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주의보
정진영 지음 / 문학수첩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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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주의보 I 정진영 I 문학수첩




대한민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실패는

오직 성공한 자들이 말하는 실패다.

실패자들이 말하는 실패에 귀 기울여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실패는 세상에 수많은 사소한 실패 중 하나로

남게 될 것이다.




<매일한국> 디지털뉴스부의 박대혁 기자는 인턴기자들의 교육을 맡았다. 그중 김수연은 나이가 스물아홉에 부장인턴이라는 별명을 지녔다. 지방대 출신응로 여러 연론사의 인턴을 거쳤기에 <매일한국>이 마지막 기회라는 조바심을 갖고 있었다. 며칠 후 박기자는 국장과 둘이 점심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뒤에 인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 체로 국장은 "실력은 김수연이 뛰어난데 학벌이 모자라 채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하게 되고 이를 들은 김수연은 다음 날 매일한국 사옥 5층에서 떨어져 자살한다. 사건은 대서특필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그녀의 유서에 남긴 No Gain, No Pain이란 글귀로 페이스북에서는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한 계정이 만들어진다. 한국의 비정규직에 대한 기업의 처우부터 부당해고 등에 대한 글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기업들은 우왕좌왕한다. 김수연의 동생은 <매일한국>을 상대로 고소하기에 이르고 <매일한국>은 이번 정규직 전환형의 인턴기자들을 전부 채용할 계획이었으며 인턴 과정 중에 차별은 없었다고 입장을 밝힌다.



박대혁 기자는 정규직 전환형의 인턴이었던 김원용이 김수연이 죽자 인턴직을 그만두었고 LED 반도체 업체인 여산전자의 막내아들이며 그가 사귀는 여자가 매일한국 오너의 조카딸이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국장에게 확인하니 국장은 당장 오너와의 식사자리를 마련하며 다음 날 기조실로 발령이 난다. 뜻밖의 인사로 박기자는 당황한다. 한편 오너는 김수연 사건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어떠한 변명없이 대표직을 사임한다. 오너의 이러한 행보는 만년 적자 언론사를 취임 첫 해부터 흑자로 돌려놓고 차세대 리더라는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오너가 정치계에 입문하려는 수순이었을 뿐이다.



여산전자의 아들을 <매일한국>에 무리없이 입사시키려했던 모종의 비리가 있었고 그것을 알게 된 박기자를 적에서 아군으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는데 온라인에선 No Gain, No Pain 계정을 악용하며 여기에 더해 김수연의 죽음이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오너의 행보로 김수연 잘못도 있었을거란 분위기로 변질된다. 박기자는 고민한다. 자신이 이사건의 앞에 나설 것인가 상황에 순응할 것인가?





무조건 침묵하라는 말이 아니다.

이 조직, 아니 대한민국에서 힘없는 놈의 용기만큼 

공허한 것도 없더라.

네가 문제를 지적하고 쿨하게 조직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동요는 잠깐 뿐이야.

곧 누군가가 네 자리를 대체하게 될 테고,

조직은 다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굴러가게 될거야.




<침묵주의보>를 읽으며 나의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한참 커리어를 쌓아갈 무렵은 IMF로 나라가 힘들 때였다. 물론 회사들도 부도를 맞았고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를 두려움에 휩싸여 있을 때였다. 내 밥그릇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직장을 다니며 밤에는 영어학원 새벽에는 일어를 공부하던 그 때, 여직원들의 승진이 너무나 어려워 반드시 승진하고자 했고 나의 이 투쟁의 길을 후배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여전사처럼 뛰어다녔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청년들을 생각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처우가 제자리 걸음을 하다못해 역성장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답답하고 화가 났다.



수연의 죽음과 관련해서 박기자는 자신의 선배가 더 흥분할 줄 알았는데 너무나 차분히 선입견을 가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사회는 선과 악의 대립구도가 아니고 이익의 충돌이라고. 박기자는 혼란스럽다. 어디서 용기를 내야하고 어디서 물러서야할지. 입을 다물기에는 불의를 참아야 하고 입을 열자니 자신의 밥그릇을 뺏길 것이고.



열정적으로 일하던 기자들의 매뉴얼이 되었던 국장은 지금은 기생충이 되었고 자신이 존경하고 따르고 싶던 선배는 기자직을 그만두고 이 나라를 떠난다고 하고 실력은 있으나 학벌로 인해 부장인턴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수연, 이러한 캐릭터들이 너무나 생생해 책 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다. 현재 비정규직과 인턴제도에 대한 비꼬임, 조직의 악의 축들에 대한 선의의 입장을 너무나 명확한 필체로 보여주는 정진영의 <침묵주의보>. 기자인 본인의 경험을 그대로 녹여 놓은 현장감이라든가 사회의 부조리를 밝히는 일에 앞장서는 언론사의 뒤떨어진 시대상은 현재 우리나라가 어디쯤 서있는지 좌표를 알려준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사건을 튼튼한 필력으로 무장한 현실지적은 비단 기자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근로자가 모두 공감할 이 시대의 자회상을 그리고 있다. 오늘 밤에 JTBC에서 '허쉬'라는 제목으로 드라마화 되어 방영된다고 하니 드라마는 원작과 달리 어떻게 그려갈지 궁금하다.





내가 생각하는 용기는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아니다. 

두려운 데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자세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는 만용이다.

나는 대책 없이 포화 속으로 뛰어드는 군인이 용감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용기 중 하나는 

직장인이 사표를 제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사표 제출은 앞으로 먹게 될 밥의 질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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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바스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박종대 옮김, 함지은 북디자이너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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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바스 I 파트리크 쥐스킨트 I 박종대 옮김 I 열린책들





우리 모두가 뿌리를 박고 있는 어머니 대지이자 음악적 영감에 양분을 공급하는 에너지원이자,

비유적으로 말해서 그것의 사타구니에서 음악적 씨앗을 만들어 내는 진정한 창조의 극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맥주를 한 잔 하며 브람스 교향곡 2번을 들려주는 한 남자. 콘트라바스의 소리를 들었냐고 묻는 이 남자는 국립 오케스트라 소속 콘트라바스 연주자이다. 콘트라바스라는 악기는 모든 악기의 토대가 되며 콘트라바스가 없는 오케스트라는 상상도 할 수 없고 콘트라바스는 남성이지만 여성적 악기이며 태초의 악기임을 피력한다. 하지만 곧 그는 연습을 위해 집에 엄청난 돈을 들여 방음장치를 했고 오페라 연주 후에는 엄청난 땀을 흘려 평소 체력을 키워두지 않으면 콘트라바스를 연주하기 어렵다고 일침을 놓는다. 거기에 더해 처음부터 콘트라바스를 연주하는 이는 없으며 더욱이 콘트라바스를 연주하는 어린아이는 없다고.




콘트라바스라는 악기는 비와 추위에 약해 극한의 상황에서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줘야 하고 덩치가 커서 의인화시킨다. 항상 자신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어 부딪치거나 하다못해 여자와 단둘이 있을 때도 녀석은 모른척하지 않고 우리가 무슨 짓을 하는지 감시하고 있다는 콘트라바스를 향해 그는 악담을 늘어놓는다. 끔찍한 악기라고. 뚱뚱한 노파같으니! 히프는 축 처지고 허리는 한마디로 참사이며 가늘지도 않지만 심지어 길기까지 하고. 어깨는 좁고 곱사등이처럼 축 늘어어져 있어.... 바로 콘트라바스의 발전사적 이유 때문인데 위쪽은 바이올린같고 아래는 비올라 같아서 모든 악기 중에서도 가장 못생기고 둔하고 기품 없는 악기이며 괴물같고 박살내고 싶다고 심지어는 불에 태워버리고 싶다고 악담을 쏟아놓는다.




오랜동안 콘트라바스와 함께 하며 콘트라바스를 연주하기 위해 애쓴 시간들이 있었고 그(콘트라바스)와의 하모니를 위해 손에서 타는 냄새가 날만큼 굳은 살이 박히며 노력해 온 연주자는 사실상 콘트라바스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다. 콘트라바스의 역사나 콘트라바스 연주법과 악곡들은 배움으로 되는 일이지만 콘트라바스를 의인화시켜 생각하며 뚱뚱한 노파로 보이는 콘트라바스는 그의 영혼에 자리잡은 동반자같은 악기이다. 그러므로 그는 마치 자신에 대한 질책을 콘트라바스에 퍼부으며 맥주 한잔 하며 넋두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오케스트라가 인간 사회의 복사본이라고 표현한다. 어디건 더러운 일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무시를 받는데 마치 콘트라바스 연주자 또한 마찬가지라는 듯 얘기하며 그는 사랑하는 사라를 떠올리며 그녀를 안고 싶은 충동을 콘트라바스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오른 손으로는 마치 활로 그녀의 엉덩이를... 왼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잡고 마치 G현의 셋째 마디를 짚듯이 독주하듯... 하며 콘트라바스가 매우 에로틱한 악기임도 놓치지 않고 말이다. 그는 오랜 시간 콘트라바스와 함께 해온 시간을 돌이켜 본다. 이것은 바로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맥주 한 잔 하다보니 내일 있을 연주회를 예상하며 그의 인생을 몽땅그리 차지한 만만한 콘트라바스에 대해 사랑, 미움, 증오, 집착, 애착, 지겨움, 애증을 담아 주저리주저리 넋두리와 푸념을 내뱉는 콘트라바스 연주자의 독백이었던 것이다.




음악은 이성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저 높은 곳에 있다.

세상 만물을 지배하는 힘이,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힘이 이 음악에서 나온다. -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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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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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I 파트리크 쥐스킨트 I 유혜자 옮김 I 열린책들





그러니 제발 나를 좀 그냥 놔두시오!




나는,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나무타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에 있었던 일을 추억한다. 나는 날 수도 있었을거라고 생각하고 같은 학급에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었으며 피아노를 배워야했다. 그리고 동네에 어디서 왔는지, 이름도 모르고, 왜 그러는지도 모르는 아침부터 밤까지 늘 걷기만 하는 좀머 씨가 있었다. 하루는 아버지와 경마장에 다녀 오는 길에 갑자기 주위는 어두워졌고 돌풍이 휘몰아치며 굵은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차를 옆에 세우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는데 슬슬 빗방울이 얇아지고 이슬비가 내릴 때였다. 그때 좀머 씨를 보았고 아버지는 그에게 차에 타기를 종용했지만 좀머 씨는 끝내 거절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좀머 씨는 폐쇄 공포증을 앓고 있고 온 몸이 떨려서 의자에 앉아 있지도 못해 하루종일 걷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자전거를 배웠고 시계도 없이 집에서 출발해서 늘 간신히 미스 풍켈 선생님 댁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날은 하르트라웁 박사님 댁의 테리어 한마리가 바퀴달린 것만 보면 짖어대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계속해서 자동차와 행인들을 만나 지각하게 되었는데 미스 풍켈 선생님은 화가 많이 나셨고 연습을 하지 않은 것에 무지 화가 났으며 말을 할 때 침이 내 목덜미로 튀었고 손수건으로 코를 풀었는데 재채기를 할 때 코털에 붙었다가, 그곳을 훔칠 때 집게 손가락으로 옮겨 붙어 건반에 하필 내가 쳐야 하는 그 자리에 녹황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코딱지가.....!



미스 풍켈 선생님에게 혼나고 짐을 싸서 나온 '나'는 세상 전체가 불공정하고 포악스럽고 비열한 덩어리일 뿐 아무것도 아니라는 분노에 찬 자각으로 그 사람들이랑 어울려 살지 않고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리라 마음 먹는다. 그리고 그들에게 복수를 하고자 자신의 죽음을 계획하지만 '나'는 어떤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의 근원지는 좀머 씨의 호두나무 지팡이 소리였고 곧 아저씨를 살필 수 있었다. 아저씨는 어떤 소리를 내고 있었다, 신음에 가까운.



내가 어째서 그렇게 오랫동안 또 그렇게 철저하게 

침묵을 지킬 수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이나 죄책감 혹은 양심의 가책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나무 위에서 들었던 그 신음 소리와 빗속을 걸어갈 때 

떨리는 입술과 간청하는 듯하던

아저씨의 말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




<좀머 씨 이야기>는 한 소년의 아름다운 유년시절의 이야기이다. 마치 자신이 날아다닐 수 있었을거란 믿음을 지닌 것이나 좋아하는 여자친구와의 하교길에 대한 설레임으로 이것저것 준비하는 모습, 그리고 너무나 웃기지만 속상해지는 선생님의 코딱지 사건 등은 마치 나라를 불문하고 어린시절 한 번쯤은 겪는 성장통같은 이야기들이어서 흐믓하게, 때로는 박장대소하며,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었다.



하지만 우리의 유년시절을 돌아보면 한 번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슬픈 기억이나 힘들었던 일들, 또한 누구와의 절절한 약속지키기 등의 비밀스런 일들이 하나 쯤은 있다. <좀머 씨 이야기> 속 '나'도 이상스레 보이는 좀머 씨와 나와의 비밀같은, 어느 누구도 모를 일화를 간직한다. 그것은 어찌보면 정말 좀머 씨를 배려하기 위한 일이기도 했고 어찌보면 어린 '나'로서는 어찌할 바를 몰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당시의 사람들에게 특이해 보이는 좀머 씨는 누군가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조차 원치 않으며 오히려 자신이 어찌되든 상관말아달라는 태도였고 그의 걷는 모습이 주는 느낌은 어느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그것이었다. 그의 걷기는 생존기였다.



여기 죽음으로부터 도망쳐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걸었던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무엇때문에 투쟁에 가깝도록 걸었던 것일까? 공포증으로부터? 공간으로부터? 아니면 고통으로부터?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지만 '나'는 그의 선택을 지켜보았고 이제야 그 선택에 대해 추억한다. 그리고 어느 누구에게도 좀머 씨의 선택에 대해 말하지 않고 침묵한다. 두려움이나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간청하는 듯한 그의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소설 속 '나'가 아닌 독자인 '나'는 그의 선택을 존중할 수 있었을까? 그의 간청어린 말에도 그를 그냥 놔두었을까? 한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선택권이 온전히 한 인간의 것이라면 나는 그를 말릴 수 없었을까? 오랜 시간 만들어진 나의 가치관은 막상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으로 표출될 것인가? 답은 없고 질문만 쏟아진다.



짧지만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그 많은 생각들을 결정 짓기에는 너무 무거운 주제였던 <좀머 씨 이야기>. 좀머씨의 그냥 좀 놔두라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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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 -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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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I 채사장 I 웨일북




"자아와 세계는 하나다."

우주의 창조와 소멸을 말하고 물질의 탄생과 생명의 의미와 모든 존재하는 것의 가치를 논하는 자,

이렇게 놀라운 초월적 존재는 다른 무엇이 아니라 당신이다.

당신이 세상을 보는 유일한 자이고, 세상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최후의 존재다.




저자는 이번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에서 세계와 자아는 하나다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는 왜 이야기 하려고 하는가? 바로 인문학이라는 거대한 사유가 다루는 세 가지 범주가 이 명제 안에 함축되어있기 때문이다. 세계란 무엇인가, 자아란 무엇인가, 세계와 자아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가 바로 그것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은 한 권으로 현실 세계를 통달하는 지식여행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는 한 권으로 현실 너머를 통찰하는 지식 여행서라는 부제가 달렸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은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라는 부제가 달렸다. 다시 말하자면 지대넓얕 1은 현실세계를 지대넓얕 2는 현실 너머를 다뤘는데 시기 상으로는 고대, 중세, 근대, 현대를 다뤘고 세계관은 이원론의 시대였다. 지대넓얕 0은 고대부터 고대 이전까지 다루며 이 시기의 세계관은 일원론(세계와 자아는 하나다)의 시대였다. 지대넓얕 0은 우주, 인류, 베다, 도가, 불교, 철학, 기독교에 대해 다룬다.  



다시 저자의 이 책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서 말하자면 세계와 자아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며 그것을 위대한 스승들의 거대사상을 통해 밝히려한다. 그는 세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때문에 우주부터 살핀다. 오랜시간동안 우주는 유일하고 시간의 시작이 빅뱅부터라고 생각해왔지만 최근의 연구로는 시간 이전의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다중 우주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이런 우주를 이해하려는 것, 왜 우주를 이해하려는가에 대한 답으로 "그것은 우주의 자기반성 과정이다."라고 한다. 그는 이제 인류에 대해 얘기한다. 138억년의 시간 속에 지질 시대를 살펴보며 최초의 생명 탄생을 지켜보았다. 인류의 조상을 만났고 문명이 탄생되며 문명으로 인해 인간은 유례없는 풍요와 안전을 보장받았지만 인간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이로 인한 새로운 갈등과 욕망이 인간의 내면에 자라나기 시작했다. 고대인의 삶도 지금 현대인의 삶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저자는 베다와 도가, 불교, 철학, 기독교를 통해 위대한 스승들을 알아본다. 그들은 축의 시대에 등장했다. 축의 시대란 카렌 암스트롱에 따르면 인류 정신사에 거대한 전환점이 된 시대였다. 4천 년 전, 인도 서북부 지역에 정착한 아리아인의 경전이었던 베다는 인도 사상의 근간을 이루며 베다, 우파니샤드, 힌두교로 전통이 이어졌다. 그 핵심은 범아일여였다. 범아일여란 '세계와 나는 하나다'라는 의미이다. 첫 여행지로 인도 대륙을 횡단했고 다음은 중국 사상의 대륙을 횡단한다. 바로 도가에 대해서 알아보는데 노자와 공자, 그들이 가졌던 근본물음은 동일했다. 중국 사상에서는 인도의 범아일여 사상처럼 우주와 자아의 관계를 밝히고 자아의 내면에서 우주의 본질을 밝히고자 하는 시도를 만나보았다.



불교를 통해 붓다의 가르침과 독립해서 존재하는 세계나 자아를 인정하지 않고 자아의 내면 안에서 세계의 실체를 이해하려는 일체유심조를 알아보았다. 인도와 중국을 아우르는 고대 동양의 근원적인 사유방식은 자아와 세계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일원론에 기반을 둔 것을 알아보았는데 과연 서양은 어떨까? 서양은 동양과는 반대의 길을 걸었다. 고대에서 시작된 이원론적 세계관은 철학과 종교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근대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18세기 칸트가 초월적 관념론을 제시함으로써 일원론적인 탐구를 시작했다. 동양은 고대의 일원론으로 시작해 근현대에 그것을 잃어버리고 서양의 이원론을 받아 들인 것에 비하면 서로 상반되는 것이다.

플라톤 이후의 서양 철학이 세계를 이데아와 현실로 나누고 세계와 자아를 양분해 온 것처럼 기독교는 세계를 천국과지상으로 나누고 신과 인간을 양분해왔다. 이러한 면은 타 종교에 대한 불관용과 이단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통해 이루어진 면이 있다.






채사장, 그와의 동행은 길었고 어려웠으며 반갑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으며 새롭기도 했다. 세 권의 여행을 통해 이 세상은 너무나도 복잡 다단하게 느껴졌으며 고대인들은 고민했고 그들은 지혜로웠다. 현대인의 고민은 고대인들과 다를 바가 없었으며 고대인들보다 지혜로워지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고대인들의 지혜가 더욱 빛이 나는 듯하다. 지금까지 위대한 스승들의 거대사상을 통해 자아란 무엇인가? 세계와 자아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단순하다고 생각되었던 세계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우주의 빅뱅, 아니 그 이전의 우주부터 시작해서 인류와 스승들의 거대사상을 두루 알아보았다. 저자는 왜 21세기에 이 세계관을 들먹이며 알아보려고 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현재 우리는 이원론의 세계에 태어나서 그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죽는다. 자기 내면의 가려진 영역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우리가 이원론의 세계관 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세계와 자아가 하나라는 일원론의 세계관으로 들어가 그곳의 주인이 나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기를 권하고 있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해 그는 일곱 개의 준비운동을 추천한다. 나를 멈춰 세우는 운동으로 책을 통해 여러분이 확인하길 조심스레 권유해본다. 기나긴 여정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을 찾으라는 메세지로 들린다. 그리고 위대한 진실과 마주한 뒤 내가 깨달은 진실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라 말한다, 위대한 스승들이 그러했듯.



책을 읽을수록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검증했을까라는 생각때문에 저자의 책쓰기 과정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고 읽으면서 그의 똑똑함에 부럽기도 했다. 현대 우리의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배움들이 어울려 융합이 되어 비경험에도 교훈을 깨닫는 사유를 하기 시작하는 때는 언제일까? 사람마다 그 시기는 다르겠지만 연륜이 쌓이는 그 시기는 아마 어느 정도의 지식 위에 그것이 지혜로 변해가는 시간이 더해져야 가능할 것이다. 나는 감히 지대넓얕 시리즈를 읽고 나면 바로 지혜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까지 내가 배웠고 배워야 했을 모든 것을 만나고 거기에 나의 자아까지 찾아볼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 바로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시리즈, 감히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지식으로 만났지만 지혜로 마무리되는 너무나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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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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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I 데이비드 발다치 I 황소연 옮김 I 북로드





"언제쯤 끝이 날까, 형제여.

네가 말해봐."




미식축구 선수였던 에이머스는 경기 도중 사고로 과잉기억증후군을 얻었고 그는 인지연구소에 각종 검사를 받았다. 그처럼 특이한 경우는 없었기에. 그후 치료를 돕던 캐시와 결혼하고 가정을 이뤘지만 어느 날 괴한으로부터 가족을 잃고 그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형사라는 직업도 버리고 노숙자가 되었다가 탐정을 하던 그는 옛 파트너의 전화를 받는다, 가족을 죽인 범인을 체포했다는. 맨스필드 고교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경찰서가 한산한 틈을 타 변호사로 위장하여 만난 범인, 세바스찬 레오폴드는 범인이 아니었다. 그가 풀려나자 그를 미행했고 그와 관련된 기억을 떠올려봐도 아무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는 에이머스.



한편 에이머스를 딱히 여기며 기회를 주는 멀리 서장으로 인해 맨스필드 사건에 투입된 에이머스는 범인이 '예수'라는 이름을 가진 이로 첫 희생자인 데비 왓슨이란 인물을 통해 학교 지하에 대피소를 이용하여 범행을 준비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하나씩 살해되는 에이머스의 주변인물들, 사건 현장에 나타나는 범인이 에이머스에게 던지는 메시지들은 범인이 에이머스를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이 누군지 알아주길 바라고 있었다. 범인이 노리는 것은 에이머스. 범인은 누구이며 주변인들을 죽일만큼의 에이머스에게 어떤 원한이 있는걸까? 그의 기억회로 속에는 그런 인물은 없는데, 범인은 누구인가?






"또 틀렸어. 그자가 이미 썩었다면 넌 너무 오래 걸린거야.

계속 노력해봐, 성공할 수도 있으니까. 아닐 수도 있고.

키스와 포옹을 보내며, 너의 형제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속에는 주목할 이야기들이 참 많다. 주인공 에이머스가 사고로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데 감각 신경의 통로들이 교차했는지 숫자와 색깔이 연결됐고 시간도 그림처럼 눈에 보인다. 공감각자라고도 하는데 굉장히 드문 경우라고 한다. 그가 인지연구소에 있을 당시 그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이들과 함께 생활했는데 머리에 전극을 꽂고 두뇌활동을 측정하며 각종 생리학적 연구를 당했다. 일반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생쥐 실험하듯 실험의 대상으로 전락한 이들이 많았다는데서 소설이지만 소설이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것에 씁쓸하다.



또한 강자들의 횡포로 인하여 상처받고 고통받는 약자가 등장하는데 자신이 선택한 삶이 아님에도 자신의 괴로움을 호소할 곳이 없었고 부모마저 횡재의 수단으로 여기고 돌보지 않아 결국 악마가 되버리는 이야기는 어느 사회나 있지만 인간이 이렇게까지 악한 존재라는 대목에서 참 슬퍼진다. 언제쯤이면 이런 약자들이 약자가 아닌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싶다.



에이머스는 천재형사다. 마치 수수께끼를 풀 듯 단서를 변환시켜 점점 수사를 좁혀 나간다. 수사과정은 굉장히 복잡하고 거칠며 안개 속을 헤메는 기분이다. 단서를 잡은 듯하면 빠져나가고 잡은 듯하면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다. 그 모래알을 하나하나 주워 추리해, 수사망을 좁혀가는 과정은 나도 모르게 '재밌다'라고 중얼거리게 만든다. 에이머스는 타고난 형사체질이다. 타고난 추리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액션 스릴러치곤 신사적이며 수사과정이 굉장히 재미있는 데이비드 발다치의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 추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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