑스러운 여자다. - P100

041 뻑뻑한 자물쇠를 부드럽게

근사한 선을 그을 수 있는 능력 외에도 흑연에는 유용한 성질이있다. 바로 윤활제 역할이다. 뻑뻑해서 잘 여닫히지 않는 문이있다면 부드러운 연필(4B 정도)로 래치 볼트(문고리 안에서 밖으로튀어나온 금속 장치)의 둥근 모서리 위를 세차게 문질러보라. 래치볼트가 놀랍도록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가고 문도 쉽게 여닫힐 것이다. - P115

자물쇠 안쪽이 뻑뻑하다면 열쇠 양면에 연필을 문지른 다음자물쇠에 넣고 이리저리 돌린 후 빼보자. 이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곧 자물쇠가 기적처럼 돌아갈 것이다. 문의 경첩, 커튼 봉, 서랍 러너등 서로 마찰하며 움직이는 여러 장치에 활용할 수 있다. - P115

048 베스트셀러 집필하기

노벨상 수상자인 존 스타인벡은 미국 문학사의 고전이 된 많은작품들을 연필로 썼다. 로알드 달은 연필을 깎느라 창조적인 생각의 흐름이 중단되지 않도록 매일 잘 깎은 연필을 잔뜩 준비해두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트루먼 커포티,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많은 작가들이 연필로 작품을 썼다.
여러분도 이 문학계의 거장들과 똑같이 연필을 다룰 수 있는데 제2의 J. K. 롤링이 되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한번 시도해보자. - P131

연필로 귀를 팔 때는 일단 주변의동료나 어린아이가 갑자기 뛰어들 위험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항상 연필의 뒤쪽을 사용하는것이다. 뾰족한 심을 귀에 넣으면 안 된다. 뾰족한 심은 안 된다.
고 했다! 이제 부드럽게 귀 속을 긁으면서 눈이 절로 감기는 희열을 느껴보자. 너무 깊이 파면 안 된다. 귀지와 함께 뇌의 일부가 딸려 나오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 P1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