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으로서는 어쩔 수 없을 거야. 자기 할아버지와 집안을 생각하면그 심정이 어떻겠어. 일본놈들이 백배사죄하며 돈을 싸짊어지고 와도시원찮을 판인데, 오히려 이쪽에서 사죄 같은 건 상관없이 어서 돈이나좀 달라고 매달리는 형국 아니냔 말야. 그러니 자기 할아버지가 짓밟히고 모독당하는 것 같고, 괜히 헛된 일 한 것 같고, 또 엉망이 된 집안 꼴을 보면 얼마나 기막히겠어. 우리가 허진의 심정을 다 알 수는 없는데,
어쩌면 죽고 싶은 심정으로 데모를 하는지도 몰라..
유일표는 밖으로 나서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허진을 볼 때마다 이 세상의 정의고 진실은 무엇인가, 그런 것이 과연 있기는 있는 것인가, 많이 회의하게 돼.」「정의와 진실은 현실 속에서 끝없이 패배한다. 다만 긴 역사 속에서승리할 뿐이다.」「어쭈, 철학과 헛 다니는 건 아니네. 그거 누구 말이야?」「몰라. 그저 줏어들은 소리야.」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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