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9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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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벌써 네 번이나 읽었다. 어렸을 때에는 그저 유명한 작품을 읽는다는 자부심에 그쳤고, 성인이 되어 다시 접한 책도 이 책이 갖는 명성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전이란 모든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하는 작품이 아니던가. 고전에 제목 말고 고전이라는 꼬리표가 하나 더 붙는 건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네번째 읽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그래서 그 느낌이 조금 다르다. 마치 지금까지 꽁꽁 숨겨져 있던 또하나의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온 느낌이다.

 

뮤지컬의 대단한 성공에 힘입어 이젠 이 작품의 줄거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벌써 네 번이나 읽었으니 두말할 것도 없다. 때문에 반전이나 긴장감은 분명 떨어지지만 읽을수록 행간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잘 아는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는 이 작품의 주제를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하이드가 왜 그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만큼 끔찍하고 표현하기 힘든 기형의 느낌을 지닌 인물이었을까. 어째서 지킬 박사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씩이나 다시 하이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까. 하이드의 범죄를 경험하고 너무나 큰 경험을 얻었다고 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하이드로 돌아가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간 내면에 숨겨진 욕망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마지막 래니언 박사와 지킬 박사가 남긴 편지들을 보면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이 분명해진다.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는 인간의 이중성을 나누기도 하고 결합시키기도 하는 선과 악, 두 영역 사이의 고랑에 있네. 하지만 내 안에는 다른 사람보다 그 고랑이 더 깊어서 선과 악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지. 이렇게 된 이유는 그리고 나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것은 내가 특별히 타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지향하는 바가 유난히 엄격했기 때문이야."...109p

 

내가 지양하는 나는 교양있는 사람이지만 어느새 남들 앞에서는 푼수같은 모습으로 속마음과는 다른 행동을 하는 '나' 있다. 그런가하면 마음 속 깊이 숨겨진 욕망을 뒤로 하고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척 하는 '나'가 있다. 지킬 박사는 "허영심"으로 결국 하이드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우리 또한 허영심으로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나'를 발견할 때마다 느껴지는 괴리감과 허탈함을 생각한다면... 역시,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명작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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