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케이크의 습격 블랙홀 판타지동화 1
필립 리브 지음, 사라 매킨타이어 그림, 위문숙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어렸을 때 한동안 SF 동화에 빠져있었던 때가 있었다. 우리 지구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 혹은 로봇이나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무한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다. 그 때의 자양분이 그나마 창의력이 제로인 내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어른들에게 시시하거나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판타지나 SF 동화는 이렇게 아이들에겐 또다른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만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책이, 아이들에게 쉴 수 있는 휴식처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주 케이크의 습격>은 '블랙홀 판타지 동화' 시리즈의 첫번째 권이다. 아마 블랙홀처럼 빠져들만큼 재미있는 판타지 동화라는 뜻에서 그렇게 이름 지어졌나 보다. 실제로 읽어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그저 재미만을 위해 얼토당토 하지 않는 이야기만 가득한 비슷한 일러스트의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뭔가 가슴을 찡~ 하고 울리는 것이 있어 더욱 좋았다. 읽고 나서 "하~! "하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는 책이랄까. 아마도 재미와 함께 뭉클한 감동이 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아스트라네는 샛별 나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한다. 해서 아스트라와 엄마, 아빠 그리고 막내 동생까지 모두 우주왕복선을 타러 간다. 지구에서 무려 백구십구 년이나 떨어져 있는 샛별나라. 아스트라는 그동안 늙지는 않는지, 너무 춥고 외롭지는 않는지 걱정이 한가득이다. 한편 새로운 나라는 어떤 곳인지, 지구와 비슷한지 등 궁금한 것도 많다. 그러다 보니 이제 막 잠들어야 하는 순간 배가 고파진 아스트라. 엄마, 아빠의 도움 없이 혼자 로봇을 따라 우주왕복선 속 음식을 만들어주는 냠냠이 시스템으로 향한다. 앞으로 어떤 엄청난 일이 일어날 지 알지도 못한 채.

 

 

아스트라가 주문한 건 그냥 좀 특별히 맛있는 "절대 케이크"였다. 그런데 냠냠이 시스템은 이 "작동 중"이라는 불만 켜놓고 윙윙거리는 소리만 낼 뿐 케이크를 만들어내지 않았다. 아스트라는 이제 자러갈 시간이었고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잠이 든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백구십구 년 후에 깨어났어야 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트라는 깨어났고 냠냠이 시스템이 만들어 낸 절대 케이크, 우주 케이크와 일대 전쟁을 벌여야만 했다. 게다가 이 우주왕복선을 우주 쓰레기로 간주한 다른 외계인들과도......

 

 

<우주 케이크의 습격>에는 "아무개 무서움"이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아스트라는 아무개 무서움이 우주 공간의 일부였다고 추측했다. 우주 공간의 어느 자그마한 부분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지겨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리저리 애쓰다 보니 아무개 무서움으로 변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하릴없이 둥둥 떠다니던 중에, 포글라이트가 다가와 뭐가 되면 좋을지 알려 주었던 것이다. "...188p

 

아무개 무서움 덕분에 이 책은 특별해졌다. 우주 속에서 쓸모있는 무언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아무개 무서움은 "무서움"이라는 이름 만큼 무서운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은 존재이다. 그저 누군가에게 쓸모있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희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존재의 모든 것을 쓸모있음, 쓸모없음으로 구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개 무서움의 숭고한 희생(그럼에도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아 더욱 기쁘다.)으로 이 책을 덮으며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냥 재미만을 위해 쓴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니라 의미있는 책이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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