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하드보일드를 읽는다 김봉석의 하드보일드 소설 탐험 2
김봉석 지음 / 예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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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드보일드"를 별 생각없이 추리, 미스테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아주 많은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추리물들을 읽어왔기에 그런 모든 소설들을 하드보일드라고 칭하는 줄 알았다. 참 아무 생각 없이.

 

다음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하드보일드"란 냉혹하고 비정한 현실을 감상에 빠지지 않고 간결한 문체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1920년대부터 나타나 1930년대 크게 성행한 사실주의 문학으로서, 폭력적인 사건을 도덕적 판단을 거부하는 냉철한 자세에서 묘사하며, 불필요한 수사를 제거하며 신속하고 거친 문체로 사실을 객관적으로 묘사한다. 주로 범죄소설과 탐정소설 등에 영향을 주었고, 대표작으로는 헤밍웨이의 <살인자>(1927), 해밋의 <플라이 페이퍼>(1929), <마르타의 매>(1930), <유령의 열쇠>(1931), <그림자 없는 사나이>(1932) 등이 있다고 한다.

 

그러보 보니 여러 추리, 미스테리물이어도 어떤 작품은 아주 가볍게, 신나게 웃으며 읽을 수 있었는가 하면(이런 소설을 코지 미스테리라고 하는 건 알고 있다.) 어떤 소설들은 너무나 음침하고 우울하고 현실적이어서 읽을수록 괴로웠던 작품들도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니 아마도 그런 작품들이 하드보일드였던가 보다. 난 현실직시형 보다는 현실도피형이기에 유난히 그런 책 읽기가 참 힘들었다.

 

<나는 오늘도 하드보일드를 읽는다>는 대중문화평론가이며 영화평론가인 김봉석 작가가 각종 하드보일드물을 읽고 쓴 서평집이다. 워낙 방대한 양의 책들을 읽은 그이기에 하나의 책을 설명하면서도 여기저기 읽었던, 소개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끌려들어 온다.

 

책의 구성이 좋다. 한 권, 한 권 따로 소개가 아닌 주제로 묶여 있다.

1. 체제와 맞서는 인간의 몸부림

2. 주어진 운명 극복하기

3. 사이코패스 만드는 사회

4. 따로 또 같이 살아남기

5. 현실을 끌어안고 미래로

 

"극장에 앉아 있다가 끼어들 틈이 없는 것 같아 뛰쳐나왔더니 지뢰밭이 지천인 우리네 삶의 세상이었지."...34p

 

이 책의 서평을 읽고 있자니 인간의 악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과연 이 이야기들은 허구일까, 현실이 더 추잡하고 더럽고 끔찍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타인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사소하지만, 개인에게는 너무나돠 치명적이고 거대한 살의 혹은 악의"...(112p)를 지니고 전혀 다른 타인을 살해한 김일곤의 이야기와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어쩌면 우리는 하드보일드물을 통해, 이 현실 같은 허구를 통해 우리를 되돌아 보고 그럼에도, 이런 삶 속에서도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읽는 것은 아닐까.

 

총 32편의 서평, 그리고 그 안에서 덧붙여 소개하고 있는 책까지 합하면 40여편이 넘을 텐데 어쩌면 이 중 읽은 책이 다섯 편도 되지 않는 건지. 어두운 현실을 보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작가의 서평들을 읽다 보니 다시 한 번 진실, 혹은 우리의 세계에 좀 더 다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도 지금도 하드보일드는 일종의 애티튜드, 태도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내가 진리를 알고 있다며 마구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물러나서 지켜보는 것. 최대한 신중하게 사건의 앞과 뒤, 이면의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는 것. 어딘가에 빌붙거나 편들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 결국은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로 나는 생각한다."...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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