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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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클레어 키건 바람이 불고 있어 하나씩 읽어보는 중이다. <맡겨진 소녀>를 먼저 대여해서 읽었는데, 아주 짧지만 그 감정은 짧지 않아 책을 반납하고서도 한참 동안이나 마음 속에 들어차 있었더랬다. 이래서 좋은 책이구나... 싶었던 순간이다. 마치 눈으로 보는 듯한 묘사에 내가 그 소녀가 된 것 같은 체험을 한 것에 이어 전체적으로도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듯했다. 처음엔 영화도 보고 싶었는데 오히려 영화가 책보다 못하다는 평을 여럿 보아서 그 독서 감상을 헤치지 않으려 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책장에 꽂힌 채로 한참이나 들여다 보다가 (<맡겨진 소녀>보다 훨씬 더 큰 책인 것 같아서) 마음의 준비 후에 집어들었다. 소설가의 온전한 이야기가 아닌,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임으로 훨씬 더 크게 와닿을 것 같아서다.

첫 문단에 어떤 의미를 두지 않고 읽어내려갔다. (그러니까 옮긴이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 알아채지 못했다.ㅠㅠ) 펄롱의 이야기를 따라 읽다가 이 짧은 책이 언제 이야기를 시작해서 어떻게 끝내려나...걱정되기 시작했는데, 잘 생각해 보니 <맡겨진 소녀> 또한 뭔가 문제를 드러내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 따윈 없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 <이처럼 사소한 것들> 또한 마찬가지다. 말도 안되는 사건(아일랜드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을 그저 바깥의 마을 사람들과 그나마 인간적인, 자신의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였던 펄롱을 따라가기만 한다.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한 개인의 이야기인 것처럼.

그러니까 이 소설은 ...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섦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은,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도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119p

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손해 보기 싫어서, 뭔가 피해를 입을까봐 나서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린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나이가 드니 좀 용감해진다.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용기에 오히려 젊을 적 소리소리 지르던 남편이 말릴 지경. 나 혼자 잘 살아봤자 뭐 하겠나~ 내 뒤를 이어 내 자식이, 손자들이 살아갈 세상인데 지금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좀 잃더라도 옳지 않은 것들은 옳지 않다고 말해야 하지 않나.

소설을 읽으며 울컥거리는 건, 바로 이런 감정들 때문일 거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 진실임을 알겠다. 또 읽고, 또 읽어서 작가가 숨겨놓은 많은 것들을 찾아내고 싶다. 역시 훌륭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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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사면 과학 드립니다 과학 드립니다
정윤선 지음, 시미씨 그림 / 풀빛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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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과학책만 읽어서 문학 책을 쥐어주는 게 일인데, 그 외의 아이들은 문학 책만 좋아해서 과학 책이나 사회 책 등 비문학 책을 읽히는 게 최대 목표다. 그러니 만화책이라도 과학이나 사회 이론을 알려주는 책이라면 OK!. 그렇다고 만화책만 읽으면 또 문해력이 떨어지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비문학을 읽히려고 한다. 때문에 재미있는 비문학 책이 있다면 정말 절이라도 할 정도.

아니, 그런데 그런 책이 뙇!!! 있는 게 아닌가~! <과자 사면 과학 드립니다>라는 제목만 봐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고, 표지도 귀여운, 우리가 익히 알고 자주 먹는 과자들로 도배되어 막~ 흥미가 당긴다는 점! 거기다 먹는 것에 환장하는(이런 표현 좀 그렇지만~ㅋㅋ) 아이라면 신나서 읽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조용~히 거실에 깔아두니 역시나~ "엇, 이거 뭐야! 오늘은 이거!" 하고 잠자리 책으로 들고 간다. 오호~ 성공이로세~^^

책을 살펴보자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에서부터 라면과 간식 코너, 음료와 아이스크림, 유제품과 냉장식품 등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간식이 잔~뜩 들어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우리가 자주 보는 제품들을 먹고 마시며 조금쯤은 궁금했을 법한 과학 이론과 개념에 대해 아주 속시원히 설명해 주는 책이다.

왜 과자 봉지 안에는 질소가 들어있는지처럼 익히 알고있는 사실부터 아이셔 캐러멜 속 신맛의 정체나 불*볶음면처럼 매운 것을 먹을 때 물을 마시면 도움이 되는지 등등 다양한 궁금거리들을 과학 이론을 들어 차분히 설명해 준다. 어쩌면 한 번씩은 궁금했지만 찾아볼 생각도 못하고 이해하지 못할 거라며 그냥 넘겼을 궁금증과 호기심을 이 한 권의 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다면 당연히 아이들이 그 호기심을 채우며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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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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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폴 오스터의 전집을 진작부터 구매해 놓고 아직 읽지 못했는데, 벌써 생애 마지막 작품이 출간되어 버렸다. 이럴 땐 항상 망설여진다. 작가의 시작부터 읽어야 할지, 우선 가까운 작품부터 읽어야 할지. 다행이도 추천사에 "오스터의 처음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완벽한 마무리가, 오스터를 아직 모르는 운 좋은 독자들에게는 완벽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라는 금정연 작가의 말에 힘입어 마지막 작품부터 시도해 본다.

<바움가트너>가 읽기 어려운 작품은 아니다. 사유에 사유가 이어지는 작품들은 읽기가 좀 힘든데, 이 경우 이야기에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어 힘들지는 않다. 하지만 2주 넘게 붙잡고 읽었던 이유는, 그 이야기가 두껍지 않은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에서부터 바움가트너 본인의 가정사와 그 너머 어머니, 아버지의 가계도, 부인인 애나와 그 가족의 이야기, 가끔 개입되는 환상까지 너무나 다양하고 너무나 방대한 양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사람의 인생을 여러 장면에서 덧붙여 바라본 느낌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살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두려워지는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바움가트너가 생각하듯 죽음은 언제 어느 때라도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것이고 그 우연은 어쩔 수 없는 거라서 결국, 지금 이 순간들을 소중히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너무 조급하지 않게, 너무 게으르지 않게.

폴 오스터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어떤 작풍이나 하는 것들을 느끼기엔 어림도 없지만 <바움가트너>가 부인을 애도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 행동력 등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 하나씩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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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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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단순히 "책"이라는 글자가 책 제목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고른 책.ㅎㅎㅎ 평생 나는 내가 J인 줄 알고 살았는데 요즘 하는 행동을 보면 사실 난 P였나보다...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ㅋㅋㅋ

장 폴 뒤부아라는 작가는 그저 우리 집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는 책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분명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서평을 찾아보니 없다.ㅠㅠ 아마 안 읽었나보다) 때문에 기억하고 있던 작가다. 또 <프랑스적인 삶>(이 책도 있음. 아직 안 읽음)도 있다. 어쩌다 이 작가의 책을 세 권이나 갖게 되었는지는 생각나진 않지만(10년 넘게 사 모은 책, 이제 구매는 줄이고 소비-독서를 열심히 하는 중) 세 권이나 갖고 있다면 분명 이 작가에게 흥미가 있을 터. 하지만 막상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자 생각했던 내용과는 너무나 다른 내용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기 때문에 계속 읽어내려간다.

그러니까 이 책의 주인공은 중년의 남자다. 책 나부랑이를 쓰고 있지만 신통치 않고 그저 지금까지 어영부영 살아온 느낌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부인과 그쪽 집안에 의해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이혼한 후에도 정착하고, 안정적인 삶이 아닌 무언가 붕~ 뜬 것 같은 말하자면 아직도 정체성을 찾지 못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런 자신을 대하는 주변의 사람들, 스트레스가 쌓여 몸으로 증상을 보내기 시작하는 자신에게 무언가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나'는 아버지가 일 년에 한동안은 낚시하러 떠나셨던 장소, 또한 아버지가 돌아가신 장소로 찾아가보기로 한다.

"이제 막 책 한 권을 끝냈다. 책을 쓰는 동안이나마 나는 살아 있는 사람들은 물론 이미 죽은 사람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었다."...248p

맞서기 두려웠던 마냥 피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맞서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책 한 권 속에서 가장 강렬했던 숲을 통과하는 과정이 주인공에겐 바로 그 과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비록 목숨을 내놓고 한 행동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무모했지만. 끝이 좋으니 다 좋은 걸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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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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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작가가 각인된 건, <향수>를 통해서다. 너무나 강렬한 미스터리 소재에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묘사가 무척 마음을 끌었다. 그런데 작가가 더 좋아진 건, <좀머씨 이야기> 덕분이었다. <향수>와는 완전히 다른 소설이고 잔잔한 듯, 묵직한 소설이 왠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이렇게나 다른 작품을 쓰는 작가라니 정말 궁금하다~ 생각했는데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어떤 상을 준다고 해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신비함을 더해주는 작가.

최근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두 작품을 더 읽었다.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인 <콘트라베이스>와 세 번째 소설인 <비둘기>다. 이렇게 네 작품을 놓고 보니 <향수>만 좀 동떨어진 느낌이다. <향수>는 영화화되었을 만큼 대중적인 소설인 반면, 다른 세 작품은 매니아가 아니라면 읽기가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비둘기>는 느낌 상 <콘트라베이스>와 <좀머씨 이야기>의 중간 정도로 느껴진다.

<비둘기> 속 조나단 노엘은 오랜 기간 아무 걱정이나 큰 사건 없이 조용히 지내왔다. 유년기와 청년기에 너무나 큰 일을 겪었던 조나단에게 이 시간은 더없이 행복한 하루하루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생활하려던 그때, 자신의 한 칸 방 방문 앞에 비둘기가 가로막고 있는 것을 발견하다. 그는 이 비둘기를 본 후 패닉에 빠진다.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느껴지는 요의와 저 방문 앞 비둘기를 뚫고 과연 무사히 출근을 하고, 다시 이 안전한 방으로 귀가할 수 있을까.

조나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술은 마치 <콘트라베이스> 속 주인공의 혼잣말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조나단의 행동과 그 원인을 파헤쳐보면 마치 <좀머씨 이야기> 속 좀머씨와 비슷하다. 조나단은 유년기에 겪은 2차 세계 대전을 다 극복하지 못하고(누구라도 하루 아침에 부모가 사라지는 일을 겪는다면 그럴 것이다) 짜여진 일상 속 쳇바퀴같은 삶을 지향한다. 그 일상 속 "비둘기"는 그에게 침입자와 같을 것이고 오히려 이 비둘기를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하나의 사건은 또다른 하나를 불러내고 이어 연속되는)로 패닉 상태가 지속되는 듯하지만 책의 처음, 어린 시절 아무 걱정없이 비 오는 날 물장구치며 걸었던 그 순간을 떠올리듯 철벅거리며 거리를 걷는 동안(좀머씨의 방황과 비슷하지 않은가! ) 조금씩 자신을 되찾아간다.

나와는 너무나 다른 그 누구라도 그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묘사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이제 <향수>도 한 집합으로 묶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가진 트라우마를 왜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못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읽는 내내 궁금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조나단이라면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 내면 세계를 심도 깊게 묘사한 쥐스킨트의 역작"이라는 설명이 아깝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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