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세바스찬과 검둥이 마술사
대니얼 월리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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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세바스찬"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과 "마술사"(그 앞에 검둥이가 붙었건 안붙었건 간에..)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정말 딱 잘 어울려서 이 소설은 무척이나 환상적이고 신비한 느낌이 가득~한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미스터 세바스찬과 마술사가 다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미스터 세바스찬 또한 마술사로 생각되기도 하고 첫부분은 분명 신비로움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내가 갖은 이 소설의 첫느낌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즐겁다'라기 보다는 '진지한 숙명'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그 언밸러스함에 책을 읽는 내내 어쩔 줄을 몰랐다. 

처음 소설이 시작하면 제임스라는 남자가 해나에게 보내는 한 장의 편지 내용이 실려있다. 물론 그 어느것도 자세한 설명 없이 그들만 아는 언어와 느낌으로 씌여진 편지라서 처음엔 그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책을 읽어나가며 도대체 몇 번이나 이 편지를 읽었는지. 이유는 그들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서다. 

진실...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헨리라는 마술사가 있다. 그는 검둥이이다. 그리고 검둥이 마술사에게 부여되는 이미지 때문에 그의 실력이 뛰어나든 그렇지 않든간에 그는 무대에서 항상 실수를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제 막 소년에서 어른이 된 청년 셋에게는 그의 이러한 실수가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그에게 본떼를 보여주기 위해 청년들은 그를 찾아가고 그때부터 헨리의 과거가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조금씩 밝혀진다. 

"얼마나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중략) ... 인생의 사다리에서 얼마나 추락했든,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비참하든 혹은 앞으로 비참하게 되든 자기 밑에서 바닥을 깔아줄 누군가는 항상 있을 터였다. 그 사람의 이름이 헨리 워커가 아닐까?"...18p

헨리는 그런 남자다. 대공황 이후로 그는 부도, 엄마도, 그토록 사랑했던 누이동생에, 아버지까지... 모두 잃었다. 그 과정 또한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가장 아픈 형태로... 가장 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운명이 그를 몰아간 느낌이다. 그러므로 헨리에게 남은 인생의 목표는 단 하나이다. 자신을 가장 큰 슬픔에 빠뜨리고 삶에 대한 의지마저 끊어버리게 만든 "미스터 세바스찬"을 찾아 그를 죽이는 일. 그들의 관계는 "숙명의 라이벌, 우주적 반목, 맹목적 증오의 서막"(...101p)이다. 

서커스단의 헨리와 친했다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우정을 나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헨리의 과거가 한데 모아지지만 그 수집된 정보들과 헨리의 망상 혹은 경험들과 맞물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 즈음에 사립 탐정이 등장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정말 놀라울 뿐! 그럼에도 모든 진실은 헨리와 함께 땅에 묻혔다. 

헨리는 거짓말쟁이일까? 어쩌면 그로서는 그렇게밖에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제임스의 말처럼 "우리는 운이 좋았고, 헨리는 아니었다는 거"... 때문에 그가 삶을 이어가기 위해선 그의 망상이든, 진실이든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를 불행하게 만든 몇 명의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헨리를 추도할 수 있을까. 잘못한 것은 없지만 용서를 구한다는 그 말에 저절로 공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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