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선비 최익현
이승하 지음 / 나남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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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조금만 공부해도 "최익현"이라는 인물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유학자로서 급변하는 조선의 격동 속에서 끝까지 조선을 지키고자 했던 인물로서 몇 번 언급되기 때문이다. 을미개혁으로 단발령이 내려지자 가장 먼저 궁으로 달려가 부복하고 옳지 않다며 읍소하였고 의병 봉기 후 대마도로 끌려가 있을 때에는 일본 땅에서 난 음식은 먹지 않겠다며 단식 투쟁 끝에 목숨을 거둔다.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그당시 모두에게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목숨을 걸고 나서 자신의 뜻을 끝까지 관철시키기는 쉽지 않다. 비록 몇 줄 뿐이지만 최익현의 이러한 모습들은 그가 얼마나 곧은 의지를 가지고 나라를 지키고자 했는지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역사책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그 뿐 그의 일생을 알 길이 별로 없다. 유명인들로 가득한 위인들에 대한 책 시리즈 속에도 최익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마지막 선비 최익현>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이 책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함께 읽는 <마지막 선비 최익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머리말에서 작가는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최익현에 대한 삶을, 자신에게 유난히 큰 울림을 주고 감동을 주는 이의 이야기를 직접 쓰기로 하고 출판하는 과정 자체가 결코 쉽지 않았음을 밝히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근대화에 방해가 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역사를 조금씩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부분은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느 시기이건 진보와 보수는 함께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둘이 서로 균형을 이룰 때에야 나라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단지 근대화에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일생을 책으로 낼 필요가 없다니, 이것은 또 얼마나 진부한 생각인가. 작가가 본 최익현은 그가 배운, 생활해 온 환경에서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가치관대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인물이다.

 

"그가 늘 힘없는 백성들 편에 선 양반이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와 우국충절이라는 유학의 정신을 끝까지 지킨 사람으로도 기억되어야 한다."...7p

 

작가는 무려 10여년을 이 한 사람에게 빠져 있었고 그렇기에 그의 흔적을 쫓아 한국에서 일본까지 가서 확인했다. 그만큼 많은 자료가 함께 했을 터이고 그렇기에 이 책은 최익현과 그당시 사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풍부한 자료와 함께 한다. 작가가 최익현이라는 사람에 무한 공감하며 마음을 빼앗겼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최익현이라는 인물을 객관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는 자세히 알 수 없던 최익현에 대한 많은 것들을 객관적으로 알아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

 

스승 이항로와의 만남으로 최익현의 세계관이 어떻게 유학으로 다져지게 되었는지, 주위 눈치 보지 않고 써낸 많은 상소문들로 인해 그가 어떤 이미지를 쌓아가게 되었는지, 이것저것 보기 싫어 고향에 내려가 있으면서도 얼마나 세계 정세와 일본과의 관계를 눈여겨보고 있었는지 말이다. 다만 내가 읽은 최익현의 아쉬웠던 점은, 그렇게 자신의 주장이 뚜렷하고 나라가 답답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면 왜 먼저 나서서 직접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몇 번의 상소문으로 유배를 가 무척 힘든 생활을 하고 머리가 허옇게 세는 고통을 겪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지막 생을 보았을 때 말 뿐만 아니라 미리 행동으로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최익현의 삶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인생을 통틀어 자신의 가치관대로 산 이는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세계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관철시키는 힘, 그것이 바로 최익현의 힘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를 조선의 마지막 선비라고 부르는 것일 게다. 책 제목에서처럼 "어린이와 청소년이 함께 읽는" 책이 되도록 조금은 쉽게 풀어 썼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지만 역사 공부를 위해서도, 최익현이라는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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