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빌려드립니다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60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혜선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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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5학년이던 어느 날, 아이가 학교를 다녀와서 흥분하며 말했다. 학교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끝까지 읽고 싶으니 꼭 사달라고 말이다. 그렇게 구입하게 된 책이 <쫓기는 아이>였다. 그리고 난 그때부터 "알렉스 쉬어러"의 광팬이 되었다. 작가의 책은 매번 분위기가 다르다. 때론 가볍게, 때론 무겁기도 하고 때론 그저 재미로만, 때론 감동적으로 때론 교훈적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벌써 5년이 흐른 것 같다. <아이를 빌려드립니다>라는 책을 보았을 때, 단지 작가의 이름만 보고 꼭 읽고 싶었다. 물론 책 제목에서 <쫓기는 아이>랑 비슷한 느낌의 책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해보니 <쫓기는 아이>였다. 출판사가 바뀌면서 제목도, 표지도 바뀐 듯. 오랫만에 읽는 책은, 또다시 새롭게 생각하게 했다. 


태린은 아이이다. 디트라는 삼촌과 함께 이 도시, 저 도시를 돌아다니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디트는 친삼촌도 아니고 태린을 이용해 돈을 벌어먹고 산다. "오전의 아이", 혹은 "오후의 아이"로 태린을 빌려주는 댓가를 받는다. 아이를 빌릴 정도로 이 시대는 아이가 없다. 사람들이 오래 살고 싶어했고 오래 살 방법을 연구하여 그 바람이 이루어지자 마치 세상이 복수라도 하듯 아이가 태어나지 않게 되었다. 아이가 귀해지자 진짜 아이를 훔치는 유괴범이, 그런 아이들을 사업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태린은 그 한가운데서 모든 위험성을 안은 채 살아간다. 그리고 그리워한다. 언젠가 맡았던 푸른 시골의 향기와 햇살, 부모가 불러주던 것 같은 노래를 기억하며. 태린은 영원히 아이로 남으라는 디트에게서 벗어나 부모를 찾을 수 있을까. 


처음 책을 읽게 된다면 숨도 못쉬고 책에 빨려들어가 책을 읽게 될 것이다. 태린이 너무 불쌍해서, 이 아이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지가 너무 궁금해서 말이다. 우리는 동화책에서 권선징악을 나도모르게 바라게 되는데 아이가 주인공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때묻지 않고 순수한 아이들은 제발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니 어른들 세계에서 점점 불행해지는 것 같은 태린의 삶이 너무 숨이 막혀서 어서 도망가라고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남자애들도 무척이나 슬퍼하고 외로워한다는 걸 아무도 몰라요. 바로 이걸 사람들은 몰라요."...43p

"난 영원히 아이로 살아가는 게 싫어요. 어른이 되고 싶어요."...73p

"난 이 세상이 싫어요. 사람들이 이 세상에 한 일이 싫어요. 오래 살기만 바라고 절대 죽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싫어요. 다른 사람이 타고난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 싫어요. 왜 모든 사람이 그토록 오래 살아야 하는 거예요? 왜 다른 사람한테 기회를 주지 않는 거예요? 왜?"...132p

"그냥 나. 진짜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다."...237p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병이 들고 아프면 어떻게든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그 과정이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다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런 삶이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존엄사나 안락사 문제가 논의되기도 했다. 


<아이를 빌려드립니다>는 과연 사람이 오래 산다고 행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함과 동시에 늙음을 늦추기 위한 미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나라면 젊음을 선택할 것인가 자연스러운 늙음을 선택할 것인가. 늙는다는 것이 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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