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 - 인조실록 - 명분에 사로잡혀 병란을 부르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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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의 12번째 이야기.

그 이름도 유명한 조선의 왕, 인조에 대한 이야기였다.

인조는 왕위에 오르는 과정이 선대 왕들처럼 평범하지 않았다.
직전의 왕이었던 광해군을 신하들과 함을 모아 왕위에서 끌어내린 후 왕위에 오른 것이다.
광해군의 정신줄 놓은 정치 행위를 바로 잡고, 신하와 백성들을 위하는 정치를 한다는 이유로. 그러나 왕이 된 후에 인조는 늘 불안했다. 자신이 그러했듯이 혹 다른 무리들이 자신을 왕위에서 끌어내릴까 두려웠던 것이다. 더욱이 광해군이 살아 있는 상태였기에 언제든지 신하들이 광해군을 다시 왕위에 앉히겠다는 목적으로 반역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광해군 뿐이었겠는가. 궁궐 내에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자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니 불안감은 왕위에 오른 후에도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또한 자신을 왕위에 앉혀준 신하들의 위력도  만만치 않았다. 이래저래 몸을 낮춰야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는 늘 조심했다.
그러나 인조가 왕위에 오른 후 각종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우선은 이괄의 난. 인조반정에 커다란 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괄은 1등 공신에 책봉되지 못했다. 더욱이 아들이 역모 죄로 잡혀가게 되자 그는 난을 일으켰다. 쉽사리 제압할 수 있을거라 여겼던 이괄의 난은 생각보다 커다란 위협이 되었고 왕은 궁을 버리고 호남으로 피신을 해야 했다. 가까스로 이괄의 난을 제압하고 난 후 정묘호란이 터진다. 역시나 터부시 여겼던 후금이기에 제압이 가능할 줄 알았지만 이번에도 왕은 궁을 떠나 강화도로 파천을 해야 했다. 겨우 화친을 하고 전쟁은 종료되었지만 또 다시 후금과 전쟁이 터진다. 아무런 대책 없이 세월만 보내던 왕은 결국 또 다시 궁을 떠나 파천을 해야 했다. 처음이 아닌 전쟁이었기에 후금의 요구는 강력했다. 전과 다르게 화친이 쉽지 않았던 것.
결국 왕은 그 유명한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게 된다. 삼전도의 굴욕은 삼배구고두라 하여 세 번 절을 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예를 올리는 것을 말한다.  

 인조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그의 아들 소현세자.
험한 시절을 만나 세자의 신분으로 후금으로 건너가 긴 세월을 살아야했던 불우한 사람.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그는 현명하게 행동하며 새로운 발전을 꿈꾸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어이없게 죽지 않았다면 조선의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서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선조편을 볼 때도 못난 왕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화가 났었는데 인조편은 그 결정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말 그대로 막장 드라마의 표본 같았다.
더 좋은 세상을 꿈꾸며 선대왕을 끌어내리고 왕위에 오른 왕이었으면서도 그 보다 못한 왕이었음은 말 할 필요도 없다.
우선은 그가 백성을 내세우며 사실은 누구보다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 여겼다는 것.
왕위에 올라 백성을 두루 살펴야 하는 중요한 사람이니 몸을 귀하게 여겨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것도 정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이 침입할 때마다 번번히 궁을 버리고 파천을 하는 장면에선 절로 표정이 찡그려졌다. 그러면서 왜그리 백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
심지어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 손주까지 해할 정도였으니 요즘 흔한 막장 드라마는 오히려 나은 편이라 해야 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막장 오브 더 막장의 시기였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이 넘는 기간을 왕위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만족스러움은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어이없음에 한 숨만 풀풀 쉬던 인조의 시대.
다음은 그의 아들인 효종이었다. 역시나 편치 않던 세자 생활을 보냈던 효종.
과연 그가 어떠한 정치를 했는지 조금은 기대를 해본다. 그래도 인조보다는 낫겠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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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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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가가형사 시리즈. 
매력적인 가가형사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 권마다 사건을 치밀하게 전개하여

자연스럽게 다음 권이 기대되는 가가형사 시리즈. 
잠자는 숲은 그 두 번째 이야기이다.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잠자는 숲은 발레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건이 일어난 경우이다.

시작은 유명 발레단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이었다. 무언가를 노리고 침입한 남자를 발레단원이 엉겁결에 살해 한 것. 

발레단원은 물론이고 형사들도 처음엔 정당방위로 판정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인줄 알았다.

하지만 남자의 침입 이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사건은 오리무중이 되어버리고 끝인줄로만 알았던 사건은

보란듯이 연달아 발생한다.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형사들은 발레라는 아름다운 무용을 하는 사람들이 겪어야하는

고통과 그로 인한 슬픔들을 느끼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당당함이다. 범인을 사건이 벌어짐과 동시에 드러내도

결말이 날 때까지 절대 지루하지 않다는 것. 그리하여 보통의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자신있게 그 시작부터 범인을

드러낸 다는 것. 

 그렇지만 이번엔 "범인은 누구?"를 끝가지 유지한다. 아니, 초반에 용의자를 드러내기는 한다.

읽는 사람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그러나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 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용의자는 빛을 잃는다.

빛은 서서히 범인일지도 모르는 인물들에게 옮겨가지만 쉽사리 빛나지는 않는다. 마지막까지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를 두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등장하는 인물이 많은 만큼 범인일수 있는 인물 또한 많았다.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등을 보고 스스로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 

 또한 이번 책에서 사건과는 별도로 발레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물론 그 분야에 대해서 전문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고, 그 발레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발레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이 곧 전부라 생각하면서도 발레를 위해서라면 그 몸 또한

치열하게 깎아내는 발레단원들. 목표를 위해 다른 것들은 잊고 살아가는 그들이 멋지기도 했지만,  안타깝기도 했다다.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글을 읽으면서 자신도 그 사건의 한 가운데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약하게나마 용의자들을 추적하고, 흐릿하게나마 용의자를 물색하는 것. 그것이 설령 엄청나게 빗나갈지라도! 

 가가 형사가 사랑에 빠져 평소 보다  더 많이 감성에 젖어 있었던 가가 시리즈의 두 번째 책 "잠자는 숲". 

사랑에 빠진 가가 형사가 느꼈을 행복함까진 아니지만 읽는 내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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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역설 - 과소비사회의 소비심리를 분석한 미래사회 전망 보고서
질 리포베츠키 지음, 정미애 옮김 / 알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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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전우치"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 속에서 도사 전우치는 미움을 받아 그림 속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그가 풀려난 건 500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 였다. 게다가 그가 생활하게 된 곳은 도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다. 또한 눈에 보이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런 그를 보면서 구석기나 신석기처럼 머나 먼 시대까지 갈 것도 없이 몇 십년 전의 사람이 세월을 건너뛰어 갑작스레 현재로 오게 된다면, 그래서 지금처럼 넘쳐나는 물질문명을 접하게 된다면 얼마나 놀랄 것인가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는 과연 지금과 같은 물질문명을 접하고 좋아 할 것인가 혹은 놀라고 경계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행복의 역설"이란 책은 지금처럼 풍부한 적이 없었던 현재에 대해서 "소비"에 초점을 맞춰 설명해주는 책이다. 

 먼저 1부, 과소비사회
이미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이 시장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단계를 넘어선 지금, 으레 그렇듯이 소비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줄어들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오히려 소비를 하고자하는 사람들의 욕심은 커졌고, 소비를 할 수 있는 물질들은 점점 늘어만 갔다. 현대사회는 '탈-소비'사회가 아니라 과소비사회가 된 것이다.(P.25)

 소비가 미덕이 된 사회에서  소비 문명은 3단계를 거치면서 변화해왔다. 
1880년대 무렵부터  시작되어 제2차 세계 대전과 함께 막을 내린 대중소비사회 1단계. 
이 시기는 근대식 교통 통신과 관련된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이로 인해 전국적인 대형 시장이 생겨나고 상품 또한 대량 생산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 단계였기에 부르주아만이 주체가 되는 불완전한 대중소비사회를 형성했을 뿐이었다. 그러던 것이 브랜드, 포장, 광고가 생겨나고 상품 판매를 위한 방법으로 힘을 얻기 시작함으로써 1단계는 자연스럽게 2단계로 이어진다.

 2단계는 1950년대 무렵 부터 시작되어 전후 30년에 걸쳐 자리 잡았다. 2단계는 '풍요로운 사회'와 동일시 되는 시기로 봉급자의 월급이 3-4배까지 오르곤 했다. 더불어 소비력도 증가하여 소비의 엘도라도라는 꿈이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 시기는 '대중소비사회'의 완벽한 모델로 등장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3단계는 1970년대 말 이후에 현대사회의 무대에 올랐다.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포드주의 생산방식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점에 등장하여 소품종대량생산보다는 다품종소량생산의 문을 활짝 연 것이다. 이 시기에 와서는 특정 계층에 의해서만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가진것이 없는 자들도 자신만의 소비를 꿈꾸고 때로는 먹을 것을 줄여가면서까지 소비에 참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마지막 2부, 소비자의 기쁨, 상처받은 행복. 
1부에서 소비의 진화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면 2부에서는 그 진화의 과정에서 있었던 고통과 현재의 고통, 그리고 미래에 혹 있을지도 모를 걱정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 사회의 행복과 기쁨을 보여주는 다섯 가지 패러다임의 모델을 제시하여 책을 읽는 재미를 더했다. 

모델 하나, 끝없이 욕구를 자극하는 소비주의 사회라는 페니아(Penia)의 원리. 
모델 둘, '지금 그리고 여기'의 욕구만을 우선시하는 쾌락주의 시대- 디오니소스. 
모델 셋, 경쟁력, 훌륭함, 유능함 등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사회- 영웅 슈퍼맨. 
모델 넷, 개인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끝없는 욕망으로 고통을 주며 타인의 성공과 행복을 지켜보면서 더 큰 불쾌감을 느끼는 사회-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 
모델 다섯, 소비 문명에 의해 시작된 존재의 사유화를 강조하면서 형성된 사회- 호모 펠릭스.

  아직 상품화폐가 발달 하지 않았던 시대엔 나라에서 이를 권장하곤 했었다. 소비가 곧 미덕이라는 심리를 심어주기 위해 국민들의 어깨를 토닥거리던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필요한 것을 사고 파는 소비사회를 벗어나 과소비사회가 된 지금, 이는 옳은 것일까? 혹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 끝이 과연 인간에게 유익할 것인가? 책은 그 점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말하고 있다. 

 책을 보니 지금의 과소비사회를 두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사람들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어느 덧 과소비가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는 터전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각종 환경문제,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등으로 인해서. 현재 접하게 되는 환경오염이나 인간들 사이의 갈등을 다루는 뉴스 등을 보면 지금의 과소비사회가 정말 위기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역시, 한걸음 물러나서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다.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간이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을 통해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 자신의 행동을 수정해 가곤 한다. 그것을 생각하면 역시나 희망은 있다. 

 과소비자본주의가 아무리 자신과 타인, 문화와의 관계를 뒤흔들어놓는다고 해도 포스트 역사주의 인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배우고 이해하고 진보하며 자기를 초월하는 의지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P. 415)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고 싶었다. 정말 내 생각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과소비사회의 소비심리를 분석한 미래사회 전망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기에 얼핏 심리를 다룬 책인가 했다. 그리고 보게 된 책의 두께에 손길이 주춤했다. 휘리릭 넘겨보고는 혹 전문서를 잘못 고른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읽기 시작하니 어렵지는 않았다. 중간 중간 처음 접하는 낯선 용어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해를 할 수 없다거나 이해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내용은 없었다. 그렇다고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빨랐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소설 위주로 책을 읽었던지라 오랜만에 읽는 교과서 같은 책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도 책은 재밌는 소재를 다루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아주 잃지는 않고 있었다. 그로인해 유익한 독서를 했다는 흐뭇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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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 광해군일기 - 경험의 함정에 빠진 군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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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로 보는 거라 그런지 속도가 역시 빠르다. 그래서 어느 덧 11권.
주인공은 광해군. 연산군과 마찬가지로 신하에 의해서 왕의 자리를 물러나야했던 왕.
그래 그런지 기억되기로 선한 군주의 이미지보다는 폭군의 이미지가 더욱 강한 임금이다. 

 광해군은 선조와 공빈 김씨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머니가 광해군 3살 때 돌아가셨다. 임금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물론 그 자리를 지킴에 있어서도 외척의 세력이 몹시 중요했던 시대에 어머니를 잃었다는 것은 광해군의 앞날이 편치 않음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선조는 새로운 중전을 맞았던 것. 그녀가 인목왕후 김씨였다. 당시 광해군의 나의 26세였다. 둘째였지만 형이었던 자가 현명치 못해 그가 선조를 이을 왕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조 39년, 인목왕후가 영창대군을 낳았다. 인목왕후가 새로운 중전인 이상 영창대군은 선조의 유일한 적자가 되는 것이다. 이로써 광해군의 지위가 위태로워짐은 너무나도 뻔한 상황이었다.

작가분이 말하길 어쩌면 광해군이 왕위에 오른 후 보였던 포악스러운 면은 세자 시절에 쌓은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 아니었겠냐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자신을 보호해줄 보호막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아버지는 물론 신하들까지 그보다는 왕의 적자인 영창대군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선조 41년, 선조가 사망했다. 만약 선조가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그의 바람대로 영창대군이 왕에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조금 더 일찍 떠나는 바람에 장성했던 광해군이 왕위에 올랐다.
그의 나이 33세였다.
세자 시절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즉위 초 그는 현명한 정치를 하는 왕이었다. 당시 모든 백성들을 힘들게 했던 조세를 개편하여 대동법이란 법을 시행하였다. 조선시대 내는 세금 중에 지금처럼 돈이 아니라 그 지방의 토산물을 조정으로 올려보내는 세금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중간에서 관리들이 농간을 부리는 바람에 백성들의 피해가 무척 컸던 세금이었다. 또한 방납이라는 것이 생겨나 더욱더 백성들의 목을 조이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를 개선하고자 토산물 대신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 만큼 쌀로써 세금을 대신하는 제도가 바로 대동법이다. 시작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 것은 아니었지만(양반들의 반대로 인해 전국으로 확대되는데 100년이라는 시간이 들었다) 이로 인해 많은 백성들이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유교 사상에 젖어 있어서 국제 정서를 읽지 못했던 대부분의 신하들과는 다르게 광해군은 주변의 정세를 읽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이용하고자 했다. 이른바 중립외교라는 것을 한 것이다. 당시 강국으로서 조선을 넘보던 후금과 명 사이에서 때에 따라 적절한 외교를 한 것인데 이것은 나중에 반정이 발생하는데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신보다 천하다 여기는 왜에게 고개를 수그린다는 것이 당시의 신하들에겐 절대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현명하게 나라를 운영해나가고자 했던 광해군의 정치에도 먹구름이 끼어들기 시작한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형장에서 고문을 당하고 그로 인해 목숨을 잃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이의 이름을 거론하는 옥사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형장에서는 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광해군하면 자신의 이복형제를 잔인하게 죽게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광해군이 왕위에 오른 후 영창대군은 역모에 휘말리게 된다. 처음엔 위리안치되는 것으로 그치는 듯했지만 곧 식량을 끊고 아궁이에 쉴 새 없이 불을 땠다. 영창대군은 바닥이 뜨거워 눕지도 못하고 밤낮으로 울다 기력이 다해 죽었다고 한다. 그 어떤 고문보다 더욱더 잔인한 방법으로 자신의 이복동생을 죽인 형, 광해군. 더욱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는 나름 우애가 좋았던 사이였다고하여 그 충격이 더욱더 크다.   

정확히 어느 시점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광해군은 점차 퇴락을 길을 걷는다. 그리하여 결국엔 신하들에 의해 왕의 자리를 내어놓게 되었다. 처음부터 뭔가 불안했었던 왕이었다면 실망감이 이리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란이 일어나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군을 조직하고 용감하게 왜군에 맞서 싸웠던 사람이었다. 아버지와 형이 피난길에 오른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저항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왕위에 올라서는 자존심보다는 현실을 더욱 중시 여겨 현명하게 외교를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 피를 보았으며 결국엔 좋지 못한 결론이 났는지 정말 안타까웠다.

광해군 이후 반정을 일으키면서까지 왕위에 오른자가 행한 정치가 어떠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안타까움이 커다란 한숨으로 뿜어져 나올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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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홈즈걸 2 : 출장 편 -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명탐정 홈즈걸 2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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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소재만으로도 관심이 갈 법한 책이었다. 
더욱이 전편의 경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추리 소설적인 요소가 곳곳에 담겨져있어 보는 내내 절대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후속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회가 왔을 때!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영화도, 드라마도 그렇고 대부분이 후속편을 내놓을 때면 당연스럽게 그 스케일을 키우곤 한다. 이 책 또한 전편에 비해서 스케일이 커진다.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여전히 서점! 이번엔 주요인물들이 근무하는 서점을 벗어나 나가노의 고서점에서 발생하는 유령 출몰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이번에도 역시 큰 활약을 보이는 인물은 전편에서 큰 활약을 보였던 서점의 여인인 교코와 다에. 어느 날 교코에게 온 편지로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편지의 내용인 즉슨, 교코의 지인이 근무하는 서점에 유령이 출몰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그 유령이 27년 전에 발생한 살인사건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나가노의 고서점이 문을 닫을 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아는 지인으로부터의 도움이고, 고서점을 탐방해 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교코의 마음이 기운다. 무엇보다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에서 머리를 담당하고 있는 다에가 관심을 갖게 되면서 둘은 사건 해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이 서점이고, 등장 인물 또한 서점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리고 사건은 작가와 그 문하생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라는 것. 
결과적으로 보면 모두가 책과 연관된 사람들이었다. 이점이 참 흥미로웠다. 솔직히 너무 비슷비슷한 요소들이 모여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던 것이다. 그치만 것도 잠시! 자칫 잘못하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 요소들을 정말 잘 버무린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함을 느낄 수 없도록. 어느 인물에 대해서 너무 치우쳐있지도 않고, 사건의 해결에서 억지스러운 부분도 없었다. 범인이 너무 쉽게 정체를 드러낸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긴 했지만. 

 전편이 단편연작소설이었던 점과는 달리 이번 편은 장편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기 때문에 시작부터가 괜스레 흐뭇했었다. 더욱이 전편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던 우리의 서점 여인들이 이번에는 낯선 지역에서 살인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고 하니 엉덩이가 자꾸만 들썩거릴 만큼 기대가 되었다. 

 결과는 대만족! 스토리 전개도 좋았고, 결말도 나쁘지 않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추리 소설에서 여전히 따스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독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추리 소설이 흔한 요즘, 그 전개와 결과에 있어서 이렇게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긴장감까지 챙길 수 있는 책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말 흔치 않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와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추리 소설!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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