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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의 아이들 - 부모를 한국으로 떠나보낸 조선족 아이들 이야기 ㅣ 문학동네 청소년 8
박영희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 즐겨 보는 프로 중에 "위대한 탄생"이란 프로가 있다. 참가 멤버중에 가장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조선족 출신의 참가자 백청강이다. 처음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김경호의 음색을 지녔기에 관심을 가졌었는데,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나서는 이 사람이 보다 성공해서 멋진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응원하게 되었다.
가족이 있음에도 부모님과 10년이 다 되도록 떨어져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보고서 처음엔 의아했었다. 1, 2년도 아니고 어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떨어져 지내는 걸까, 부모님은 무슨 이유로 아이와 그렇게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만주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민족, 정확히는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며 떨어져 있는 부모의 절반 가까이가 한국에 머물고 있다는 아이들. 돈을 벌기 위해 1, 2년도 아니고, 부모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떨어져 지내야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솔직히 처음엔 좀 신기했다. 지금 조선족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조선족의 아이들이 한국이란 나라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한 민족이라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서 일까..처음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곧 미안해졌고, 안타까워졌다. 처음에 왜 내가 단지 신기함만을 느꼈을까 싶어서 더욱더 미안스러웠다.
만주에서 조선족이라 불려지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우리와 한 민족인 사람들.
불행한 역사만 없었다면 지금쯤 한국에 살고 있는 아이들과 같이 한 장소에서 뛰어놀며 성장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들.
한국바람이 불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지도 못하고, 행여 부모님께서 이혼이라도 하실까 노심초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 기숙사가 막장이라 여겨져 부모님의 한국행이 싫지만 싫은 티를 낼 수는 없는 아이들.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아이들의 삶 속엔 그 나이때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나 희망, 꿈 같은 것들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이들이 한국이란 나라를 아주 나쁘게만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라는 점 정도? 그렇지만 그것도 한국 가요나 드라마를 통해서 알게된 한국의 일부라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정말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절로 나오는 묵직한 한숨과 함께 그동안 어쩜 이렇게 이들에 대해서 무관심했을까 싶었다.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만 해왔던 것은 아닐까싶어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고민 많은 성인의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들 속에서 간간히 그 나이 또래 다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금부터라도, 뭐라도 하게 되면 이 아이들의 삶이, 우리 조선족의 삶이 조금이라도 변화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지금보다 좋은 쪽으로. 정말 그랬으면 하는 생각이 책을 덮을 때까지, 덮은 이후에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