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사냥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2
J.M.바스콘셀로스 지음, 박원복 옮김, 김효진 그림 / 동녘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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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처음 읽었던 건 아마도 중학교 입학을 몇 달 앞둔 6학년 때였던 것 같다. 읽었다는 기억만 나고 "제제"라는 주인공 이름만 기억할 뿐 내용은 하나도 기억을 못했다. 철이 덜 든 6학년에게는 그다지 큰 감동이 아니었나 보다. 시간이 흐르고 30대, 내 큰아이가 3살 때 다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었다. MBC에서 진행하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프로그램에서 소개했고 옛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구매하고 읽게 된 거다. 그리고 약 2주를 앓았다. 어떻게 아이에게, 그저 호기심이 많고 자신의 생각을 행동해 보고 싶은 다섯 살의 아이에게 그렇게까지 행동할 수 있을까, 절망적일 정도로 빠져들어서 헤어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30대 마지막 즈음 논술 선생님이 되고 매년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매년 울었다. 읽을 때마다 기구한 제제의 삶이 견딜 수가 없어서, 겨우 5살에 철이 들어버린 제제를 어찌할 수 없어서.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2편인 <햇빛사냥>과 3편 <광란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언젠가 꼭 읽어야겠다, 생각한 것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끝이 그나마 조금은 행복해진 채로 마무리되었기에 괜히 그 뒤의 불행한 이야기를 읽게 될까봐 두렵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속지에 쓰인 다른 착한 형제들의 죽음과는 다르게 작가는 살아남아 훌륭한 작가로 성공했으니까 어쩌면 조금 나아진 내용이 아닐까 하면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3부작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2편 <햇빛 사냥>은 제제의 10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편에서 아버지의 직장을 구하고 그나마 새로운 곳으로 이사해 새로운 삶을 살 것 같던 제제네는 여전히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입을 하나라도 덜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제제는 입양되고 비록 물질적으로는 풍족한 집이지만 깊은 상처가 있는 제제는 끊임없이 외로워한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어렵기만 하고 그런 제제에게 두꺼비 꾸루루가 등장하여 제제의 가슴 속에 자리잡는다.

1편에서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가 제제의 성장에 영향을 주었다면 2편에선 두꺼비 꾸루루가 제제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잘못된 행동을 꾸짖기도 한다. 그러니까, 밍기뉴가 친구였다면 꾸루루는 양심이다. 슈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제제는 뽀루뚜가 아저씨만큼 좋은 어른을 만난다. 학교의 파이올리 수사님은 예민하고 감수성 풍부하고 똑똑한 제제를 온전히 이해하는 인물이다. 너무 과한 잣대를 들이대는 어른들 사이에서 끝까지 믿어주고 애정하는 인물. 이런 분이 곁에 있었기에 제제는 마음껏 탐색하고 행동하고 점점 어른으로 성장한다.

한 아이가 성장하는 데엔 정말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물질적 지원은 물론 끝없는 애정과 훈육,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제제의 끝없는 장난에 혀가 내둘릴 지겨이었지만 결국 입양된 가족을 이해하게 된 제제를 흐뭇하게 지켜보게 된다.

3편 <광란자>는 20대의 제제 이야기다. 익히 작가나 험난한 경험을 통해 작가로 등단했음을 알고 있기에 또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지 정말 궁금하다. 얼른 3편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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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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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면 떠오르는 소설로 많이 꼽히는 소설이기에 왠지 여름이 아니면 읽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었던 소설이다. 작년에 계획했다가 다른 책에 밀려 읽지 못하고 겨울에 잠깐 들었다가 '그래도 여름에....'라는 마음으로 다시 올 여름에 들고 읽었다. 정말로 내내 읽으며 매미 소리와 푸른 나뭇잎들이 함께 연상되는 그런 소설이다. 몇 년이 지나도 그 오감으로 읽었던 기억이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뭔가 특별한 것이 없어도 왠지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고 깊은 감동이 남기 때문이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또한 마찬가지다. 430페이지나 되는 긴 책의 줄거리를 말하라면 딱히... 길지 않다. 그런데 이 안에는 한 장인의 가치관이, 후배와 직원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를 믿고 따르는 이들의 존경과 마음이 함께 어우러진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초년 건축가 '나'는 평소에 존경하던 무라이 설계 사무소에 뽑지도 않는 이력서를 넣었다가 채용이 된다. 이 무라이 설계 사무소는 일본의 건축가 양대 산맥 중 하나인 곳으로 전통과 현대를 잘 섞어 부드러움과 함께 실용성을 강조하는 곳이다. '나'가 채용되고 나서 국립도서관 경합이 열리고 가장 모던하고 가장 화려한 디자인을 뽐내는 후나야마 게이이치와의 대결이 점점 다가오는 와중에 여름마다 향하는 '여름 별장'에서의 나날이 펼쳐진다.

책 속에서 묘사하는 건축에 대한 스케치 하나 없이 상상해야 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실존하는 몇몇 건축물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읽게 되면 책 속의 무라이 건물을 찾아가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들이 열정을 불태웠던 '여름 별장'을 나도 갖고 싶다거나 하면서 하나도 알지 못하던 건축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라이라는 장인 건축가가 함께 사무소 속 직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라든가 자신이 약해졌을 때를 대비해 준비해 놓는 방식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읽으며 무언가 찡~한 깊은 울림을 받게 된다.

여름 휴가 때 두꺼운 책 한 권을 읽어냈다는 자긍심과 진한 감동 속에서 오감으로 읽는 경험을 해보고 싶으시다면~ 완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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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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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고전적인 제목 때문에 뭔가 꺼려지는 느낌이 없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읽는 이동진 님 추천 책이니까~^^ 구매해 두고 지켜보다가(진짜 나쁜 습관이지만 이러지 않으면 읽고 싶지 않은 이... 기분.ㅠㅠ) 복숭아의 계절을 맞아 들고 읽기 시작...ㅋㅋ

탐스런 복숭아 표지의 복숭아 가운데 쯤에는 어릿한 실루엣이 보이고 그 실루엣은 강 한 줄기와 한 사람의 뒷모습이다. 뭔가 웅장한 내용이 될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한 소녀의 등장부터 첫 눈에 반한 아찔한 첫사랑의 느낌과 이어 불편한 혐오감이 후다다닥 전개된다. 빅토리아의 상황을 알게 되면서 다시 앞뒤 표지를 펼쳐 들여다 보고 이 작품이 1940년경 미국이라는 배경을 알게 되면 그 혐오감이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제발 빅토리아가 너무 힘든 삶을 살게 되지는 않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윌이 남긴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간다는 것이 어찌 보면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운명이 존재한다고 믿지는 않지만 지금 들쑥날쑥 삐죽삐죽한 롤러코스터같은 삶이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는 결국 추억으로 남아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의 노력을 하면서 그저 묵묵히 내 자리에서 성실하다면 못 버틸 운명 따위 없다.

인생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책, 역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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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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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 작가의 세 번째 읽은 책이다. 사실 작가 이름을 알린 것이 <오베라는 남자>였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읽고 싶었으나 책을 구하는 것이(몇 년 전부터 도서관 이용 아니면 중고도서로 구매하기 때문에) 여의치 않아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제일 먼저 읽고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을 읽고 나니 작가의 완전 팬이 되어 버려 <오베라는 남자>를 꼭꼭! 읽고 싶었다. 어느 날 큰 딸이 드디어 중고서점에서 구매해 온 <오배라는 남자>! 또 이리저리 밀려 한참 시간을 띄운 후 이제서야 읽었다.

역시 좋다. ㅠㅠ 어둡지 않고 엉뚱하면서 즐겁고 하지만 가볍지 않다. 시종일관 울컥거리기도 하고 킥킥대로 웃게도 만드는 이 힘은, 역시 작가의 필력 덕분일 것이다. 무엇보다 "타인을 향한 사랑"이라는 주제가 더없이 좋아서 이런 등장인물들이라면 이웃해서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아니, 그 전에 내가 그런 이웃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진다.

오베는 부인을 잃었다. 더이상 삶의 의지가 없어 오베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삶을 그만두려 한다. 그런데 그런 계획을 실행하려고 할 때마다, 매일... 무슨 일인가가 생긴다. 자신의 의지이거나 아닌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주변인들을 돕게 되고 오베는 그렇게 하루하루 아내 없는 삶에 동화되어 간다.

정말로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도 그랬지만 <오베라는 남자> 또한 그렇다. 이러니 한 권 한 권 사 모을 수밖에. 극 내향인으로서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은 1인으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서로를 도우며 살아간다면 삶의 의미가 있을 거라고 여기게 만드는 소설이다. 완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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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양장)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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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고 언젠가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극찬하는 여러 분들이 있어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하는 생각이 들었던 책. 표지를 보고 어디서 본 것 같은 디자인이다~ 생각은 했지만 막상 떠올리지 못하다가 책 속 "네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야 앗! 하고 놀랐다. 아, 그러니까 바로 이 책이 영화 <콘택트>의 원작이었구나...하고.

책은 총 8편의 단편과 창작 노트로 구성된다. 첫 단편인 "바빌론의 탑"이 얼마나 신선했던지, 도대체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극찬하는지 이해됐다. "이해"와 "네 인생의 이야기", "일흔두 글자", "지옥은 신의 부재"나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 모두 SF 라 정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역을 넘나들고 힌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정신이 홀딱 빠질 정도였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딱 나의 한계다..ㅋㅋㅋ

"영으로 나누면"과 "인류 과학의 진화"는 아무리 해도 이해 불가다. 도대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오히려 다른 작품을 내가 이해했다는 데 위안을 삼을 정도. ㅎㅎ 뭐 딱 두 편만 이해하지 못하고 나머지 단편을 정말 너무 좋았기 때문에 거기에 충분히 소장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책을 읽었으니 영화를 보러 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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