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 펑 터질 것 같은
멜리나 마체타 지음, 공경희 옮김 / 책그릇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호주 고등학교에서 꾸준하게 작문, 토론, 연극 수업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책이 있다고 한다. 바로 <열일곱 살, 펑 터질 것 같은>이다. 도대체 어떤 점 때문일까? <열일곱 살, 펑 터질 것 같은>은 열일곱 살 아이들이 겪을만한 일상적인 삶과 고민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더욱 특별한 것은 청소년이라면 겪을 만한 누구나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2세대로서 호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과 할머니, 엄마에서 나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운명도 함께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조제핀 알리브란디는 엄마와 함께 둘이서 산다. 엄마는 어린 나이에 조지를 임신했고 주위의 온갖 비난을 감수하며 꿋꿋이 조지를 키워왔다. 하지만 이탈리아 사회에서 이러한 사생아와 미혼모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어서 조지는 외할머니나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조지가 "나만의 특별한 상황"을 고민하게 만들었고 자아가 크게 성장 할 식에 "나"를 더욱 의식하고 힘들게 만들었다.

 

"그들은 유럽에서 들여온 괴상한 규칙과 관습으로 내 목을 조른다. 하지만 진짜 유럽인들처럼 세월과 함께 변하지 못했다."...59p

 

평소 이탈리아인들은 한국인들과 비슷하다는말을 많이 듣기는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관습과 규칙",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에 엄격한 그들과 우리가 얼마나 닮았는지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나 자신으로서 당당하기 보다는 주위를 의식하고 남들의 말에 상처받는 우리들... 조지는 그러한 문화에서 태어난 호주 이탈리안 2세로서 더욱 더 큰 혼란과 고민 속에 빠진다.

 

열일곱이라는 나이는 육체적으로는 어른에 가까우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완벽하게 아이와 어른 사이에 위치한다. 때문에 자아정체성을 비롯하여 성, 사회적 비리, 문화적 오류 등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스스로 헤쳐나아가 자신만의 주관을 만들어 갈 때이다. 조지는 처음에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 아이인지 되풀이하며 고민했다. 그런데 남자친구를 만나 호주인이 바라보는 자신이, 그동안 자신이 가두었던 세계와 다름을 알고 그동안 알고지내지 못했던 아빠라는 존재를 만나 또다른 세상을 접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아간다.

 

"저는 변하고 있어요, 엄마. 성장하고 있어요. 마침내 빛을 볼 거예요."...163p

"나는......, 나의 완전한 자유를 얻기 위해 살아 내고 있다는 게 아름답다."...362p

 

벽을 만드는 것도, 우물 속에 가두는 것도 결국은 자신이다. 나 스스로를 믿지 않으면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다. 그 누가 나를 무엇이라고 말해도 내가 어느 자리에 누구로서 서 있는지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나는 제대로 나로서 설 수 있다. 그리고 알리브란디는 드디어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찾아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