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7 - 연산군일기, 절대권력을 향한 위험한 질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7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연산군.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 조선의 왕들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는 사람이라도 
으레 연산군이란 이름을 듣게 되면 폭군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것이다. 
왕이라는 위치에 올라 아랫사람들의 목을 마음대로  거두었던 왕. 
사치와 향락에 눈이 멀어서 자신이 조선의 임금임을 잊고 지내던 왕. 
끝내는 신하들의 손에 의해 왕의 자리에서 끌려나오고 죽음을 맞았던 왕.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중 7권은 연산군에 대한 책이다. 
시작은 연산군보다 먼저 왕위에 앉았던 태조 이성계였다. 그리고 그의 뒤의 이었던 아들들. 
그 중 10대 임금 연산군의 아버지는 성종이었다. 조선의 역대 임금 중에서 유교적 소양이 뛰어났고, 언제나 신하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던 성종. 그는 빽빽한 군주수업으로 인해 도학군주로 성장했고, 역사도 그를 도학군주로 기억한다. 
그러나 빡빡하리만큼 힘들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지 자신의 아들에게는 다소연약하다 할 수 있는 교육을 한다. 세자였던 연산군은 그런 아버지의 의견에 잘 따랐으며 별 문제없이 세자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왕위에 오른다. 
하지만 폐비 윤씨의 아들이라는 점을 놓고 보면 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을 안고 있는 왕이었다. 더욱이 폐비 윤씨 사건과 관련된 신하들이 고위직에 올라 있고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던 시대였기에  폭탄의 위력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만화 속에서 표현된 연산군은 역시 폭력적인 부분이 많았다. 
임금이라는 지위에서 어찌 그렇게까지 거친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만큼. 
그리고 그 시절엔 왜그리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거나 권력욕만을 가진 신하들만이 넘쳐났던 것인지. 안타깝기까지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산군을 표현 할 때면 언제나 그가 지닌 아픔보다는 그가 보였던 폭군의 모습만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왜?에 해당하는 답은 쏙 빠져버리고 늘 결과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부분에선 조금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선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나마 다루었기에 그런 아쉬움이 조금 덜했다.

 이 책은 기나긴 역사를 글로 표현하기보다 만화로 표현 한 책이었다. 
때문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는 역사를 다루는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이 덜하고 내용 이해에 있어 어려움이 덜하다. 또한 책을 읽는 속도 또한 빠르다. 
그렇기에 혹 역사 공부를 하다 지루함을 느껴 지쳐있는 청소년들이 읽기에 좋은 수업 도구(?)란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청소년이 아닌 경우에도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님아 강을 건너지 말랬어도 
기어이 건너려다 빠져 죽으니 
어찌하랴 님을 어찌하랴 
 - 여옥의 노래 

 제목에서, 흔히 연상되는 어느 옛날 이야기 같은 것에서, 출판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하게도 사랑이야기를 짐작했었다. 
눈 앞에서 죽음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님을 보면서도, 그를 향해 안타까운 노래를 부르면서도 결국엔 말리지 못하고 눈 앞에서 님을 잃어야만 했던 어느 여인의 삶과 같은 이야기가.

 사람, 또 사람, 사람에 대한 이야기.

공무도하 속에는 어느 한 사람을 주인공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각자가 가지고 있는, 그래서 늘어놓고 있는 이야기 또한 그 중요도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강하다. 그리고  아프다.

 문정수.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그 삶에 충실히 살아가지만 그 또한 인간이기에 기사에 앞서 기사 속 인간을 먼저 보려한다. 그러다 보니 그의 기사는 늘 허탕이다. 
그의 상사는 늘 그와의 통화 끝에 "니미.. "라는 말을 한다. 문정수를 향하는 것인지, 그가 놓쳐버린 기사거리를 향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이런 세상" 자체에 하는 것인지 모를..
노목희.  출판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문정수와는 연인 사이라고 할 수도 있는 사람. 
여자와 남자사이, 이성간의 몸과 마음을 주고 받는 연인이라기 보다는 문정수에게 쉼터가 되어주는 자리에 있어주는 사람이다. 
장철수.  부조리한 세상에 저항하다 금새 꺾여버린 사람. 살던 곳을 등떠밀려 떠난 후 아쌀하게 낯선 곳으로 이주하여 또 다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보다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더 챙겨주려 하는 사람이다. 
박옥출.  불 속에서 사람을 살려내는 소방대원이었으나 어느 백화점 화재 현장에서 사람이 아닌 귀금속을 구한 후 건강상 이유로 퇴직을 하게 된 사람. 몸과 마음이 허물어져가는 와중에 역시나 낯선 곳으로 떠나 힘겨운 삶을 살아간다. 
오금자. 자식을 버리고 홀로 살아가는 못된 여자에서 그 아이가 자신이 키우던 개에게 물려 죽음으로써 불쌍한 여자로 전락해버린 여자. 말없이 세상을 등지고 조용히 살아간다. 
방천석. 열일곱, 꽃 다운 나이의 딸을 어이없는 사고로 잃고 그 아픔조차 남에 의해 표현되어야 했던 사람. 딸 아이의 비석을 남겨두고 그는 말 없이 자신이 살던 곳을 등진다. 

 고향이라는 이름의 땅, 창야 그리고 해망. 

나고 자라 마지막에 눕고 싶은 그 곳 고향. 
창야는 노목희와 장철수의 고향이면서 인연을 얕게나마 갖게 된 곳이다. 
그리고 해망.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어느 덧 이야기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뱀섬이라 불리면서 미군에게 인근 해안을 공습 훈련으로 내주었던 곳. 
그리하여 해안 마을의 소들이 대가리가 둘 달린 송아지를 낳았고 닭들의 털이 빠지고 산란율이 떨어지게 된 곳. 더불어 이혼과 자살이 늘어 그야말로 몹쓸 곳이 되어 버린 땅. 
정부의 합동 조사단이 결성되어 6개월간 온갖 조사를 하였으나 결국엔 뚜렷한 원인 규명도, 뚜렷한 보상 처분도 이뤄지지 못하고 허망한 꿈을 꾸었던 사람들이 사는 땅. 
주민들의 계속된 항의로 인근 수역의 공여 기간이 예정되었던 10년보다는 조금 일찍 끝이 났다. 그리하여 한숨을 좀 돌릴까 싶었더니 곧이어 시작된 해망 갯벌의 공유수면 매립 공사. 
사람들은 또 다시 휘둘림을 당하고, 그러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간다. 

 사람 사는 그곳에 사건이 없으랴만.. 
 
 책 속에는 쉴틈없이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시작부터가 사건이었고, 이야기의 한 가운데에 있는 사람도 사건을 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벌어지는 사건 하나 하나가 현실에도 있어 왔던 것이고, 그래서 소설 책을 보는 것 같지가 않았다. 
홍수로 인한 피해와 그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 의붓 딸을 성폭행하는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살해하는 이십대 청년, 공장 옥상에서 농성하다 추락사한 노동자, 버려진 비닐 하우스에서 외롭게 살며 가족이요, 친구처럼 여겼던 개에게 물려 죽은 아이, 크레인 무한궤도에 깔려 즉사 한 열 일곱살의 소녀까지.
소설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이 중에 전혀 낯설다 싶은 사건은 없었다. 

 그리고 그 사건을 바라보는 아주 다른 시선 두 가지. 
늘 그 속에서 살아간다라고 할 수 있는 어느 형사는 기자에게 말한다. 
"조용해, 절도, 폭행, 음주난동 뿐이야. 늘 하던 지랄이야.. 아주 조용해.. 적막강산이지.."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중 하나라도 겪게 되면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란할 정도의 일이지만 그러한 사건들이 일상이 사람들에게는 그저 조용한 일상일 뿐 이었다.
 
그리고 기자 문정수. 그는 모든 사건을 파헤쳐서 대중에게 알 권리를 내세워 그들의 치부까지 드러내야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을 대중 앞에 내어 놓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새벽녁에 찾아간 노목희에게 푸념하듯 말한다. 기삿거리가 점점 없어진다고. 그게 뭐 중요하냐고 말하는 그녀에게 그는  중요하지는 않지만 막막하고 답답하다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노목희가 말한다.   
"그래도 기사는 쓰지마. 치사해. 막막한 쪽이 치사한 쪽보다는 견딜 만할 거야. " 
문정수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자 하는 노목희의 말에 나까지 위로를 받는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보고자 맘 먹게 된 책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에 김훈님의 대표작인 "칼의 노래"를 보다가 도중에 접었던 기억이 있어서 약간은 두려움을 갖고 보게 된 책이었다.
 어려워서 글이 읽히지 않는 책이 있고, 어렵지만 글이 잘 읽히는 책이 있다. 
"칼의 노래"는 어려워서 글이 읽히지 않는 책이었다면 "공무도하"는 어렵지만 글이 잘 읽히는 책이었다. 솔직히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고비고비 잘 넘겼고, 다 읽고보니 
묵직함이 느껴지면서 흐뭇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렌드 코리아 2010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느 덧 일년 전이 되어버린 2009년과 올 해가 되어버린 2010년. 
연휴를 조용히 마무리하며 보내는 것도 좋지만, 그러기 보다는 좀 더 뜻깊게  보내기 위해 고른 책, 트렌드 코리아 2010. 지난 해를 돌아볼 수 있고, 올 해가 된 2010년의 트렌드를 미리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에 보게 되었다. 

  트렌드 코리아 2010년은 제목처럼 우리나라의 트렌드에 대해 분석을 해주는 책이다. 
단순히 어느 특정 분야를 분석하기보다는 보다 다양하게 사람들의 눈길이 쏠리는 소비 트렌드에 초점을 맞춘 분석 책. 더욱이 2010년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2009년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 2009년 회고. 
소비 경향을 통해 2009년을 돌아보고, 트렌드 코리아 2009년에서 제시 되었던 선정 키워드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2009년의 키워드는 BIG CASH COW였다. 보다 자세히 보자면
B _ Better Me : 스펙을 높여라
I _  I'm So Hot : 난 너무 멋져
G _ Gotta Be Cocooned :  다시 집으로
C _ Cross - Internetization :  생각대로 인터넷
A _ Alpha - Mom, Beta - Dad :  아빠 같은 엄마, 엄마 같은 아빠 
S _ Simply, Humbly, Happily : 소박한 행복 찾기
H _ Hobby - Holic : 취미 대한민국
C _ Casual Classics : 고급문화, 일상 속으로
O _ Off-Air Attitude : 무심한 듯 시크하게
W  _ Wanna - Be -Star, Wanna - Be - Mass : 스타와 대중, 자비 바꾸기 
였다.  대체적으로 공감이 가는 키워드였고, 그 분석 내용 또한 절로 공감이 가곤 했다. 

  또한 위와 같은 현상들이 단지 2009년에 불현듯 등장한 것이 아니라 서서히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을 통해서 어느 덧 자리를 잡은 것들이 아닌가 싶었다. 책에서도 말했다시피 어떤 트렌드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까지는 어느 순간 깜짝 등장을 해서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들이 서서히 싹을 틔었고 마침내는 열매를 맺은 것이었다. 

1부의 마지막엔 그 이름도 무서운 신조어가 많이도 적혀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퇴백을 비롯해서 토폐인, 삼초땡,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초식남이라는 말은 물론 너무나도 생소했던 장미족, 알부자족 등까지 정말 다양한 신조어가 있었다. 
문득 신조어를 먼저 만들어 놓고, 기존에 있던 트렌드를 끼워 맞춘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신조어들이 있었다. 

 2부, 2010년 소비트렌드 전망. 
트렌드 코리아 2010에서는 2010년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를 호랑이의 Tiger와 경제학의 Economis를 합성하여, "TIGEROMICS(타이거로믹스)"라고 선정하였다. 

  자세히 보자면 T에 해당하는 Times for Korean chic( 코리안 시크), I에 해당하는 Into our neighborhood(떴다, 우리 동네), G에 해당하는 Good to be geeks(딴짓의 즐거움)이 있다. 또한 E에 해당하는 End of taboos(금기의 종언), R에 해당하는  Ready-made to order-made(당신의,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O에 해당하는  Omni-U solutions(전지전능 솔루션), M에 해당하는  Manner matters(매너남녀)가 있다. 마지막으로 I에 해당하는  It's aqua(물의 르네상스), C에 해당하는  Challenge your age(나이야 가라!), S에 해당하는  Style republic(스타일에 물들다) 이 있다. 

 10가지의 트렌드 중에 처음보는 아주 낯선 이야기는 없었다. 원래 트렌드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닌 것이니 만큼, 조금은 익숙한 것이 당연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너무 새로운 것이 없다는 점은 살짝 아쉬웠다. 특히 터부시됐던 것들이 종종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하고, 이제는 아예 익숙해져버린 지금의 경우가 그랬다. 또한 물의 르네상스 부분에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마지막 3부, 트렌드 예측 방법론.  
앞에서 말해온 여러 트렌드를 결정지은 방법에 대해서 보다 쉽게 설명해주는 부분이었다. 
분석이라는 것이, 특히나 소비라는 늘 움직이는 것에 대한 분석이라는 것이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너무 주관적인 것이 아니냐고 비난하기에도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인 분석 내용을 보여주니 
처음엔 좀 의외다 싶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렇게 보여주는 편이 결과적으로 앞의 분석 내용에 보다 더 신뢰를 더하게 된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생각되었다. 

 경제학이라고 하면, 그것을 분석한 것이라고 하면 으레 다소 까다로워보이는 곡선 그래프들이 등장하고 듣도 보도 못한 어려운 단어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평상시에 잘 찾지 않는 분야였다. 그러나 이 책은 경제의 가장 핵심인 소비를 말하면서도 친근함을 내세웠고 그래서 어렵지 않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해를 준비하고자하는 시점에 읽기에 정말 좋은 책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와 제목만 봐서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을 법한 책.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다가 시작부터가 너무 강렬해서 깜짝 놀란 책.
미나토 가나에의 데뷔작이라는 "고백"이었다. 

 
 이야기는 여섯 가지.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는 다섯 명.
그 하나, 성직자. 말하는 이는 중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살해 된 아이의 어머니.
종업식이 있던 날, 교사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퇴직을 알리며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이들이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 그러나 아이들이 모두 몰랐던 이야기를.

 

 그 둘, 순교자. 말하는 이는 사건이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는 반의 반장의 맡은 여자 아이.
그녀는 교사가 남기고 간 불씨가 서서히 타오르고 있는 반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중학생. 십대 초반의 아이들이기에 모두가 어리다 여기는 아이들. 그러나 하나가 아닌 집단에 속해 있는 아이들이 무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어쩌면 스스로에 의해 벌을 가할 수도 있는 입장이 되었을 때 일어나는 이야기에 대해서 담담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이야기해 나간다.

 

 그 셋, 자애자. 말하는 이는 사건의 중심에 있는 한 아이의 어머니. 그리고 그를 보는 아이의 누나. 이야기는 아이의 어머니가 남긴 일기로써 전해진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들이기에, 아이의 지나친 허물까지 감싸주고자 했던 어머니의 안타까운 마음이 남겨진 일기를 통해 전해진다. 

 
 그 넷, 구도자. 말하는 이는 사건의 중심에 있던 아이 중 하나.
아이는 짧은 이야기 속에 여러 번의 감정 변화를 겪는다.
후회하고, 불안해 했다가 내가 왜! 라는 분노를 느끼고, 그러다 결국 자멸하고.
아이였기 때문에 그가 저지른 일이 너무나도 놀라웠고, 무서웠다.
또 아이였기 때문가 그가 저지른 일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 다섯, 신봉자. 말하는 이는 사건의 중심에 있던 아이 중 또 다른 하나.
아이는 직접적으로 살해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일에 있어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었다.
그리고 아이가 죽었을 때, 내심 기뻐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원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기에.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생각이었고, 행동이었다.
그로 인해 아이의 삶은 그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향으로 틀어져버린 것이다.

 

 그 마지막 이야기, 전도자. 첫 이야기에 등장해 자신의 아이가 단순 사고가 아니라 살해 되었음을 담담하게 말하고, 범인들을 법에 의한 심판이 아닌 자신 만의 방법으로 심판을 내렸던 여인.
그녀가 마지막으로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것 또한 자신 만의 방법으로.

 
이야기는 강렬했다. 그리고 독특했다.
그래서 살짝 한 번 볼까 싶은 마음으로 들었던 책을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권할 때 그 이유를 말한다면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한 번 잡으면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에.
그러나 절대 쉽거나 즐거운 책은 아니다. 오히려 위험한 이야기에 가깝지 않을까.

 

 복수. 내가 당한 만큼 상대방에게 되갚아주는 것.
생각하기에 따라서 이 만큼 관심이 가는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를 잃은 어미와 그 아이를 잃게 한 아이와의 이야기라면?
더욱이 범죄를 저지른 상대방은 아직 열세 살의 미성년자.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법적인 처분이 불가능한 나이.
그런 아이에게 상상하기도 싫은 방법으로 복수를 한다면, 그를 이해해야 할까?
아이를 잃은 어미의 심정이라는 이유로.
단순히 옳다 그르다로 말하기는 좀 어려운 이야기이다. 비록 소설 속이야기라도.

 

 하나의 사건을 두고, 사건에 관계된 여러 명의 화자로 전해지는 이야기.
독특한 전개에 궁금증이 더해졌고, 자극적이고 강렬한 이야기로 인해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러나 그 내용만큼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 화가의 눈으로 읽어낸 명화 속 사랑 이야기
박희숙 지음 / 갤리온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제목이 참 사람의 시선은 물론, 마음을 끌어당기는 책이다. 
책을 고를 때 무턱대고 제목만을 보고 고르진 않는데, 이 책은 일단 제목에 너무 끌렸었다.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 제목이. 

 제목에서 어느 정도 짐작은 가지만 책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만 특이하다 할 수 있는 점은 단순히 사랑에 대해서 이렇고 저렇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멋진 그림들이 함께 한다는 점이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멋진 그림들이 책 속 가득하다는 점도 이 책을 고르는데 커다란  이유가 되었다.

 책은 그림한장, 그림에 대한 설명 조금, 그와 관련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조금.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그림 그리는 수준이 거의 초등학생 인지라 그림을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리는 것은 정말 싫어한다. 그렇기에 아는 것도 많지 않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그림, 특히나 
아름답고 멋진 그림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책을 보면서 흐뭇함을 느꼈다.

 책 속의 그림들 중에는 익숙한 작가의 이름도, 익숙한 모습의 그림도 거의 없다. 
대부분이  낯선 것들이다. 찾고 찾아 익숙한 이름 딱 하나, 바로 파블로 피가소. 
그외에는 거진 처음보는 작가 이름과 그림들이었다. 
그림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내가 읽기엔 좀 어려운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읽기 전에는 
들었지만 읽다보니까 전혀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소설책보다 페이지가 빨리 빨리 넘어갔다. 

 작가분께서 그림이나 작가의 내력에 대해서 복잡한 설명은 생략하고, 단지 그 그림에 대해서만 짤막짤막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렇기에 그림과 글을 보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게다가 그림을 자세히 보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보는 걸 좋아해서 구석에 숨겨놓듯이 그려진 것들은 못보고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작가분께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보지 못하고 지나칠 뻔한 것들도 챙겨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 속의 그림들 중에 많은 수가 고대의 신화에서 소재를 찾고 있었다. 
그렇기에 낯선 그림들이었지만 낯선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고, 왠지 익숙하기까지 했었다. 

 덕분에 좋은, 멋진 그림들을 한 권의 책 속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한 가지 "사랑"이라는 주제에 맞추어서 쓰여졌기 때문인지 혹은 그림들 대부분이 고대의 신화에서 소재를 찾은 것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겹치는 내용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중반이 넘어가서는 약간의 지루함도 느껴졌었다. 
그림 설명은 좋았지만, 그 밑에 따로 쓰신 글들도..좀 상투적인 내용들이 많았고. 
그 점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눈이 더불어 즐어웠던, 그래서 유익했던  책 읽기 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