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피리 만들기
비부티부샨 반도파댜이 지음, 이덕열 옮김 / 아이필드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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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피리 만들기>>는 벵골 소설이다. "벵골"이라는 곳이 나라이던가? 그냥 인도의 한 지역인지, 아님 한 나라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에겐 낯선 곳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글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기대된다. 우리가 친숙한 우리의 문화가 아닌, 우리와 다른 문화를 접하게 된다는 것은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여행과도 같은 설레임이 있다. "문화 체험"은 여행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글"을 통해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벵골의 한 시골 지역, 니슈친디푸르에 가난한 브라만 계급에서 태어난 남매가 있다. 먹을 양식이 없어도 자연을 벗 삼아 끼니를 해결하고, 늘 새로운 놀이거리를 찾아내는 이 남매는 마치 "자연인" 같다. 숲에서, 들에서, 정글에서 뛰어놀던 이들은 이 작은 마을 밖의 세상도 무척이나 궁금해한다. 그들에겐 감성이 있다. 두르가는 어렸을 때부터 고모로부터 시가를 듣고 자랐고, 아푸는 학자인 아버지의 책을 읽으며 바깥 세상에 대한 꿈을 키운다.

"아푸는 가끔 그 나무를 무심코 쳐다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머나먼 나라, 아주 먼 나라가 떠올랐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른다. 엄마가 들려주던 동화 속 왕자가 사는 곳, 그런 곳이 아닐까?"...51p

작은 시골 마을에서의 생활은 부모님에겐 체면이 있고(학자와 브라만 계급으로서의), 아이들에게는 가난으로 인한 배고픔과 외로움이 있다. 미신을 믿고 무지한 두르가의 엄마가 딸을 믿지 못하고 지켜주지도 못할 때엔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바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으셨던가. 그들의 삶이 바로 우리의 삶이었고, 우리의 삶이 바로 그들의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작은 마을에서 바깥으로의 호기심이 가득했던 두르가와 남매는 "철길"에 대한 꿈이 있다. 철길을 보고싶은 꿈, 그 철길을 따라 벗어나고픈 꿈. 하지만 결국 그 꿈을 이루는 것은 아푸뿐이다. 게다가 그렇게 다른 세계를 열망했던 아푸는 자신의 마을 이외의 곳에 대한 희망보다 자신의 마을에서 누나와 함께 했던 추억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떠날 때에야 깨닫게 된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추억들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아투리 마녀, 강변의 가트, 우리집, 찰타탈라 옆 오솔길, 라누, 오후와 저녁, 웃고 뛰어놀던 날들, 포투, 누나 얼굴, 이루어 지지 않은 누나의 소망......."...201p

두 아이가 자라나는 성장 소설 안에 한 나라의, 한 지역의 문화와 풍습과 자연을 이렇게 잘 표현해 냈을거라 생각을 못했다. 그저 담담히 두 남매를 따라가고 있을 뿐인데도 바로 우리 이웃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기운이 숲에서 흘러들어오고, 폐허에 있는 포멜로나무는 붉은 빛을 받고 있으며, 반짝이는 갈색 날개를 가진 테로 새는 이쪽저쪽 키 작은 나무들 사이로 날아다닌다. 신선한 흙냄새가 가슴속에 꽉 들어차고 상쾌한 마음에 즐거움이 넘친다.
누구에게 이 기쁨을 표현할 수 있을까?"...121p

아름다운 자연이 느껴지고 우리와 비슷한 듯, 다른 듯한 벵골 지역이 매우 가깝게 다가온다. 두르가와 아푸의 이야기는... 아푸의 이야기로 끝을 맺었지만 담담한 진행때문인지 슬프지만은 않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왔다고, 누구나 그런 삶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새로운 나라의 소설을 읽게 되어 무척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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