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사랑한 새장 알맹이 그림책 39
이경혜 지음, 이은영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경혜"라는 지은이 이름이 낯익습니다. 책 뒤편 지은이 소개를 보니,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작가시네요. 워낙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라 청소년 작가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 외에도 다양한 그림책, 동화책을 많이 쓰셨군요. <새를 사랑한 새장>은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느낌처럼 묵직한 깊이감이 있는 그림책입니다.

 

 

황량한 넓은 초원에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자작나무 가지엔 텅 빈 새장 하나가 외롭게 매달려있습니다.

바람이 부는대로 덜커덕덜커덕, 정말 쓸쓸해 보입니다.

 

 

그때 홍방울새 한 마리가 새장 안으로 훌쩍 날아들었어요.

하룻밤만 묵어가겠다고 말하더니 새근새근 잠이 들었습니다.

새장은 나무의 정령에게 간절히 빕니다.

마법의 힘을 빌려달라고. 이 새를 위해 무엇이든 사라진다고.

그렇게 받은 마법의 힘은 새가 떠나면 사라집니다.

그래서 새장엔 자물쇠가 거렸어요.

 

 

새장은 마법의 힘으로 홍방울새를 위한 최적의 장소로 만들어줍니다.

폭신한 깃털 이불, 장미꽃잎이 떠 있는 목욕물에 맛있는 벌레 요리도요.

하지만 홍방울새는 새장 안에서만 지내야 하네요.

새와 새장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그림책의 쓸쓸하고 외로운, 때로는 밝고 아름다운 느낌이 그림으로 아주 잘 표현되어서 새장이나 새에 감정이입되기가 아주 쉽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장의 마음도, 새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겠어요.

왜 새장이 자물쇠까지 걸어 새를 가두고 싶었는지, 새는 어째서 자유 대신 새장을 선택하여 시름시름 앓아가면서도 새장에 남아있었는지 말이지요.

 

저희 아이는 저에게 무척 집착하는 편이에요. 친구들과 잘 놀다가도 엄마를 자주 찾고 엄마 없으면 어디도 못가고 모든 일을 엄마가 해줘야 하지요. 뒤늦게 태어난 요 애물단지가 정말정말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때론 그 사랑에 제가 너무 힘들기도 해요. <새를 사랑한 새장>을 함께 읽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내가 너무나 사랑한다고, 좋다고 해서 다른 누군가를 억압할 수는 없지요. 다른 모든 물질적 풍요가 보장된다고 해도 새가 새다운 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새로서 존재하지 못하기에 진정 행복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번 떠나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새를 가둬두던 새장의 두려움도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결국 새가 돌아오고 이제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를 쌓듯이 사랑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