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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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면 떠오르는 소설로 많이 꼽히는 소설이기에 왠지 여름이 아니면 읽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었던 소설이다. 작년에 계획했다가 다른 책에 밀려 읽지 못하고 겨울에 잠깐 들었다가 '그래도 여름에....'라는 마음으로 다시 올 여름에 들고 읽었다. 정말로 내내 읽으며 매미 소리와 푸른 나뭇잎들이 함께 연상되는 그런 소설이다. 몇 년이 지나도 그 오감으로 읽었던 기억이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뭔가 특별한 것이 없어도 왠지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고 깊은 감동이 남기 때문이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또한 마찬가지다. 430페이지나 되는 긴 책의 줄거리를 말하라면 딱히... 길지 않다. 그런데 이 안에는 한 장인의 가치관이, 후배와 직원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를 믿고 따르는 이들의 존경과 마음이 함께 어우러진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초년 건축가 '나'는 평소에 존경하던 무라이 설계 사무소에 뽑지도 않는 이력서를 넣었다가 채용이 된다. 이 무라이 설계 사무소는 일본의 건축가 양대 산맥 중 하나인 곳으로 전통과 현대를 잘 섞어 부드러움과 함께 실용성을 강조하는 곳이다. '나'가 채용되고 나서 국립도서관 경합이 열리고 가장 모던하고 가장 화려한 디자인을 뽐내는 후나야마 게이이치와의 대결이 점점 다가오는 와중에 여름마다 향하는 '여름 별장'에서의 나날이 펼쳐진다.

책 속에서 묘사하는 건축에 대한 스케치 하나 없이 상상해야 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실존하는 몇몇 건축물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읽게 되면 책 속의 무라이 건물을 찾아가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들이 열정을 불태웠던 '여름 별장'을 나도 갖고 싶다거나 하면서 하나도 알지 못하던 건축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라이라는 장인 건축가가 함께 사무소 속 직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라든가 자신이 약해졌을 때를 대비해 준비해 놓는 방식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읽으며 무언가 찡~한 깊은 울림을 받게 된다.

여름 휴가 때 두꺼운 책 한 권을 읽어냈다는 자긍심과 진한 감동 속에서 오감으로 읽는 경험을 해보고 싶으시다면~ 완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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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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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고전적인 제목 때문에 뭔가 꺼려지는 느낌이 없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읽는 이동진 님 추천 책이니까~^^ 구매해 두고 지켜보다가(진짜 나쁜 습관이지만 이러지 않으면 읽고 싶지 않은 이... 기분.ㅠㅠ) 복숭아의 계절을 맞아 들고 읽기 시작...ㅋㅋ

탐스런 복숭아 표지의 복숭아 가운데 쯤에는 어릿한 실루엣이 보이고 그 실루엣은 강 한 줄기와 한 사람의 뒷모습이다. 뭔가 웅장한 내용이 될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한 소녀의 등장부터 첫 눈에 반한 아찔한 첫사랑의 느낌과 이어 불편한 혐오감이 후다다닥 전개된다. 빅토리아의 상황을 알게 되면서 다시 앞뒤 표지를 펼쳐 들여다 보고 이 작품이 1940년경 미국이라는 배경을 알게 되면 그 혐오감이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제발 빅토리아가 너무 힘든 삶을 살게 되지는 않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윌이 남긴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간다는 것이 어찌 보면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운명이 존재한다고 믿지는 않지만 지금 들쑥날쑥 삐죽삐죽한 롤러코스터같은 삶이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는 결국 추억으로 남아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의 노력을 하면서 그저 묵묵히 내 자리에서 성실하다면 못 버틸 운명 따위 없다.

인생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책, 역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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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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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 작가의 세 번째 읽은 책이다. 사실 작가 이름을 알린 것이 <오베라는 남자>였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읽고 싶었으나 책을 구하는 것이(몇 년 전부터 도서관 이용 아니면 중고도서로 구매하기 때문에) 여의치 않아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제일 먼저 읽고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을 읽고 나니 작가의 완전 팬이 되어 버려 <오베라는 남자>를 꼭꼭! 읽고 싶었다. 어느 날 큰 딸이 드디어 중고서점에서 구매해 온 <오배라는 남자>! 또 이리저리 밀려 한참 시간을 띄운 후 이제서야 읽었다.

역시 좋다. ㅠㅠ 어둡지 않고 엉뚱하면서 즐겁고 하지만 가볍지 않다. 시종일관 울컥거리기도 하고 킥킥대로 웃게도 만드는 이 힘은, 역시 작가의 필력 덕분일 것이다. 무엇보다 "타인을 향한 사랑"이라는 주제가 더없이 좋아서 이런 등장인물들이라면 이웃해서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아니, 그 전에 내가 그런 이웃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진다.

오베는 부인을 잃었다. 더이상 삶의 의지가 없어 오베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삶을 그만두려 한다. 그런데 그런 계획을 실행하려고 할 때마다, 매일... 무슨 일인가가 생긴다. 자신의 의지이거나 아닌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주변인들을 돕게 되고 오베는 그렇게 하루하루 아내 없는 삶에 동화되어 간다.

정말로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도 그랬지만 <오베라는 남자> 또한 그렇다. 이러니 한 권 한 권 사 모을 수밖에. 극 내향인으로서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은 1인으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서로를 도우며 살아간다면 삶의 의미가 있을 거라고 여기게 만드는 소설이다. 완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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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양장)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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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고 언젠가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극찬하는 여러 분들이 있어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하는 생각이 들었던 책. 표지를 보고 어디서 본 것 같은 디자인이다~ 생각은 했지만 막상 떠올리지 못하다가 책 속 "네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야 앗! 하고 놀랐다. 아, 그러니까 바로 이 책이 영화 <콘택트>의 원작이었구나...하고.

책은 총 8편의 단편과 창작 노트로 구성된다. 첫 단편인 "바빌론의 탑"이 얼마나 신선했던지, 도대체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극찬하는지 이해됐다. "이해"와 "네 인생의 이야기", "일흔두 글자", "지옥은 신의 부재"나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 모두 SF 라 정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역을 넘나들고 힌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정신이 홀딱 빠질 정도였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딱 나의 한계다..ㅋㅋㅋ

"영으로 나누면"과 "인류 과학의 진화"는 아무리 해도 이해 불가다. 도대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오히려 다른 작품을 내가 이해했다는 데 위안을 삼을 정도. ㅎㅎ 뭐 딱 두 편만 이해하지 못하고 나머지 단편을 정말 너무 좋았기 때문에 거기에 충분히 소장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책을 읽었으니 영화를 보러 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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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달 다산어린이문학
도미야스 요코 지음, 이구름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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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아름다운 두 소녀의 얼굴이 표지를 가득 채운 <두 개의 달>은 표지부터 시선을 끈다. 닮은 듯, 다른 두 소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다 언제나 신비로움 가득한 "달"이 제목에 들어가니 당연히 읽고 싶을 수밖에 없다.

그런 표지의 첫 느낌처럼 소설의 시작은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보육원에서의 대화는 한 아이에 대한 것이고 누군가가 그 아이를 원한다는 것, 그런데 그 아이는 뭔가 좀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스테리는 아이뿐이 아니다. 이 아이를 원하는 츠다 할머니는 생일과 혈육, 달이라는 단서를 달아 아이를 찾고 있다. 어쩌면 이 아이는 어떤 음모에 이용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가 하면 또다른 곳에서 또다른 아이가 같은 형식으로 츠다 할머니와 연결된다. 츠다는 왜 이 아이들을 찾는 것일까.

앞부분의 진행이 무척 흥미로워서 정말 즐겁게 읽어나갔다. 달과 연관된 이름을 가진 두 명의 아이들, 미즈키와 아키라가 각각 다른 곳에서 지냈지만 이 둘은 같은 눈과 각자의 능력을 갖춘 아이들이라는 설정도 그렇고 어째서 아무 관련이 없는 츠다가 이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았는지도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에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된 두 아이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함께 하는 모습은 무척 흐뭇하기까지 하다.

마냥 판타지일 것만 같던 <두 개의 달>은 서서히 츠다의 비밀이 밝혀지며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로 이어진다. 뒷 표지에 쓰인 츠다의 말, "나로 인해 죽은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돌아오지 못해도 괜찮아."(...뒷표지 중)는 책의 주제로 이어지는 문장이다. 한순간의 실수와 판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하지만 그것을 되돌려놓기 위해 하는 행동은 또 어떤 결말로 이어지는지, 그것을 책임질 수 있는 자만이 결국은 용기내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소중히 해야 함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가장 하기 힘든 일. 그래도 하루를 충실히, 내 곁의 이들에게 감사함을, 오늘도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감에 행복함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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