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타의 너무 수상한 비밀 일기
수산나 마티안젤리 지음, 리타 페트루치올리 그림, 김현주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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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에는 읽을 수 있는 책이 기껏해야 전래동화나 명작동화 정도였다. 천편일률적인 책들 사이 6학년이 되자 아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책이 한 권 있었는데 "비밀 일기"라는 책이었다. 그 책이 인기를 끌었던 건 어디에서도 교육받을 수 없었던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된 우리들에게 성교육을 시켜줄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틀을 깨는 구성이나 자유로운 문체들도 한몫 했다. 이른바 외국(구체적으로는 서양)의 문물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우리와 같은 외국 아이의 글이었으니까. 


내가 그렇게 자랐는데도 큰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유독 재미만을 추구하는 책들을 싫어했던 것 같다. 유독 인기가 많았던 "요술 연필 페니"나 "엽기 과학자 프레니" 같은 책을 왜 좋아하는지도, 왜 그렇게 붙잡고 읽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능하면 좋은 책을 읽기를 바란 엄마의 욕심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닌지. 늦둥이 둘째를 키우면서는 조금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 뭐라도 즐겁고 재미있게만 읽어준다면 모든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무엇보다 자신들의 빈약한 상상력을 채워주고 자신들의 세상을 공감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마티타의 너무 수상한 비밀 일기>는 9살 소녀의 비밀 일기이다. 제목은 비밀 일기이지만 이 일기는 남이 읽을 걸 이미 알고 쓰는, 혹은 읽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쓰는 듯하다. 형식, 없다. 주제, 없다. 그저 마티타의 생각이 미치는대로 이리저리 마음대로 여행하듯 서술된다. 때론 전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는 것도 있고 때론 이 아이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낼 정도로 감탄스럽다가 때론 미래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아이가 부럽기도 하다. 그야말로 일기를 통해 마티타는 자기 자신을 마음껏 드러낸다. 그 드러냄에 주저함이나 망설임은 없다. 그러니 이 비밀 일기를 읽다 보면 9살 소녀의 마음, 생활이 모두 보인다. 같은 9,10살 소녀라면 마음껏 세상을 바라보고 실행하는 이 아이의 이야기에 적극 동감하고 공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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