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형 법정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존 딕슨 카 지음, 유소영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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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고전적인 표지이다. 아름다운 서체의 제목이 새겨진 데다 그 뒤에는 다소 음산하지만 아름다운 한 여인의 초상화가 자리잡고 있다. 제목에도 "화형"이라는 낱말이 들어가니 저절로 머릿속엔 중세 유럽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막상 책 첫부분을 읽어 보니 전혀 고전적이지가 않다. 오히려 문체나 분위기가 무척 현대적이어서 고딕 소설이 아닌 현대 소설이구나 생각했다. 이 모든 착각은 이 책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없이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하다가 다시 이상함을 느껴 책 이곳저곳을 들춰보다, 작가 존 딕슨 카에 대해 알게 됐다. "애거사 크리스티, 엘러리 퀸과 함께 추리 소설 황금기를 이끈"...(381p) 인물이라고 한다. 심지어 "불가능 범죄, 밀실 트릭, 역사 미스터리부터 평전과 비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약을 보인 미국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중 한 사람"...(381p)이라니 추리 소설 초보가 어마어마하신 작가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애거사 크리스티와 동시대 인물이라니, 그러고 나서 찾아보니 이 책은 무려 80여년 전의 작품이다. 그런데 그런 오래됨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 또한 작가의 뛰어남이겠지. 


소설의 시작은 열차에서부터이다. 스티븐스는 뉴욕의 한 출판사 편집자로서 아직 미출간 된 중요한 원고를 한 부 안고 주말을 보내는 별장으로 가기 위해 탑승했다. 열차 안에서 여러 생각이 밀려온다. 최근 그 별장 이웃 삼촌이 돌아가셨다. 그분이 사시는 아주 오래된 저택과 그 주변인물들, 그 마을의 장의사의 기묘함,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베스트셀러 작가의 따끈한 원고(사실을 기반으로 한 추리 소설을 써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가 상상력을 부추기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원고를 펼쳐 첫 장을 열었고 첨부된 사진을 보게 된다. 그 사진 아래쪽엔 "마리 도브리 - 1861년, 살인죄로 단두대 형"...(24p)이라고 적혀 있다. 중요한 건, 이 사진 속 인물이 바로 스티븐스의 아내, 마리 도브리와 너무나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이름, 모습, 팔에 찬 팔찌까지. 그녀의 증조모일까? 그런데 왜 아무런 얘기도 해 주지 않았을까. 그렇게 의심이 시작되고 마을에 도착한 스티븐스는 며칠 전 돌아가신 이웃의 삼촌이 병사가 아닌 살인일지도, 그것도 독살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때 열심히 추리 소설을 읽었던 적도 있었는데 읽을 때마다 느끼게 되는 건, 난 추리엔 젬병이라는 사실뿐이었다. 드라마를 볼 때는 앞 이야기를 잘도 맞춰서 가족의 원성을 사는데, 추리 소설은 안 된다.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참패.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나 한 사람을 범인으로 모니 그 사람이 당연히 아니겠지 하고 다른 사람으로 추측하다 궁금하니까 읽는 데 급급해서 막~ 읽다 보니 이야기가 끝나 있었다. 


앞표지에 "이 결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라는 글이 세로로 새겨져 있는데 과연~! 어떤 사람들은 화를 낼 수도 있을 것 같고 ㅋㅋㅋ, 어떤 사람들은 오~~~!!! 하며 놀라워할 수도 있을 만한 결말이다. 작가 소개에 "카를 특별하게 만드는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오컬트적인 분위기"라고 되어 있는데 확실히 그런 면이 없지 않다. 오랜만에 흥미로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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