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아이 봄나무 문학선
알렉스 시어러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알렉스 쉬어러의 작품을 처음 읽은 건 <13개월 13주 13일 보름달이 뜨는 밤에>를 통해서였다. 두껍지 않은 책이어서 초등 중학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 책을 읽었던 우리 딸의 평가는 "아주 충격적이고 무지 재미있으면서 무섭기도 한 책"이었다. 시간이 흘러 한 서점에서 <쫓기는 아이>를 발견하고 구입해 와선 단숨에 훅 읽고 내게 추천했다. 꼭 읽어보라고. 우리는 그제서야 발견했다. 두 책의 작가가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 외에도 몇몇 다른 작품도 이미 읽었다는 사실을.

 

<쫓기는 아이>를 읽으면서 <13개월 13주 13일 보름달이 뜨는 밤에>를 떠올린 건 아주 당연했다. 한 책은 3,4학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어찌 보면 단순한 구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마녀"나 아이들끼리의 "모험" 등 아이들로 하여금 긴장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다른 책 <쫓기는 아이>는 고학년 이상이 태린의 사유와 행동을 쫓아가며 적극적으로 읽어내야 하는 작품이지만 두 책은 놀랍게도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비슷하게 느껴진다. 같은 작가의 책이니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임에도 작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진지하게 그 주제를 생각해 보게 된다.

 

태린이 사는 세상은, 미래이다. 단순히 우리의 삶이 연장된 미래가 아니라 인간들의 욕망이 모두 이루어진 세상이다. 죽음이 두려워 죽지 않도록 모든 병에 대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노화를 늦추는 약을 개발한다. 이제 70~80세가 아닌, 150~200세까지 누리게 된 삶. 인간은 쭈글쭈글하고 노화된 몸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흔 살 정도가 되면 그대로 노화가 멈추는 약도 먹어 탱탱한 피부를 유지한다. 그들의 눈빛이 이미 우주의 조화를 파악한 듯 보이든 말든 상관없다.

 

이런 세상에서 살면 어떤 기분일까. 평소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는 200살까지 살 거라고 장난하듯 말하곤 했다. 짧고 굵게, 더 안좋은 모습을 보이기 전 70세 정도에 죽고 싶다는 남편과는 반대로 말이다. <쫓기는 아이>를 읽고 있으니 내가 했던 말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내 몸의 노화나 그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보고 말한 것일까. 만약 태린의 세상이 된다면... 아마도 나는 노화 방지 약을 먹지 않고 그대로 나의 운명을 받아들이겠지.

 

태린의 세상에선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어른들이 노화를 막았기 때문인지 몇몇의 어른들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이 불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없다. 아이가 없으니 몇 없는 아이들은 굉장히 위험하다. 부자들을 위해, 어린이를 원하는 많은 어른들의 노리갯감을 위해 유괴, 납치가 끝도 없이 일어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태린도 언제인가부터 삼촌 디트와 살고 있다. 친삼촌이 아니다. 도박장에서 태린을 땄다는 디트는 태린을 다른 어른들에게 빌려주는 대가로 받은 돈으로 먹고 산다. 그리고 곧 태린을 영원히 아이로 만들기 위해 "피피" 수술을 시킬 거라고 한다.

 

"나는 이 세상이 싫어요. 사람들이 이 세상에 한 일이 싫어요. 오래 살기만을 바라고 절대 죽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싫어요. 자기가 죽는 대신에 다른 사람을 죽게 하고, 다른 사람이 타고난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 싫어요. 나는 사람들이 싫어요. 모두가 싫어요. 왜 모든 사람이 그토록 오래 살아야 하는 거예요? 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거예요? 왜?"...177p

"나는 나였어. 그냥 나. 잠깐이었지만 나는 나였어. 진짜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거야. 비록 그것이 혼자가 된다는 걸 뜻하더라도."...325p

 

이 세상에서 어른들은 아이가 귀하므로 영원히 아이(몸만 말이다.)로 있을 수가 있다면 행복할 거라고 한다. 그만큼 대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어른들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몇 안 되는 아이들이 과연 대접받고 살 수 있을까? 태린은 왜 자라고 싶어했을까. 아이로 남아 어마어마한 돈을 거머쥘 수도 있는데 말이다.

 

태린은 어린아이이지만 삶에서 중요한 건 돈이, 명예 따위가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 내가 나로 온전히 살 수 있는 것. 내 삶의 한 순간 한 순간을 즐기며 삶을 소중히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미래 소설이지만 정말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아이들의 소중함, 삶의 소중한 가치, 죽음, 진정한 행복의 의미 등. 이 책 한 권으로 알렉스 쉬어러의 모든 작품을 읽고 싶어졌다. 아이와 함께 한 권씩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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