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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품은 유리구슬 ㅣ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람과책) 4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박정임 옮김 / 사람과책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래된 것이나 사람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것에는 ’혼’이 머무르게 된단다. 그래서 너도 그렇게 ’살아’ 있는 거란다."....21p
어떤 물건에 특별히 애착을 가지게 되면, 우리는 그 물건을 더욱 아끼게 되고 마음을 나누고 소중히 하게 된다. 그런 마음과 사랑이 점차 그 물건에게로 옮겨져서 그 물건에 ’혼’이 담기게 된다면... 그런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흐뭇하고 기분이 좋은지... <<바다를 품은 유리구슬>>은 바로 그러한 책이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안타까움과 긴장, 아쉬움...등의 기분보다는 슬며시 웃음이 베어나오고, 추억을 생각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해주는 그런 책.
운전수 요이치씨와 그의 아들 기요시에게 따뜻한 사랑을 담뿍 받은 차 BX341은 어느새 ’혼’이 생겼다. 그들에게 받은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배를 움직여서 ’삐걱’하는 소리를 내려 노력하는 귀여운 차다. 기요시는 이 차의 뒷자석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그의 고민이나 즐거운 일, 슬픈 일...등을 이 차와 함께 나눈다. 요이치가 아들 기요시에게 힘 내라고 전해준,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 유리 구슬은 BX341 뒷자석의 안쪽 홈에 떨어져 끼워진다. 그리고.... 헤어짐.
BX341을 가리켜 ’고양이버스’라고 처음 지칭할 때는,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모양새가 고양이를 닮았나보다...하는 정도. 두번째로 나온 그 단어를 접했을 때에야, ’어, 혹시....그... 고양이버스?’라고 생각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아는 그~ 유명한 애니메이션. 그렇다. 여기서 ’고양이버스’란 바로 "이웃집 토토로"의 그 앙증맞은 버스이다.
<이웃집 토토로>의 고양이버스
<<바다를 품은 유리구슬>>에 등장하는 ’혼’을 가진 BX341은 사실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다. 공터에 버려져 쓰레기차로 사용되고 있던 이 차를 ’후쿠야마 자동차 시계 박물관’의 관장과 자동차 수리공 에노키씨가 다시 새롭게 정비하여 한 기업과 공동으로 벌인 이벤트였다. 이벤트는 후쿠야마에서 유자와로 이 차를 ’시집’ 보내는 것이다.
실제 행사에 사용된 BX341
어른들에겐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고, 아이들에겐 옛것에 대한 향수와 다시 고쳐 쓰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살려줄 수 있는 기획이다. 이 책에서도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그런 게 아닐까? 버려지면 ’혼’이 사라지고, 다시 좋은 사람들과 만나 '혼'은 되살아나고 사랑받고, 나누며 행복한 버스가 되어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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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에는 혼이 있다.
혼이 있기 때문에 고쳐서 다시 사용하고, 사용될 때야말로 그 도구는 행복하다. ...86~87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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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미시마 섬의 바닷가에서 요이치씨가 주은 유리구슬은 기요시를 거쳐 BX341에게로, 에노키씨에서 다시 BX341, 그리고 탓짱과 분짱에게서 다시 오오미시마 섬의 바닷가로.... 유리구슬은 여러 사람과 장소를 거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그동안 BX341과 그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사랑을 불러일으키고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용기를 내게 도와준다. 그저 그 자리에서 ’반짝’거리는 것만으로.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던 BX341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며 여러가지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다. 생각하고, 말하면 이루어진다....(어디서 많이 듣던 구절이다.ㅋㅋ) 그렇기에 우리는 여전히 재미있는 것들을 생각하고, 희망을 품고 이야기한다. 세상에 더 많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일들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