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앞에 설래! 꿈공작소 26
나딘 브랭 코즈므 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박정연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 둘째는 이제 막 세 살이 되었어요. 사실 두 돌이 아직 되지 않아 말도 잘 못하고 무엇이든 서툴지요. 하지만 조금씩 자유의지가 생기는 때라 뭐든지 스스로 하고 싶어하고 누구보다 먼저, 많이 갖거나 하고 싶어하지요. 아직은 친구 개념이 없어 내 욕심이 우선이어서 두번째로 밀리거나 빼앗기면 마구마구 울어대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항상 고민인데 잘 못 알아듣는 아기에게 무조건 양보를 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욕심껏, 원하는 만큼 가지도록 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책이 꼭 필요합니다. 반복해서 읽어주며 무엇이 옳은지, 친구들과는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사이좋게 지내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죠.

 

<내가 앞에 설래!>는 바로 그런 교훈을 알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큰 털북숭이 레옹과 두 번째로 큰 나, 그리고 가장 작은 친구 토끼 레미에 관한 이야기이죠.

 

 

셋은 항상 같이 다녔는데 함께 다닐 때면 털북숭이 레옹이 늘 앞에 서서 걸었대요. 레옹은 늘 앞장서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그 앞에서 뒤의 두 친구들에게 앞에 있는 정경을 설명해 주곤 했죠. 하지만 토끼 레미와 아이인 "나"는 털북숭이의 커다란 등에 가려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죠. 대신 안전했어요. 언제나 레옹이 위험을 미리 알려주고 구해주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날 아침, 털북숭이 레옹이 풍선에 대해 이야기했고 레옹 뒤에 있던 아이는 이 풍선이  보고 싶어졌어요.

 

"털북숭이 레옹, 풍선이 안 보여. 내가 앞에 설래!"...(본문 발췌)

 

이때 보통 아이들은 어떻게 할까요?  "싫어, 그래도 내가 앞에 설거야. 계속 내가 앞에 섰으니까 내가 앞에 서는 게 맞아."라고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레옹은 잠깐 머뭇거렸지만 아이의 말을 들어주었어요. 그래서 항상 레옹 뒤에서 토끼 레미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이는 레미의 손을 놓고 맨 앞으로 나가게 되었지요.

 

앞장서서 걷는 것은 무척 새로웠겠죠. 못 보던 것들을 보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의 뒤에 서게 된 레옹과 레미는 서로 손도 잡지 않고, 이야기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토끼 레미는 뒤에서 걷는 것이 지루해졌고 레미 또한 앞에 서고 싶어했죠. 그래서 이 세 친구의 순서가 또 바뀝니다. 하지만 지나가던 자동차가 토끼 레미에게 물을 튀기고 레미는 갑자기 아주 어린 꼬맹이가 된 것 같았어요.

 

 

아이는 레미의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레미는 기분이 좋아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둘은 손을 꼭 잡고 나란히 섰어요. 위험으로부터는 털북숭이 레옹이 나서서 구해주었죠. 이렇게 세 친구는 나란히 서서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죠. 한 명도 지루해하지 않고요~

 

"우리 셋은 서로의 손을 나란히 붙잡고 있었어요.

이렇게 친구들의 손을 붙잡고 나란히 걷는 건 정말 좋았어요!"...(본문 발췌)

 

나란히 서서 손을 잡는다는 건 정말 멋진 일 같아요. 비록 길가를 막고 사람들의 방해가 될지 몰라도 함께 손을 잡고 유대감을 느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또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오해가 생길 일도, 싸움이 일어날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레옹과 레미, 아이는 서로의 주장을 잘 받아들여줬죠. 양보할 줄 알았기에 함께 즐거워질 수 있었어요. 누구 한 명이 자기 주장만 했다면 분명 불만이 쌓이고 화가 났을텐데 말이에요.

아직은 자기 욕망에 충실한 나이이지만 이렇게 좋은 책을 읽으며 왜 양보를 해야 하는지, 왜 친구의 말을 잘 들어줘야 하는지를 배웠으면 좋겠네요. 자기 자신의 욕심도 분명 중요하지만 함께 의논하고 협상을 통해 그 욕심을 조정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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