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먼지 폭풍 - 사막화로 인한 자연의 재난, 더스트볼
돈 브라운 글.그림, 이충호 옮김 / 두레아이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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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더스트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이 TV 다큐 프로그램이었는지, 아니면 책에서였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미국을 덮쳤던 어마어마한 먼지 폭풍이었고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이었던 땅은 쑥대밭이 되었고,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에 의해 그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냥 그렇게 거의 기억되지 않은 채로 잊혀졌다. 아마도 우리가 직접 겪은 이야기가 아니어서, 우리에게 닥쳐올 이야기가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아주 먼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그림책처럼 조금 큰 사이즈이지만 얇다. 무엇보다 "그래픽 노블"의 형태이다. 누구나 쉽게 읽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책이라는 뜻이다. 만화와는 다르지만 만화 같은 느낌이라 훨씬 더 감각적이고 쉽게 와 닿는다. 이렇게 읽은 더스트볼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먼지 하나는 아주 작아요. 먼지 다섯 개가 모여도

이 문장 끝에 있는 마침표 안에 다 들어가고도 남아요."... 4p

 

이렇게 시작하는 <공포의 먼지 폭풍>은 첫 장부터 위협적이다. 그림은 신문의 만평에서 자주 본 듯한 그림이지만 드넓은 황야를 배경으로 도망가는 듯한 사람과 동물들, 그 뒤에 덮쳐오는 시커먼 괴물 같은 먼지 폭풍은... 너무 무시무시하다.

 

1935년 4월 14일 미국 남부 평원을 덮친 이 먼지 폭풍, 검은 괴물 이야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책은 미국 로키 산맥 동쪽의 평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설명한다. 강수량이 적어 나무가 자라기는 힘들지만 풀이 가득했던 평원에이. 아메리카 들소의 서식지가 되고, 인디언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던 시절의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19세기 백인들이 이 평원 지역을 개척하려고 몰려오고, 그들은 이곳을 소를 키우는 목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곳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소들, 목장 주인들은 이 땅을 농부들에게 팔아버리고, 농부들은 이 땅을 일구지만 거친 땅과 혹독한 날씨에 삶은 녹록치 않다. 그리고 1931년의 가뭄... 오랜 가뭄으로 흙은 바스라지듯 모래로 바뀌었고 이런 모래들은 자꾸만 솟아오르며 먼지 폭풍을 만들어냈다.

 

 

어느 하루 갑자기 커다란 먼지 폭풍이 인 것이 아니다. 가뭄이 심해지고 조금씩 먼지가 솟아오르고 조그만 먼지 폭풍에서 조금 더 큰 먼지 폭풍까지 가끔, 그리고 조금씩 더 자주 생겨났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바빴다. 어째서 이 먼지 폭풍이 왜 생겼는지, 어떻게 해야 없애야 하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고나서야 미국 정부는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내가 어릴 때에도 오존층의 파괴 등 환경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그렇지만 봄이 되어 마스크를 쓰고 입을 막고 눈을 가늘게 뜨고 다녀야 할 지경은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매년 봄이 되면 두렵다. 밖에 나가지 않고 그냥 집에만 있어도 미세먼지 경보가 뜬 날은 벌써 목이 칼칼하고 어김없이 붓는다. 재작년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는 이런 미세먼지와 황사에 대해 더욱 예민해졌다. 공기청정기를 들여놓아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매일 청소해도 다음 날이 되면 또다시 먼지가 수북하기 때문이다.

 

엊그제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대기 점수가 전세계에서 너무나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이 미세먼지 또한 그냥 생겨난 자연재해가 아니다. 중국의 사막화와 대기오염에 관계된 미세먼지다. 벌써 몇 년째 계속되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어째서 대책 없이 이렇게 보내고 있는 걸까. 약 100년 전의 더스트볼 같은 사태를 맞아야 인간은 또 움직일 것인가. 다같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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