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돌아가신-내 나이 열살 83년.-아버지 대신 어머니는 우리 4형제를 위해 뼈가 삭도록 일을 하셨다.

태산 같은 걱정을 앞세우고 강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어머님이었다. 어머님께서 강길을따라 뛰어오고 있었다. 어머님도 울고 계셨다. 어머님은 마른 풀잎처럼 서서 울고 있는 내 손에 무엇인가를 쥐여주었다. 참으로 까칠한 손이었다. 가시덤불 같은 손으로 내 손에 2천원을 쥐여주시며 어머님은 눈물 바람으로 "용택아, 어디 가든지 밥 잘 먹고 건강혀야헌다. 꼭 편지허고, 알았쟈" 하셨다. 나는 돌아서서 뛰었다. 혁, 바람이 내 가슴을 막았다.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얼마를 뛰다가 길모퉁이에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어머님께서 그때까지 마른풀들이 쓰러지는 강바람 속에 마른 풀잎처럼 바람을 타며 서 있었다.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마른 풀잎 같은 손길이었다. 어머님 뒤 마을에 살구꽃이 찬바람 속에 하얗게 피고 있었다. - P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