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역할.
1. 문명의 가교
2. 세계사 전개의 중추
3. 세계 주요 문명의 산파

문명은 자생이건 모방이건 간에 일단 탄생하면 주변으로 이동 · 전파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 이동과 전파 과정이 곧 문명의 교류이며, 그 교류가 진행된 길이 바로 실크로드다. 따라서 문명의 역사만큼이나 실크로드의 역사도 길다. 그런데 인류가 실크로드의 실재(實在)를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한 세기 반도 채 안 된다. 오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확장 · 정비되어온 실크로드가 포괄하는 공간적 범위와 그 기능에 관한 인식이 심화됨에 따라 실크로드의 개념은 단계별로 확대되어왔다. - P7
130여 년 전에 독일의 지리학자 리흐트호펜은 옛날 로마시대에 중국으로부터 중앙아시아를 거쳐 서북 인도로 수출된 주요 교역품이 중국산 비단(한금漢錦)이란 사실을 감안해, 이 교역로를 독일어로 ‘자이덴슈트라센‘ (Seidenstrassen), 즉 ‘실크로드 (SilkRoad)라고 명명하였다. 이것이 실크로드 개념 확대의 첫 단계, 즉 ‘중국~ 인도로 단계다. 이 실크로드‘란 새로운 개념은 문명교류를 이해하는 열쇠로 다가왔다. 지난 20세기 초 영국의 스타인(A. Stein)이나 스웨덴의 헤다(S.A. Hedin) 같은 탐험가들은 멀리 지중해 동안에 있는 시리아의 팔미라(Palmyra)에서도 중국 비단 유물이 발견된 사실을 밝혀냈다. 이독일의 동양학자 헤르만(A. Herrann)은 1910년에 중국 이드로의 실크로드를 팔미라까지 연장하면서, 주로 그 길은 중앙아시아의 리아시아에 점재(點 在)한 오아시스들을 연결한 길이므로 ‘오아시스로(Oasis Road)라고 이름 지었다. 이것은 실크로드 개념 확대의 들재 단계, 즉 ‘중국 ~ 시리아로 단계다. - P7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실크로드에 관한 연구가 심화되면서인류역사상 문명을 오가게 한 길에는 오로지 이 한 갈래의 길만이 아니라, 북쪽에는 초원로(스텝로), 남쪽에는 해로의 세 갈래 길, 즉 동서를 잇는 3대 간선(線)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남북을 잇는 다섯갈래 길, 즉 5대 지선(支線)도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이 바로 실크로드 개념 확대의 셋째 단계, 즉 ‘3대 간선 5대 지선로‘에의 단계다. 바로 이것이 실크로드에 관한 지금까지의 통념이다. - P7
한반도로 이어진 거룩한 길, 실크로드
실크로드의 개념이나 그 문명교류사적 의미에서 한반도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이 길의 한반도 연장 문제다. 지금까지의 통설에 의하면 구대륙내에서 전개된 실크로드의 동단(東端)은 일관해서 중국이다. 즉 조원로의 동단은 화북(華北)이고, 오아시스로는 장안(長安, 현 시안西安), 해로는 중국 동남해안이다. 이대로라면 한반도는 실크로드에서 제외되어 세계와 무관한 외딴 섬‘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역사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여러가지 서역이나 북방계의 유물들, 그리고 내외의 관련 문헌 기록들은 일찍부터 한반도가 외부세계와 문물을 교류하고 인적 왕래가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 교류와 왕래는 틀림없이 한반도로 이어진 길, 실크로드를 통해 이루어졌던것이다. 여러가지 유물과 기록에 의해 실크로드 3대 간선인 초원로와 오아시스로, 해로의 동단은 각각 중국에서 멎은 것이 아니라 한반도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며, 그 길들은 이미 복원되었다. - P11
경주를 기점으로 한 실크로드의 새로운 그림이렇게 실크로드는 비단 인류문명을 오가게 한 길일 뿐만 아니라, 한국을 세계와 이어주고 세계 속의 한국‘이란 당당한 위상을 자리매김해준 거룩한 길이다. 이제 우리는 자칫 진부한 통념에 묻혀버릴 뻔했던이 인류의 위대한 공동문화유산을 도록(圖錄)‘이란 생생한 시각적 매체를 통해 바르게 이해하고 새롭게 조명하려고 한다. 그 기점은 오아시스로를 비롯한 실크로드의 전개사(展開史)에서 금빛 찬란했던 도성‘ 금성(金城)이고, 경사스러운 고을이었던 경주(慶州)다. 이 신라 천년 고도(古都)는 실크로드의 동단에서 이 길의 어제를 고스란히 증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 숨쉬게 하며, 내일을 밝혀주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우리는 이 도록에서 경주를 출발점이나 종착점으로 한 실크로드 오아시스로와 초원로의 그림을 진솔하게 그려내려고 한다. 우리의 이러한 뜻은 실크로드를 통해 문명의 공생공영과 창달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과 잇닿아 있다고 믿는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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