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가는 우체통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3
정영애 지음, 정혜경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면 제목을 보고 조금은 내용을 예상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누군가 저 세상으로 보냈구나.', '마음이 아파 그 마음을 써서 하늘로 보내는구나.' 하고. 하지만 내 주변에 가까운 누군가를 보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그 감정은 그냥 객관적이고 이론적인 것이었다.

동화책이지만 처음부터 매우 강렬하다. 그 죽은 이가 그 누구도 아닌, 아직 너무나 어린 주인공 다혜의 어린 동생 다빈이이기 때문이다. 모든 이의 죽음이 무척이나 슬프고 견디기 힘든 것이겠지만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의 죽음 만큼은 그 무엇보다 훨씬 더 주관적이 되고 마치 내 것인 양 가슴을 파고 든다.

그래서 아마도 이 다혜 엄마의 망가진 모습이 그대로 이해되고 처절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면 "나"인 다혜의 아픔도 고스란히 이해가 된다. 내가 조금 더 신경 썼다면...이라는 자책감과 망가져 있는 엄마의 모습에 좌절하는, 하지만 오히려 더 따스하게 엄마를 보듬고 감싸주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스럽고 어여쁘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 이야기 만으로도 좋았다. 너무나 큰 슬픔을 결국 가족의 도움으로 풀어나가는 이 잔잔함이 따스한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은 또 한 번의 반전이 있다. 엄마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줄 수 있었던 빨간 우체통 속의 편지가 그 주인공이다. 다빈이의 답장도 아닌데도 엄마는 그 답장으로 인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이 미스테리함이 책 속으로 확~ 끌어당기는 효과가 있다. 과연 그 답장의 주인공은 누굴까?

답장이 구체화 되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는 위안부 할머니의 편지로 인해 무언가 알 수 없는 슬픔과 감동, 끝까지 해피엔딩일 것이라는 희망과 왠지 모를 아픔이 서로 얽혀든다. 엄마가 이 편지로 인해 조금씩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듯이 할머니도 그 오래 전의 가슴 속 슬픔을 꼭 극복하실 수 있기를... 그리고 아마도 꼭 그렇게 되었을 거라고 믿고 싶다.

단순할 수도 있었을 내용이었지만 전혀 다른 두 가지 소재를 절묘하게 섞어 다양한 감정을 끌어내는 수준 높은 동화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이 다양한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인공에, 등장 인물들에 고스란히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조금씩 이해하며 누구나 다 힘들 수도 있다고, 누구나 다 상처를 치유하고 치유받고 그렇게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