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공부법 - 전국 최상위권 학생들의 실전 공부 비법
이재훈 지음 / 비엠케이(BMK)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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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1월 초쯤 중 3 기말고사가 끝났다. 작년까지 전기였던 외고, 자사고 입시가 후기로 바뀌었더라도 원서 접수가 12월 초이기 때문에 여전히 중3들만 일찍 시험을 마친 것이다. 중학교 3년 동안의 시험이 마무리 되어서인지 아이들은 연일 학교 축제를 위해, 친구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위해 들떠 있었고 그 시간을 실컷 즐겼다. 외고와 자사고 원서 접수가 끝나고 나서 아무 생각이 없던 엄마는 이제서야 고등학교 공부를 위해 학원을 좀 옮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과정을 위해 여러 곳에 상담을 받다 깨닫게 되었다. 학원가와 발빠른 아이들은 이미 그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고등학교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을 말이다. 따져보니 무려 한 달의 시간 차이가 났다. 조바심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동안 "공부하라"는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알아서 잘 해 온 아이이지만 조부모의 재력과 함께 엄마의 정보가 중요하다는 요즘 아무 생각없이 함께 저녁마다 시시덕거렸던 스스로를 반성하고 아이에게 미안해했다.


그때쯤 <최강 공부법>을 만났다. 엄청 두꺼운데다 페이지 절단면에 "수능대박"과 "수시학격"이라는 말이 팍! 적혀있고 표지도 무척 자극적으로 느껴진다. 이 많은 내용을 다 읽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목차를 살펴보다가 그럴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와 "고등학교 3년 동안", "내신, 수능 준비", "학교 생활 기록부", "수행평가와 비교과", "학생부 자기 소개서"와 "독서 활동", "인터넷 강의"로 구성된다. 목차만 보아도 대학 입시를 위해 어떤 계획을 짜고 어떻게 공부해 나아가는지 얼마나 잘 설명하고 있을지 짐작이 간다. 그리고 지금 당장 이 책을 샅샅이 읽어보지 않아도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나와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은 제 1장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부분이다. 이제 막 고등학교의 새로운 환경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있지만 걱정 또한 가득하다. 중학교 공부와는 또 다르다는 고등학교 공부는 3년을 유기적으로 바라보고 달려야 한다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부터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강 공부법>은 "나"를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더이상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정도이다. 




자신을 알아야 자신만의 공부법이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데 백 번 공감한다. 아이들은 귀찮다는 이유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을 소홀히 한다. 그러니 더없이 중요한 이 부분은 고등학교 입학 전에, 기말고사가 끝나고 시험의 압박이 없는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달라지는 시험 유형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자세히 알려준다. 그 어떤 학원이나 선생님들의 설명보다 더욱 공감이 되었다. 선행을 얼마나 할 것인가... 당연히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쳐야 한다고만 이야기하는 학원가의 설명과는 다르게 각 아이들의 역량에 따른다는 저자의 설명이 훨씬 설득력 있었다. 


내게는 큰 도움이 된 책이다. 무엇보다 각 학원 간담회나 설명회를 쫓아다니는 엄마가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문제는 나보다 아이에게 더 필요한 내용인데 아이가 과연 이 책을 받아들이고 읽어줄 것인가...하는 점이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처음 자신을 알아보는 과정부터 긴 계획, 짧은 계획으로 자신의 미래를 정리해 봤으면 좋겠는데, 들쭉날쭉하는 감정을 어쩌지 못하는 사춘기 한중간 아이에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권유밖에 할 수 없어 아쉽다. 집 안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읽어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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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문장들 - 불면의 시간, 불안한 상념으로부터 나를 지켜내기 위하여
한귀은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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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오는 시간들이 있다. 그런 시간들은 다시 잠이 오게 하기 위해 애를 쓰거나 다른 일을 해서 어떻게든 불면의 외로움, 쓸쓸함을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가끔, 아주 가끔은 그런 고독함을 즐길 때가 있다. 아무도 없는 밤, 나를 방해할 사람, 일도 없는 시간이 좋아서 그럴 때에는 조용히 미뤄뒀던 책을 읽는다.


이런 시간을 나만 겪는 건 아닌가 보다. 사람마다 성격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들 때, 괴로울 때 그런 시간을 만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시간을 만나면 피하고 싶나 보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일상처럼 다가오게 되면 조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그런 불멸의 밤에, 모여든 상념들을 모아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떠오르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모아 적었다. 그리고 이런 글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처음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나도 이런 시간을 조금은 즐겼기 때문이다. 약간의 고독은 자신을 돌아보고 힐링이 될 수 있는 시간이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의, 작가의 문장들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궁금했다. 한편으론 "문장"의 의미를 명문으로 오해하기도 했다고 고백해야겠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완전히 실망했다거나 한 건 아니다. 다만, 처음 이 책을 선택했을 당시의 나와 지금의 내가 조금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 


불면의 밤이 좋았던 이유는, 내 경우 어느 정도 편안함이 기본이 되었기 때문이다. 배부른 소리일까? 고독도, 우울함도, 쓸쓸함도 기본적으로 편안하기 때문에 마음껏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몰아닥치는 어려움, 고난으로 절실히 깨달았다. 너무 급박하고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 오히려 그런 시간조차 사치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경우이다. 


특히 글을 읽으며 알았다. 누군가에겐 쓰지 않으면 안 되는 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혹은 이런 밤이 너무나 괴롭고 힘들고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마다 다르다. 우울 성향이 있으면 있는 대로, 자존감이 높지 않으면 또 그런 대로, 예민하고 감수성이 강하다면 그 예민함, 감수성과 더불어 살면 된다."...25p


확실히 저자는 나와 다른 사람이다. 그런데도 나는 당연히 나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공감하려고 시작했지만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은 독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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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마리 달마시안 고전 영화 그림책 3
도디 스미스 지음, 스티븐 렌턴 그림, 최지원 옮김, 피터 벤틀리 각색 / 미운오리새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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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때가 되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TV에서 참 많이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이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니고 명작, 성경, 신화에 기반한 서양 이야기여서 우리 것이 아닌 것을 아이들에게 심어준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 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들 덕분에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요즘 아이들 프로그램은 온통 배틀이나 몬스터, 공주 등 우리가 만들었지만 오히려 더 안좋은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거든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디즈니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나 성경 이야기를 보는 걸 무척 좋아했어요.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서양을 이해하는 면에서 성경은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요.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디즈니 작품들이 많은 편견을 심어준다는 평가가 있어도 디즈니에 대한 향수를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런데 이번에 만나게 된 <101마리 달마시안>은 그런 어릴 적 향수와 편견을 모두 흡수한 책인 것 같아 아주 좋았답니다. 디즈니 고전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101마리 달마시안> 이야기가 원작을 토대로 다시 각색하여 만들어진 책이거든요. 디즈니의 그림들이 워낙 강력해서 고정된 이미지들이 있는데 그런 이미지들과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 않나 싶습니다. 




아주 오랫만에 보는 <101마리 달마시안>은 저도 아주 새롭게 읽었는데요. 퐁고와 미시즈라는 달마시안 부부가 행복하게 살고 있던 디얼리 부부의 집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부부 달마시안에게 귀여운 강아지 15마리가 태어나죠. 성격도 덩치도 모두 다른 이 귀여운 강아지들 앞에 위협적인 존재가 등장해요. 




바로 낯선 여자 크루엘라에요. 크루엘라는 강아지를 모두 사겠다고 하지만 디얼리 부부는 팔지 않겠다고 해요. 크루엘라의 속셈은 달마시안 강아지들을 모아 모피 코트를 만들 계획이었죠. 그리고... 다음 날 강아지들이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미시즈와 퐁고 부부는 강아지들을 모두 찾을 수 있을까요? 


일러스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조금 떠올리게 하지만 또 조금 달라서 디즈니를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편견 없이 다가갈 수 있어요. 페이지가 전체 일러스트로 꽉 차 있고 글이 군데군데 편집되어 있어 사실 페이지를 펼치면 조금 산만한 감이 없지 않아요. 그런데 막상 읽다 보면 박진감 넘치는 이 이야기를 잘 이끌어가는 편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아지들끼리 서로 도우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달마시안들이 한꺼번에 잡혀있는 곳이 어디인지, 그곳에서 어떻게 탈출하고 도망갈 수 있었는지는 모두 다른 개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들이었죠. 또, 모피 코트에 대해 이야기나눌 수 있었어요. 아름다움을 위해 동물의 가죽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그것을 누구나 사랑하는 개를 이용하여 보여주니까 아주 확실하게 각인되는 것 같아요. 


처음 아이와 읽을 때에는 이 긴박한 스토리를 그냥 따라가면서 읽었어요. "어휴~ 다행이다"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읽을 때에는 다른 이야기들도 나누면서 읽으니 정말 좋았답니다. 애니메이션만 보았을 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인데 말이에요. 다른 작품들도 이렇게 접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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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질 수 없어 철학하는 아이 11
마르 파봉 지음, 마리아 지롱 그림, 고양이수염 옮김, 유지현 해설 / 이마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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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이 있는 물건들이 있다. 짝이 없으면 쓸모가 없어서 버려진다. 한 켤레, 한 짝으로 세는 단위들 말이다. 장갑 한 짝, 양말 한 켤레, 구두 한 켤레 등. 둘 중 하나만 닳거나 뚫리거나 찢어지면... 다른 멀쩡한 쪽까지 함께 버려진다. 하나로는 쓸모가 없으니까. 


아이가 좋아하는 책 중 <티나의 양말>이라는 그림책이 있는데 그 책에는 구멍난 양말 한 쪽 때문에 일부러 다른 양말을 코디해서 신는 티나가 등장한다. 아이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그림책이었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꼭 남이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대로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떨어질 수 없어>도 비슷하게 시작했다. 그런데 많이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마주의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를 몇 권 가지고 있는데 각각의 책 모두 깊은 울림을 주는 그림책이다.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를 담고 있거나 아이와는 대화 나누지 않을 것 같은 주제를 담담히 보여준다. 강요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에 더 깊게 느껴진다. 




책 속 "우리"라고 이야기하는 서술자는 운동화 한 켤레이다. 클라라에게 선택된 이 운동화 한 켤레는 함께 달리고 춤을 추며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나무를 타다가 한 짝이 찢어지게 되고 찢어진 채로 신을 수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버려진다. 어둡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곳에서 어찌해야 할 지 모르던 운동화는 누군가에게 구해지기를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한 켤레로서만 쓸모가 있던 운동화는 떨어질 수 없는 존재이다. 그 나머지 한 쪽이 찢어졌든, 뚫렸든. 그런데 어느 날 어떤 사람들이 찢어진 한 쪽을 내버려둔 채 멀쩡한 한 쪽만 가방에 넣는다. 평생 함께 할 것 같던 나머지 한 쪽과 떨어진 운동화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두려워한다. 그리고 초록 양말 한 짝과 만나게 된다. 


"이제 한 번 더 버려지겠지. 우리는 짝이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으니까."...본문 중


운동화 한 쪽과 양말 한 쪽은 어덯게 될까. 


어른이 되고 발에 굳은 살이 생기면서 양말을 어느 정도 신다 보면 꼭 어느 한 쪽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발가락 쪽이라면 옛날처럼 꿰매서라도 신겠는데 발바닥이 커다랗게 구멍이 나니 그야말로 쓸모가 없어졌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한 쪽은 멀쩡한데도 버려지기 일쑤이다. 똑같은 디자인의 양말이 있다면 짝을 맞춰서라도 이용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아깝지만 할 수 없이 버리게 된다. 


<떨어질 수 없어>를 보고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밖에 없다. 내게 쓸모가 없다고 해서 모두에게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 말이다. 보편적으로 모두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는 사실도. 


남을 배려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의식적으로 배려하려고 해도 그 나와 다른 이들의 삶을 세세하게 알지 못하면 제대로 된 배려가 되지도 않는다. 역지사지 하려면 그들의 입장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을 읽는다. 양말 한 짝, 운동화 한 짝도 누군가에겐 꼭 그렇게 쓸모있음을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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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 - 지구의 생명 속으로 떠나는 영국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
헬렌 스케일스 지음, 이충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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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물론 모든 과학 분야를 말하는 건 아니다. 대체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모두 궁금하고 알아보고 싶기도 하지만 특히 생물 분야엔 더 많은 즐거움을 느낀다. 가장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 내 주변의 생활 속에 가장 많이 연관된 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최근엔 좋은, 많은 책들이 출판되어 일반인들도 쉽게 과학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최재천 교수님의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아름답다>였다. 워낙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시는 분이기도 하지만 흔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생물들의 생태를 마치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듯이 설명하고 있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아는 주변인들도 특히 아이들도 이렇게 책을 통해 과학을 더욱 가깝게 느낀다면 좋겠는데 워낙 책을 어려워하고 게다가 과학 분야를 읽어야 한다고 하면 고개부터 흔드니 좋은 강연이나 TV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은 영국 왕립 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경연을 모아놓은 책이다. 처음엔 아이들을 모아놓고 아이들에게 쉬운 과학을 설명하기 위해, 이후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TV 를 통해 방송되었고 지금은 온라인으로 누구나 지금까지 했던 강연들을 보고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무려 1825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이 강연은 200년 동안 영국의 많은 아이들에게,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을까. 이것이 바로 선진국의 힘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드니 무척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생물학은 비인기 과목이었는지, 워낙 논란 거리가 많았기 때문인지 오랫동안 강연되지 않았던 분야라고 한다. 그러던 것이 다른 분야만큼 발전한, 무엇보다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발전에 생물학 분야도 이 영광스러운 강연에 한 몫 하게 된 것 같다. 책은 최근의 강연만 편집되어 있지는 않다. 오히려 1911년, 피터 차머스 미첼의 "동물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2009년, 수 하틀리의 "3억 년 동안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훌륭한 강의들 11편을 모아놓았다. 


20세기 초의 강연 내용들은 어쩌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미 익숙하고 너무나 당연한 내용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부터 마지막 강연에 이르기까지의 강연을 쭉 훑어보면서 느낀 점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에 더하여 생물학 분야가 어떻게 발전되어왔고, 어떤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는지를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생물학이라고 하여 과학의 한 분야인 생물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로의 진출, 다른 분야로의 융합으로 우리 인간이 더욱 발전해왔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러니 한 장 한 장 읽으며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 들던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정말 많은 책을 읽고 보아왔는데, <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만큼 아름다운 책을 만나보지 못했다. 옛 책 같은 느낌의 양장도 아름다웠지만 조금은 톤 다운된 진녹색과 금박의 제목, 이 딱 떨어지는 표지 속 나뭇잎 잎맥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모두 비슷할 것 같은 이 표지를 보니 다른 과학 분야의 강연도 모두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었다. 이렇게 조금씩 다른 분야로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책장에 꽂아놓고 눈에 띌 때마다 조금씩 펼쳐보는 즐거움은 큰 행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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