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살자들> 유시 아들레드 올센

★★★★☆


형사계의 외인구단 격인 특별 수사반 Q의 활약을 그려낸 추리 형사물이다. 실력은 출중하나 사회성은 부족해 경찰서 지하실에 반 하나를 꾸려서 쥐죽은 듯 살아가라고 명령을 받은 칼 뫼르크 형사, 그 앞에 20년전의 사건 파일이 난데없이 등장한다. 어린 오누이가 잔인하게 맞아 죽은 사건으로, 아이들의 아버지인 형사는 현장을 목격한뒤 총으로 자살하고 만다. 사건의 비극성과 잔혹함을 뒤로하고 범인이 잡힘으로써 사건은 일단락 되는 듯 보였으나, 어딘지 석연치 않은 범인의 모습. 칼과 동료는 범인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배후를 쫓던 칼 일행은 범인의 고등학교 기숙사 친구들을 주목하게 된다. 그들이 벌인 짓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과거에도 상류층이었고, 지금도 상류층이라는 것.  그들은 갖은 통로를 통해 칼의 수사를 방해하고 훼방을 놓는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수사를 진행해가던 칼과 부하직원 아사드는 그들이 사립탐정까지 고용해 '키미' 라는 여성을 쫓는다는걸 알게 된다. 과거 같은 패거리였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노숙자가 되어 떠돌고 있는 키미, 과연 그녀는 왜 그들의 추적을 받게 된 것일까? 그리고 패거리 안에서의 그녀의 역활은? 칼은 그녀를 핵심인물로 보고 그녀의 자취를 따라가게 되는데...


전형적인 북유럽 추리 소설의 느낌이 나던 작품. 복지의 천국이라는 곳,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라는 나라에서 왜 이런 끔찍한 추리 소설이 유행하는지는 알다가도 모르겠으나, 하여간 재미를 보장한다는 점에서만큼은 사실인 듯 싶다. 전형적인 모범형사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마초적인 동시에 허당 매력을 제대로 풍겨주고 있는 칼 형사, 그리고 부실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비밀을 안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겨대는, 거기에 허허실실 못하는게 없는 아사드, 그리고 깡다구 끝판왕인 여 형사까지...형사계의 외인구단Q의 세 주인공의 매력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다. 개성 넘치는 세 주인공을 만들어 내고, 거기에 세의 앙상블까지 꽤 그럴듯해서 연작으로 만들어져도 성공할 듯하다. 뭐, 이미 성공해서 3편까지 만들어졌다고는 하는데, 내 말은 더 나와도 좋을 것 같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의 작품이 계속 번역되어 나와주었음 싶었다. 칼 형사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나온다면 아마 반색해서 읽어보게 될 듯...


 <마일즈의 유혹>/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


 우리의 왜소하지만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영웅 마일즈, 그가 이번에는 세타간타 행성의 황태후 장례식에 바라야 제국 대표해 외교 특사로 파견된다. 아무일 없이 장례식에만 참석하면 될줄 알았던 여정은 세타간타 행성에 내리기 직전 모르는 사내로부터 공격을 받는 것으로 어그러지고 만다. 그가 자신에게 맡긴 막대를 수상하게 여긴 마일즈는 동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내와 막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닌다. 그를 통해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바로 그의 손에 세타간타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이었는데... 과연 이 상황을 마일즈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여성적인 취향이 물씬 풍기는 SF물. 하긴 여성 작가가 썼으니 여성적인 시각이 담겨져 있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야기 자체는 그럭저럭 잘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시녀들과 못생기고 초라한 마일즈라는 대비가 줄곧 이어지는 것이 그닥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서도, 왜 마일즈는 늘 외모로 인해 열등감을 느끼고, 재치와 두뇌로 인해 승리감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그것이 작가의 세계관이라면 저항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 가만 보면 부졸드 여사가 마일즈를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미워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창조해낸 주인공에게 늘 시련과 모욕을 동시에 가해주시는 가학성이 농후한 작가, 부졸드 여사. 그럼에도 재밌게는 읽었다. 보다 균형적인 시각에서 책을 쓴다면 이보다 더 재밌게 볼 것 같지만서도, 난 부졸드 여사가 아니고, 마일드를 쓰는 것은 부졸드 여사이니. 그저 입닥치고 읽는 수밖엔...


 <미시시피 미시시피> 톰 프랭클린


★★★★☆


미국에서 알아주는 깡촌 미시시피를 떠나지 못하고 줄곧 살고 있는 래리. 그의 인생은 20년전 정지된 채 동결되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카 센터를 운영하면서 쓸쓸하게 살고 있는 그를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동정하지 않는다. 동정은 커녕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는데 , 그건 그가 20년전 한 소녀의 실종 사건에 연류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데이트 나선 여고생이 실종되었다. 그 상대 데이트남이었던 래리는 그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과연 그는 소녀를 살해한 것일까? 그가 주장하는대로 래리가 결백하다면 그 소녀는 왜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뒤로하고 세월을 하염없이 흘러가고, 나름 평화를 찾았다고 생각하던 시점, 마을은 다시 술렁이기 시작한다. 20년전과 마찬가지로, 마을의 10대 소녀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 마을 사람들 이하 경찰들은 일제히 래리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오지만, 래리는 담담하기만 하다. 과연 래리를 그녀의 실종에 관련된 것일까? 그가 20년이 지난 뒤 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일까? 사건의 의혹은 점점 미궁으로 치닫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볼 수 있던 탄탄한 입담을 자랑하던 추리 소설이다. 20년전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라는 의문과 함께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래리의 현재 모습이 가여워서 끝까지 보게 된 소설이었다. 부모를 잘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던 책. 그리고 비겁함과 소심함에는 피부색이 관련이 없다는 것도.


 < 쿠쿠스 콜링> 조앤 롤링


★★★★☆


<해리 포터>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린 조앤 롤링의 추리 소설. 과연 그녀가 아이들 용이 아닌 어른 소설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그것도 추리 소설에? 라는 의문 부호를 달고 읽기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괜찮았다. 오히려 저자가 조앤 롤링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더 후하게 점수를 주었을지도 모르는 추리 소설 데뷔작으로 성공적이지 않았는가 한다. 내용은 상이군인 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가 유명한 모델 롤라의 자살 사건을 의뢰받으면서 시작한다.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더이상 나올 것이 없을 것 같은 사건을 그 아이는 자살할 아이가 아니라면서 수사를 부탁한 사람은 롤라의 의붓 오빠인 존 브리스토. 명망가에 입양한 남매였던 존은 롤라는 행복의 정점에 있었다면서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코모란을 설득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건을 담당하게 된 코모란은 언론의 발표와 달리 수상한 점이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과연 롤라는 살해된 것일까? 살해된 것이었다면 누가 왜?


결론만 놓고 보자면, 이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사건은 일단 작가가 다 짜놓고, 등장인물들은 변죽만 올려놓은 듯한 인상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품새가 과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게 하던 작품이었다. 탄탄한 이야기, 코모란이라는 특이한 개성의 탐정과 그의 매력적인 비서 로빈, 그리고 행복을 손에 잡으려는 순간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되는 롤라의 이야기까지... 읽는 재미가 쏠쏠하던 추리 소설이다. 이 책을 내려 놓으면서 시리즈를 만들어내는대는 이미 일가견이 있는 롤링 여사께서, 이번에는 코모란을 주인공으로 연작 추리소설을 내놓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마 그것도 꽤나 재밌는 연작 소설이 될 듯...그녀가 그래주길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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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


 " 내 아버지는 2001년 5월 4일 자살했다."  라는 짧지만 강렬한 문장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이 만화는 스페인 근현대사를 관통하면서 역사의 부대낌을 온 몸으로 겪어내여 했던 한 민초의 고단한 삶을 그려낸다. 유럽에서 가보고 싶은 여행지 1위라는 스페인에 이런 역사가 존재했었다는 것에 놀라고, 그런 역사를 가졌음에도 지금은 그렇게 여유로워 보이는 스페인 사람들의 표정이 신기하다. 그들은 과거를 잊은 것일까? 아니면 그들의 속내를 우리는 그저 알지 못하는 것일 뿐일까. 낭만적이고 아무런 근심없이 살아가는 듯한,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스페인에서 이런 만화가 나왔다는 사실이 저으기 의아스럽더라. 그러나 이 책이 스페인 만화 대상을 받았다는 것에서 보듯, 그들이 과거를 아예 망각하고 사는 것은 아닌 듯하다. 90세의 나이에 드디어 속세를 살아야 한다는 형을 중지받고, 자신의 삶을 기꺼이 마감해버린 아버지를 그리워 하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하지만 누구보다 잘 이해하려 애쓰는 아들의 모습이 측은하면서도 대견했다. 아들이 아버지를 그저 자신의 아버지라는 틀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써 살아온 삶에 대해 반추한다, 연민과 안스러움과 사랑을 담아. 아버지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의 징표 아닐런지... 90년에 걸친 고난에 가까운 그의 인생을 그나마, 내가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라고 그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에게 이렇게 자신을 잘 이해하는 속깊은 아들이 있었기 때문 아닐런지...특히나 이해받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던, 하지만 대부분 이해받지 못해 고통받았던 사내의 일생이었으니 말이다.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던 책, 그들이 한때는 소년이었고,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이었으며, 행복한 가정을 꿈꾸던 가장이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던 작품이다. 제목만 보면 정치적이거나,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복잡한 책이 아닐까 싶은데, 오해 마시길. 그저, 역사를 잘못 골라 태어나 무진장 고생 하신 재수없는 한  사내의 일생을 다룬 것일 뿐이니 말이다. 그들이 살아온 처절한 백년의 역사에 대해 감히 우리가 무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인간적으로 안타깝고, 안 됐다는 생각이 들뿐. 다만, 나 역시도 저자의 견해에는 동조한다. 그의 아버지는 자살한게 아니라 자유를 얻은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우치다 야스오


★★★☆☆


훈남 탐정이라는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의 결정판이라는 작품. 결정판이라서 그런가 모르지만서도, 아사미 시리즈중 끝까지 읽은 것은 이책이 처음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책들은 초반을 넘어가면 흥미를 잃기가 일쑤여서, 그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표지가 너무 예뻐서 그만 읽어보기로 한 것. 엄청나게 재밌진 않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은걸 보면 다른 시리즈에 비해 재밌긴 했었던 것 같다. 다만 마지막 결론이 다소 이해가 안 가긴 했지만서도, 그외에도 그곳에만 가면 하룻밤새에 정분이 나게 된다는 사찰도 그렇고...완벽하게 짜여졌다는 느낌을 받기엔 5% 부족해보이는 이음새였지만, 그럼에도 눈감고 넘어가면 그럭저럭 봐줄만 한 추리 소설이 아니었는가 한다. 일본적인 색채가 가득한, 그리고 일본적인 정서가 가득한 책이라, 일본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조금 어색하다고 느끼실지도. 특히나 명문가를 특별하게 여기는 그들의 태도는 지금까지도 좀 이해가 가질 않는다. 현대화가 된지 언젠데...과연 일본 천황이 존재하는 나라답가 싶기도 하고.


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라카와 히로


★★☆☆☆


 고양이를 소재로 택하면 저절로 이렇게 되는가는 모르겠으나, 힐링용으로 적당한 책이다. 지나치게 착하고, 그래서 현실감이 좀 없는게 흠. 좀이 아니라 많이 없다고 해야 할까? 고양이를 키우신다면 이 정도는 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메뉴얼을 보여주려 한 듯한데, 사실 말이지, 인간의 사랑을 이처럼 극대화 하는 것에도 난 역시 거부감이 생긴다는 것이지. 그냥 적당히 착하면 안 될까?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책임감 느끼고, 적당히 이해하고. 이런 사랑은 왠지 신파의 조작된 사랑같이 느껴져서 알레르기 반응이 생긴다는 것이지. 아무래도 난 세상을 너무 많이 살아온 모양이다. 무조건 선함이나 착함에 회의적인 반응부터 보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천사같은 돈 악마 같은 돈/ 사이바라 리에코


★★☆☆☆


 그 유명한 사이바라 리에코의 책. 일하는 것이 살아가는 것임을 제발 잊지 말라고, 부탁하는 인생 선배의 조언이 담긴 책. 가볍게 읽기 좋으며, 돈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걸 이겨내려면 성실하게 일해서 먹고 사는 수밖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하고 있는 책이다.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자살해 버린 의붓아버지, 돈때문에 절절매면서도 딸의 미래를 위해 전재산을 털어 동경으로 딸을 보낸 어머니, 그리고 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젊은 시절의 사이바라 리에코. 그녀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이어진다. 어떻게 보면 피를 토하며 삼박사일을 이야기해도 억울함이 가시지 않을만한 이야기인데, 리에코 여사의 담력 하나는 보통이 아니시라 그런지 , 피는 토하지 않고 이야기하시더라. 별다른 무기 없이 인생이라는 장에 떨어지게 되면 아마도 그녀처럼 담대할 수밖엔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녀의 무던하고 현실적인 성격이 고난을 당해서도 좌절하지 않게 된 것인지 알길이 없지만서도, 그녀에게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너무도 대견해서. 이렇게 살아남아줘서 고마워서 말이다. 무엇보다 정신이 건강한 것에. 그 누구보다 정신이 무너진 사람들을 많이 봐 온탓에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았던 것 같은데, 안다는 것과 실천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니,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이처럼 견고하게 꾸려가고 있는 것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역시나 아줌마는, 아니 엄마는 강한 것일까? 그들에게 박수를...그들이 무너지지 않기를 누구보다 바라본다.


 상속의 법칙/ 클레어 베드웰 스미스


★☆☆☆☆


 18살에 어머니를 여위고, 그 후 20대 중반에 아버지를 여위게 된 과정과 그 이후의 슬픔을 토로하고 있는 책. 현재 호스피스 심리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는 저자는 죽음이 가져오는 슬픔과 그 과정들에 대해 우리에게 털어놓는다. 그녀 자신이 너무도 잘 아는 이야기고 주제기에. 


그렇다. 물론 20대 시절에 부모를 여위는 것은 정말로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녀의 좌절과 절망과 그리움과 충격이 이해가 간다. 그런데 부모를 잃는 것은 그녀만이 아니란 것이지. 세상 모든 좌절과 고통을 다 짊어지고 사는 것처럼 책 한권을 빼곡히 적어놨던데, 가소로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보다 훨씬 더 한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니까. 타인의 고통이 나보다 적어서 가소롭다는 것이 아니라, 엄살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고통을 씹고 씹고 또 씹으면서 자신을 가엾어 하는 것도 어찌보면 자기애의 연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하던. 그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상실을 겪을 수밖엔 없다. 거기에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비하면서 살아간다는 것도 우스운 것이고 말이다. 그저 그런 일이 닥쳤을때 잘 이해하고 넘어가길 바라는 수 밖엔 없는 것인지도...저저가 착한 사람이라는 것도 남을 도우려는 마음이 가득이라는 것도 알겠는데, 그 이상은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건데, 난 그 이상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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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 않은 미래, 외계 종족의 침략으로 지구는 멸망 위기를 맞고 있다. 끝없는 패배의 행진 속에 단 한번의 승리를 이끌어낸 지구인들은 사기가 충전해 이제 전세를 바꾸어 놓을만한 총 공세를 펼치기로 한다. 아군의 활약상을 홍보하기 위해 런던으로 날아온 미군 공보관 빌 케이지는 최전선에 가서 홍보물을 찍어 오라는 장군의 명령에 식겁한다. 다니던 직장이 망하는 바람에 백수보단 낫겠지 싶어 택한 직업이 군인이었을뿐, 싸움이라면 질색인 그에게 전쟁터 근처에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아뜩했기 때문이다. 결국 장군을 협박해 어떻게 해서든 최전선에 가는 것만은 막아 보려던 그의 잔꾀는 곧바로 이등병으로 강등되어 전장에 투입되게 시나리오로 막을 내린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조차 모른 채 전쟁터에 내린 케이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외계인에 의해 살해되고 만다. 이상한 것은 정신을 잃은 그 다음 그가 깨어난 곳이 바로 신병으로 차출된 그곳이라는 점이다. 영문도 모른 채 어제로 돌아간 그는 죽을때마다 다시 전투에 투입되는 상황을 무한반복하게 된다. 처음엔 죽어나가는 동료들을 살려 보려 애를 쓰던 그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걸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나 여성 전쟁 영웅인 리타가 자신의 눈 앞에서 죽는걸 본 케이지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살리려 애를 쓰나 여의치 않다. 오늘도 여느때처럼 리타를 구하던 케이지는 그녀가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면서 내일 깨어나면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에 어리둥절해 하는데...

 

 

 

이 영화의 주요 소재가 내일이 무한 반복된다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때, 도대체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놀라웠었다. 신선한 전개이지 않는가. 전쟁터에서 죽고나면 다시 어제로 리셋되는 능력이라니... 그런 능력을 가졌다면 어떤 전투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서도, 문제는 이 능력을 소유한 케이지 중령이 무뉘만 군인이지 전혀 군인다운 점이라고는 없다는 점. 해서 그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하염없이 내일이라는 무한반복속에서 죽고 살고를 되풀이 하게 된다. 다행이라면 그가 영리한데다  전투라는 극한 상황에 처한 처지라 이것저것 잴 여력이 없다는 것. 해서 그는 어떻게 해서든 동료들을 구하고 외계생명체를 물리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그 과정속에서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졌었던 리타를 만나게 된 케이지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데, 과연 이 둘은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이 영화를 보는 주요 관람 포인트가 되겠다.

 

기대도 하고 우려도 했는데, 일단은 재밌었다. 무엇보다 톰 크루즈의 활약이 눈부셔서, 도무지 이런 영화에 저런 설득력을 가지고 연기를 할만한 배우가 그말고 다른 누가 있을까 싶었다. 똑같은 하루를 지겹게도 반복하는 과정속에서 그가 미묘하게 다르게 반응하는 과정들을 차근차근 보여주는데, 감탄스럽더라. 자칫 잘못하면 반복이라는 패턴에 갇혀 지루해지기 쉽상일텐데도, 하루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혈안이 된 그의 연기가 너무 진지하고 리얼해서 나도 모르게 몰입하고 말았다. 이런 무한반복된 하루라는 소재는 오래된 영화인 <사랑의 블랙홀>에서 활용된 적이 있는데, 그 영화만큼이나 인상적으로 잘 연출했지 싶다. 특히나 무한 반복이 계속되면서, 자신을 전사로 키우는 리타에게 서서히 연정을 갖게 되는 케이지와는 달리 늘 케이지가 처음 보는 사람인 리타의 관계의 온도차가 참 재밌게 다가왔다. 주인을 바라보는 강아지 마냥 리타가 한없이 사랑스러운 케이지와 달리, 저 녀석은 뭐야? 라는 표정으로 냉정하게 거리를 두려는 리타의 모습이 비교되서 말이다. 해서 처음엔 스승 같은 존재였다가 나중에는 보호하고픈 상대가 된 리타를 위해 케이지가 애를 쓰는 모습이 긴박감 넘치는 이 영화에 숨통을 트여주고 있었지 않나 한다.

둘째는 톰 크루즈와 리타로 나오는 에밀리 블런트와의 캐미가 상당히 좋았다. 영화가 둘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던데, 톰에게 밀리지 않는 에밀리 블런트의 모습이 매력적이기 그지 없어서 말이다. 화려한 외모에 연약하고 속물적인 여성상이 어울릴 것 같은 그녀에게서 이렇게 강인한 모습이 뿜어져 나올 줄이야. 그리고 그것이 꽤나 잘 어울렸다. 전투씬이 많고, 입고 있는 것이라곤 군복에 얼굴에는 검댕이 칠을 해서 그녀의 아름다움이 가려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출연한 어떤 영화속 모습보다 아름답더라. 톰 크루즈 역시 오십이 넘은 나이에 신병 연기를 한다고 해서 욕심이 과한것 아닌가 했는데, 초반을 지나고 보니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눈에 뜨이는 것은 톰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그의 영화에 대한 사랑, 그리고 성장해 나가는 신병의 모습을  설득력있게 연기하는 톰의 진정성이었다. 사생활에 관한 이런 저런 소문이 들려올때마다 그에 대한 의문이 생기긴 하지만서도, 다른건 몰라도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만큼은 감히 나 같은 사람이 뭐라 할 수 없는 것이구나 싶었다. 오히려 궁금하더라. 그는 왜 오늘도 이렇게 열심히 영화를 찍는 것일까 하고. 도대체 어떤 동력이 그를 이렇게 영화판에 밀어붙이게 하는 것일까? 

 

 해서 결론은 재밌게 볼만한 영화였다는 것. 원작과 결말이 바뀐 것에 대해 아마도 원작 지지자들은 불만이 있겠지만서도, 난 오히려 원작과 결말이 달라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마지막 장면의 톰 크루즈를 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게 뭔 말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관에 가서 직접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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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가 길어지는걸 방지하기 위해 짧게만 언급하자면, 이 영화를 전적으로 배우가 살린 영화여요. 평범하게 묻혀버릴 수도 있었을 작품인데, 너무도 탁월하게 연기한 매튜 매커너히와 자레드 레토 때문에 그나마 이렇게 사람들의 입에 오를내릴 수 있는 영화가 되었지 않나 싶거든요. 이야기는 하층 화이트 트래쉬(white trash=백인 쓰레기)로 살아가던 론이 에이즈에 걸리면서 시작되요. 병원에선 그에게 한달 안에 죽을 것이라고 선언하지만, 론은 자신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하죠. 영화는 론이 그의 결심대로 에이즈 발병이후로 장장 7년동안 어떻게 투쟁하면서 살아갔는가를 보여줘요. 안스러운 것은 그의 궁극적인 투쟁 상대가 에이즈가 아니라 미국 관료주의였다는 사실이죠.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어처구니 짝이 없는 일이지만서도, 80년대 말이었던 당시론 에이즈 환자인 론이 자신의 입장을 관철해내기가 정말 어려웠겠다 싶어요.하지만 그런 아쉬움보단 론이 투병과 투쟁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가는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에 촛점을 맞춘 것이 영화가 공감을 사는데 일조하지 않았는가 해요. 두 배우들의 연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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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어떻게 망치는지 교과서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서 오래전부터 궁금해하던 영화랍니다. 원래 연극으로 상영된 것이라고 하는데, 워낙 스토리가 진실성이 있어서 인기를 얻었나 보더라구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점이 미국에선 특히나 센세이션을 일으켰었고, 연극의 인기에 힘입어 이렇게 영화로도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해요. 원작가가 각색을 했다고는 하나 원작이 극본이라 그런지, 역시나 연극적인 요소가 다분하더군요.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잘 한다는 것이 느껴지는 게, 연기력 없는 배우들이 읊었더라면 어색했을 연극적인 대사들이 평범하게 주고받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화들로 들리게 하는데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메릴 스트립이야 말해봤자 입만 아플 것이고, 줄리아 로버츠는 그간 그녀의 연기력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연기도 잘한다 싶더군요. 아카데미 주연상을 오래전에 꿰찬 배우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게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이런 정극에서 대배우들에게 주눅들지 않는 흔연스런 연기를 펼친다는게 놀라웠습니다. 그외 다른 배우들도 다들 제 이름값을 하는 통에, 오히려 요즘 가장 핫한 배우라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작품속에서는 가장 연기를 못하는 듯 보이더군요. 미스 캐스팅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겉돈다는 느낌이었어요. 역 자체가 그런 배역이라서 더 그렇게 느꼈는가는 모르겠지만...하여간 배우들의 명불허전 연기며, 완성도 높은 각본이며, 말랑하지 않은 인생의 진실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태도등이 그저 이 영화가 소문만 요란한 작품이 아니었다는걸 알게 해주었어요. 한마디로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막장 가족의 징글징글한 가족사라고 해서 보면서 저건 말도 안 되지, 저런 가족이 어디 있나? 라면서 분개하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로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막장 가족이 맞긴 한데도,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 해서 그런지, 아니면 이젠 하도 세상에 치이다 보니 왠만한 막장에는 놀라지 않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이 작품이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라, 억지로 꾸며낸 흔적이 없어서 그런가는 모르겠어요. 아마도 그 모든걸 합해서 그만큼 설득력 있었다는 말이 되겠죠.


영화는 한 사내의 독백으로 시작해요. 인생이 너무 길다는 엘리엇의 시구절을 우리에게 들려주죠. 그는 아내의 약물 중독을 , 아내는 그의 알콜 중독을 봐주면서 그들의 부부 관계가 이어져 왔다고 고백을 하죠. 우리는 상대를 어디까지, 그리고 언제까지 참아낼 수 있는 것일까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참아주던 이 가족은 아버지의 기권 선언(=자살)으로 인해 균열이 가기 시작한답니다.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온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가족들의 인내는 마침내 폭발하고 말죠. 과연, 이 가족은 멀쩡할 수 있을까요? 약물 중독에 독설가인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무기력하게 끌려다닌 아버지, 그런 부모가 끔찍해 일찌감치 달아난 큰 딸, 그런 부모에게서 달아나지 못해 인생이 망가져 버린 둘째 딸, 나쁜 남자에게만 끌리는 희한한 안목을 지니고도 행복하길 바라는 세째딸, 그리고 그들의 주변을 빙빙 도는 이모...이들이 아직까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신다면 중반 이후에 나올 폭탄 하나를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이후로 이 가족을 보는 눈빛이 달라질테니 말여요. 막장의 끝을 보여주시는 가족들이라서, 과연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오히려 몇 몇 장면에서는 너무도 공감이 되서 마음이 짠했네요. 누구에게나 할 것 없이 못되게 구는 엄마 메릴 스트립이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지 짐작하게 만들던 크리스마스 일화나, 이모가 자신의 아들을 그렇게 구박하는 이유를 들려줄때, 그리고 첫째 딸이 별거하고 있는 남편에게 난 결코 당신이 왜 나를 떠났는지 알지 못할 거라고 말하는 장면에서요. 이 영화가 그저 한 가족의 막장을 다룬 것이라고 폄하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보석같은 진실이 곳곳에 박혀 있기 때문일겁니다. 극적인 요소만을 위해 막장을 집어넣는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르죠. 인생을 이해하고,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고뇌가 담겨져 있는 작품이니까요. 이 작품속에서 큰 딸 바바라는 재능은 있지만 그걸 포기한 작가로 나와요. 아마도 그녀가 바로 이 작품의 원작을 쓴 저자가 아닐까 추측이 되더군요. 역시나 아버지의 눈은 정확한 것이었구나 했네요. 글이 하염없이 길어지는 관계로 한마디만 더 하자면, 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넌 나보다 행복한 줄 알아, 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일까요? 자신의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는 것이 자식에게 못되게 굴때마다 당당하게 내미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걸, 이 영화를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네요. 적어도 난, 그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 겠다, 다짐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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