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저가 빌리를 만났을 때 - 자폐증 아이와 길고양이의 특별한 우정
루이스 부스 지음, 김혜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 키운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내 경우 뭣도 모르고 많은 실수를 반복하며 첫째를 키웠고 이제 왠만큼 키웠나~ 싶을 때 둘째가 태어났다. 첫째 때의 실패를 본보기 삼아 둘째는 좀더 잘 키우고 싶었지만 10년이 넘는 시간도, 새로운 마음가짐도 소용 없이 또다시 실패를 거듭하며 키우고 있다. "나"라는 인간이 그다지 변하지 않았기 때문도 있겠지만 아이마다 성향이나 기질이 모두 다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육아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제일 힘들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저자 루이스 부스는 결혼과 동시에 남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오랫동안 보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둘 사이에 아이가 생겨도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첫째 프레이저를 임신한다. 하지만 임신 과정부터 분만과 그 이후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지친 몸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하루종일 우는 아이를 달랠 길이 없어 아주 심각한 산후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아기는 원래 운다고 한다. 하지만 프레이저는 달랐다. 물론 프레이저의 신경질적인 울음이 이유가 있었음은 훨씬 나중인 18개월이나 되어야 밝혀지긴 하지만 루이스에게 주변인들은 아이는 원래 그런 거라고, 그러니 조금만 참고 견디면 된다고 조언한다. 얼마나 힘들고 고독했을지 절로 공감이 갔다. 많은 엄마들에게 주변에서 해주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유가 있든 아니든 아이를 키운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기 때문에.


루이스가 프레이저를 이해할 수 없었던 상황들을 자폐증 진단 후에야 이해할 수 있게 되고나서는 상황은 조금 나아진다. 매일이 전쟁이지만 적어도 이유는 알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루이스는 조금씩 프레이저에게 적응해 나간다. 아주 작은 실마리라도 발견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것이 바로 빌리였다. 버림받은 길고양이 새끼였던 빌리와의 첫 만남부터 둘은 마치 하나 같았다. 프레이저의 어떤 행동도 느긋이 받아들이는 빌리의 행동과 빌리와의 교감은 프레이저를 많이 바꾸어놓았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책에서 루이스가 계속 반복해서 하는 이야기는, "믿지 못하겠지만~"이다. 그만큼 빌리의 영향력이 컸다. 그 둘이 보여주는 교감은 읽는 독자에게도 큰 감동을 주고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빌리라는 고양이 한 마리로 모든 것이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끊임없는 애정과 인내심, 관심을 보여주는 부모가 있었고 주변의 좋은 선생님들과 의료 시스템이 있었다. 하지만 빌리가 없었다면 그 진전은 확실히 훨씬 더디지 않았을까.


#자폐증 #길고양이 #교감 #에세이 #우정 #변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