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마리 달마시안 고전 영화 그림책 3
도디 스미스 지음, 스티븐 렌턴 그림, 최지원 옮김, 피터 벤틀리 각색 / 미운오리새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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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때가 되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TV에서 참 많이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이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니고 명작, 성경, 신화에 기반한 서양 이야기여서 우리 것이 아닌 것을 아이들에게 심어준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 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들 덕분에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요즘 아이들 프로그램은 온통 배틀이나 몬스터, 공주 등 우리가 만들었지만 오히려 더 안좋은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거든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디즈니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나 성경 이야기를 보는 걸 무척 좋아했어요.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서양을 이해하는 면에서 성경은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요.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디즈니 작품들이 많은 편견을 심어준다는 평가가 있어도 디즈니에 대한 향수를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런데 이번에 만나게 된 <101마리 달마시안>은 그런 어릴 적 향수와 편견을 모두 흡수한 책인 것 같아 아주 좋았답니다. 디즈니 고전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101마리 달마시안> 이야기가 원작을 토대로 다시 각색하여 만들어진 책이거든요. 디즈니의 그림들이 워낙 강력해서 고정된 이미지들이 있는데 그런 이미지들과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 않나 싶습니다. 




아주 오랫만에 보는 <101마리 달마시안>은 저도 아주 새롭게 읽었는데요. 퐁고와 미시즈라는 달마시안 부부가 행복하게 살고 있던 디얼리 부부의 집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부부 달마시안에게 귀여운 강아지 15마리가 태어나죠. 성격도 덩치도 모두 다른 이 귀여운 강아지들 앞에 위협적인 존재가 등장해요. 




바로 낯선 여자 크루엘라에요. 크루엘라는 강아지를 모두 사겠다고 하지만 디얼리 부부는 팔지 않겠다고 해요. 크루엘라의 속셈은 달마시안 강아지들을 모아 모피 코트를 만들 계획이었죠. 그리고... 다음 날 강아지들이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미시즈와 퐁고 부부는 강아지들을 모두 찾을 수 있을까요? 


일러스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조금 떠올리게 하지만 또 조금 달라서 디즈니를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편견 없이 다가갈 수 있어요. 페이지가 전체 일러스트로 꽉 차 있고 글이 군데군데 편집되어 있어 사실 페이지를 펼치면 조금 산만한 감이 없지 않아요. 그런데 막상 읽다 보면 박진감 넘치는 이 이야기를 잘 이끌어가는 편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아지들끼리 서로 도우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달마시안들이 한꺼번에 잡혀있는 곳이 어디인지, 그곳에서 어떻게 탈출하고 도망갈 수 있었는지는 모두 다른 개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들이었죠. 또, 모피 코트에 대해 이야기나눌 수 있었어요. 아름다움을 위해 동물의 가죽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그것을 누구나 사랑하는 개를 이용하여 보여주니까 아주 확실하게 각인되는 것 같아요. 


처음 아이와 읽을 때에는 이 긴박한 스토리를 그냥 따라가면서 읽었어요. "어휴~ 다행이다"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읽을 때에는 다른 이야기들도 나누면서 읽으니 정말 좋았답니다. 애니메이션만 보았을 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인데 말이에요. 다른 작품들도 이렇게 접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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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질 수 없어 철학하는 아이 11
마르 파봉 지음, 마리아 지롱 그림, 고양이수염 옮김, 유지현 해설 / 이마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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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이 있는 물건들이 있다. 짝이 없으면 쓸모가 없어서 버려진다. 한 켤레, 한 짝으로 세는 단위들 말이다. 장갑 한 짝, 양말 한 켤레, 구두 한 켤레 등. 둘 중 하나만 닳거나 뚫리거나 찢어지면... 다른 멀쩡한 쪽까지 함께 버려진다. 하나로는 쓸모가 없으니까. 


아이가 좋아하는 책 중 <티나의 양말>이라는 그림책이 있는데 그 책에는 구멍난 양말 한 쪽 때문에 일부러 다른 양말을 코디해서 신는 티나가 등장한다. 아이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그림책이었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꼭 남이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대로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떨어질 수 없어>도 비슷하게 시작했다. 그런데 많이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마주의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를 몇 권 가지고 있는데 각각의 책 모두 깊은 울림을 주는 그림책이다.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를 담고 있거나 아이와는 대화 나누지 않을 것 같은 주제를 담담히 보여준다. 강요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에 더 깊게 느껴진다. 




책 속 "우리"라고 이야기하는 서술자는 운동화 한 켤레이다. 클라라에게 선택된 이 운동화 한 켤레는 함께 달리고 춤을 추며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나무를 타다가 한 짝이 찢어지게 되고 찢어진 채로 신을 수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버려진다. 어둡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곳에서 어찌해야 할 지 모르던 운동화는 누군가에게 구해지기를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한 켤레로서만 쓸모가 있던 운동화는 떨어질 수 없는 존재이다. 그 나머지 한 쪽이 찢어졌든, 뚫렸든. 그런데 어느 날 어떤 사람들이 찢어진 한 쪽을 내버려둔 채 멀쩡한 한 쪽만 가방에 넣는다. 평생 함께 할 것 같던 나머지 한 쪽과 떨어진 운동화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두려워한다. 그리고 초록 양말 한 짝과 만나게 된다. 


"이제 한 번 더 버려지겠지. 우리는 짝이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으니까."...본문 중


운동화 한 쪽과 양말 한 쪽은 어덯게 될까. 


어른이 되고 발에 굳은 살이 생기면서 양말을 어느 정도 신다 보면 꼭 어느 한 쪽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발가락 쪽이라면 옛날처럼 꿰매서라도 신겠는데 발바닥이 커다랗게 구멍이 나니 그야말로 쓸모가 없어졌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한 쪽은 멀쩡한데도 버려지기 일쑤이다. 똑같은 디자인의 양말이 있다면 짝을 맞춰서라도 이용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아깝지만 할 수 없이 버리게 된다. 


<떨어질 수 없어>를 보고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밖에 없다. 내게 쓸모가 없다고 해서 모두에게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 말이다. 보편적으로 모두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는 사실도. 


남을 배려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의식적으로 배려하려고 해도 그 나와 다른 이들의 삶을 세세하게 알지 못하면 제대로 된 배려가 되지도 않는다. 역지사지 하려면 그들의 입장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을 읽는다. 양말 한 짝, 운동화 한 짝도 누군가에겐 꼭 그렇게 쓸모있음을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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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 - 지구의 생명 속으로 떠나는 영국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
헬렌 스케일스 지음, 이충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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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물론 모든 과학 분야를 말하는 건 아니다. 대체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모두 궁금하고 알아보고 싶기도 하지만 특히 생물 분야엔 더 많은 즐거움을 느낀다. 가장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 내 주변의 생활 속에 가장 많이 연관된 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최근엔 좋은, 많은 책들이 출판되어 일반인들도 쉽게 과학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최재천 교수님의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아름답다>였다. 워낙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시는 분이기도 하지만 흔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생물들의 생태를 마치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듯이 설명하고 있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아는 주변인들도 특히 아이들도 이렇게 책을 통해 과학을 더욱 가깝게 느낀다면 좋겠는데 워낙 책을 어려워하고 게다가 과학 분야를 읽어야 한다고 하면 고개부터 흔드니 좋은 강연이나 TV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은 영국 왕립 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경연을 모아놓은 책이다. 처음엔 아이들을 모아놓고 아이들에게 쉬운 과학을 설명하기 위해, 이후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TV 를 통해 방송되었고 지금은 온라인으로 누구나 지금까지 했던 강연들을 보고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무려 1825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이 강연은 200년 동안 영국의 많은 아이들에게,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을까. 이것이 바로 선진국의 힘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드니 무척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생물학은 비인기 과목이었는지, 워낙 논란 거리가 많았기 때문인지 오랫동안 강연되지 않았던 분야라고 한다. 그러던 것이 다른 분야만큼 발전한, 무엇보다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발전에 생물학 분야도 이 영광스러운 강연에 한 몫 하게 된 것 같다. 책은 최근의 강연만 편집되어 있지는 않다. 오히려 1911년, 피터 차머스 미첼의 "동물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2009년, 수 하틀리의 "3억 년 동안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훌륭한 강의들 11편을 모아놓았다. 


20세기 초의 강연 내용들은 어쩌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미 익숙하고 너무나 당연한 내용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부터 마지막 강연에 이르기까지의 강연을 쭉 훑어보면서 느낀 점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에 더하여 생물학 분야가 어떻게 발전되어왔고, 어떤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는지를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생물학이라고 하여 과학의 한 분야인 생물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로의 진출, 다른 분야로의 융합으로 우리 인간이 더욱 발전해왔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러니 한 장 한 장 읽으며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 들던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정말 많은 책을 읽고 보아왔는데, <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만큼 아름다운 책을 만나보지 못했다. 옛 책 같은 느낌의 양장도 아름다웠지만 조금은 톤 다운된 진녹색과 금박의 제목, 이 딱 떨어지는 표지 속 나뭇잎 잎맥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모두 비슷할 것 같은 이 표지를 보니 다른 과학 분야의 강연도 모두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었다. 이렇게 조금씩 다른 분야로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책장에 꽂아놓고 눈에 띌 때마다 조금씩 펼쳐보는 즐거움은 큰 행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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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50 -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지만
김혜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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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책 제목대로 <눈 떠보니 50>이다. 어렸을 때에는 얼른 서른이 되고 싶었다. 공부 하고 진로 선택하고 부모님의 싸움 같은 모든 고민하는 중간 과정을 뛰어넘어 가장 행복하고 안정되어 있는 상태가 서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막상 서른이 되고 보니 가정을 이루어 겉으로는 안정된 상태였을지 모르겠으나 이제 막 태어난 아이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남편에 대한 고민으로 또다시 다른 나이를 꿈꾸었다. 십 년 후면 괜찮아질까. 이십 년 후면 괜찮아질까. 항상 십 년 후를 꿈꾸는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좀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고. 50이라는 나이는 또 다르다. 반백 년이라는 말이 있듯이 훌쩍 삶의 반을 넘어버려 뭔가 조바심이 날 것 같은 나이. 게다가 인생의 후반부이므로 좀 더 높은 위치에 서야 할 것 같은 나이. 이제 그런 나이가 머지 않았지만 나만 혼자 제자리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 보다. 


<눈 떠보니 50>은 라디오 PD인 저자 김혜민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 만의 방식으로 단단한 삶을 살고 있는 인사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주제는 역시 그들이 바라보는 50에 대하여, 3040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담고 있다. 책은 크게 5개로 나뉘어 있는데 50이라는 나이가 아직 전성기가 될 수 있다는 점, 젊게 생각하며 활발하게 청년처럼 살아갈 나이라는 점, 가족 간의 관계를 재정비할 나이라는 점, 다시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는 점, 사회와 함께 할 나이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터뷰이들이 무척 흥미를 끈다. 광고계의 전설인 박웅현에서부터 정신분석학자 정혜신, 최근 시나리오까지 자신의 활동 범위를 넓힌 문유석 판사, 홍세화 작가나 사회학자 송호근 등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유명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50이 지난 선배들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소중하다. 꼰대로 남지 않기 위해, 아이들이 다 성장하고 떠난 후의 빈 둥지 중후군을 이겨내기 위해, 평생 직장일 것 같던 곳에서 밀려난 후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해체될 것 같은 가족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만들기 위해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조언해 준다. 


"제게 50대가 어떤 나이냐고 묻는다면 사소함을 주목해야 하는 나이라고 대답할 거예요."...22p 박웅현의 말 중

"나이가 들수록 정말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하며,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내면의 자신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96p 권대욱의 말 중


40대는 앞만 보고 달려갈 수밖에 없는 나이이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 한창 공부하는 나이인 아이들 뒷바라지에 일도 한창 집중해야 하는 나이이다.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뭔가 잘못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바심이 난다. 그런데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니 바로 지금 앞이 아닌 나 자신, 지금의 자리, 내 가족, 무엇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라 한다. 조바심을 내기 보다 아주 사소한 것에 만족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 한다. 그야말로 "나"에게 집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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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가 낳은 천재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9
이나미 리쓰코 지음, 이동철.박은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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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는 한국사와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무척 가깝고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워낙 방대하고 다양한 이 역사를 막상 이야기 하려고 하면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럼 도대체 중국사를 어떻게 공부해야 한 눈에 꾈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우선은 사건을 중심을 통사를 공부한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과 결과를 찾아가며 훑어본다. 그 다음으로 이어져야 할 작업은 사람이다. 그 시대에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를 통해 역사 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 씨실과 날실이 엮이는 것처럼 구석구석이 채워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사가 낳은 천재들>은 아주 탁월한 책이다. 춘추전국 시대 공자에서부터 현대 루쉰에 이르기까지 전 중국사를 통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56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보통 역사 하면 정치적인 것만 생각하기 쉬운데 정치뿐만 아니라 문학가, 예술가와 과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무척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워낙 일획을 그어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역사책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이들도 있어 즐거웠다. 각 인물에 대한 일러스트 같은 얼굴이 먼저 작게라도 그려져 있는 것 또한 책을 읽는데 즐겁게 한 이유이기도 했다. 


책은 가장 유명한 사상가 공자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사상가인 공자의 이야기를 짧지만 확실하게 갈무리할 수 있다. 춘추전국 시대 인물들은 우리가 흔히 알듯 제자백가 인물들이 차지한다. 그동안 중국사를 꾸준히 공부해 왔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한 번 복습의 의미로 읽고 넘어갈 만 하다. 그 뒤는 시대를 평정했던 왕 진시황제와 한무제가 등장하지만 그 이후엔 문장가인 사마상여나 병법가인 반초, 의사 화타 같은 인물을 통해 왠지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무엇보다 끈임없이 나라와 백성을 위해 노력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정치적으로 배타당하든, 자신의 삶이 무너지든 상관없이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한 이들의 이야기는 항상 가슴을 울린다. 근대로 오면 인물들이 더욱 다양해진다. 아마도 고대와 중세에 머물렀던 역사 공부를 질타하듯 말이다. 특히 최초의 편집자였던 풍몽룡의 이야기나 장서가인 모진, 남장 여인 유여시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고 팔대산인의 이야기나 납란성덕의 시는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한다. 


한 번 독파했다고 이들이 모두 내 기억 속으로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길지 않은 짧은 이야기로 되어 있어 이젠 아무때나 잠깐 펴서 한 사람 한 사람 읽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자주 중국사 속으로 들어간다면 나의 중국사 공부가 좀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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