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완벽하지 않아도 돼 라임 청소년 문학 35
엘리 스와츠 지음, 김선영 옮김 / 라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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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에 기억나는 장면, 행동이 있다. 좀 몸이 힘들다 싶으면 침대에 누워 천장 벽지의 빙글빙글 도는 듯한 무늬를 하염없이 쳐다보며 혼돈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 혼돈이 의외로 편안함을 가져다 주어서 나중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오면 나도 모르게 벽지 무늬를 찾아 넋을 놓곤 했다. 이런 행동을 강박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대로는 커서도 이러면 어떡하지...하고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강박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그런 증세는 어느 정도 자신의 불안을 낮춰준다는 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강박이 점점 심해져서 결국 일상 생활까지 엉망으로 만들어버린다면 어떨까.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행동이 될 것이고 자신이 미쳐가는 건 아닌지 두려울 것 같다. 


아직 어린 소녀, 몰리는 지금 극한에 몰려있다. 처음엔 별 거 아니었다. 조금 불안할 때 작은 유리 몽돌을 손 안에 넣고 쓰다듬기만 하면 안정되었고 그러면 자신이 하려는 걸 잘 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조금씩 더 늘어났다. 자신이 가진 장식품들을 자로 일렬로 정렬시켜야 했고 양말 서랍이나 책상 서랍을 몇 번이나 정리해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자신의 오른쪽에 서야 행운이 온다고 믿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거슬리고 자신이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몰리는 더이상 일상 생활 속에서 자신의 이런 행동을 숨길 수가 없게 되었다. 


<꼭 완벽하지 않아도 돼>를 통해 강박 장애라는 것이 그저 단순히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유전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상담"을 받는다는 것을 굉장히 창피해 하고 꺼리는데 그 무엇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선 주위에 알리고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장점은 몰리라는 아이의 내면을 무척 섬세하게 쫓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이라고 이제 부모가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특히 어린 동생이 있을 땐 자신의 불안과 걱정을 억지로 숨기고 그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중압감까지 얹게 되니 극심한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다 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린 동생 앞에서 나도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 몰리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어린 동생 이안과 둘도 없는 친구들 덕에 몰리의 앞날은 어둡지 않다. 


어릴 때부터 똑 부러지게 말을 잘 해서 다 큰 아이 취급 당했던 중학생 큰딸은 이제 집에서 거의 어른 취급을 받는다. 늦둥이로 태어나 매일 아기 흉내를 내지만 역시나 말, 표현을 잘한다는 이유로 5살 둘째도 더 큰 아이 취급을 받는다. <꼭 완벽하지 않아도 돼>를 읽으며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원래 무뚝뚝한 성격이라 그렇다며 변명하면 안된다는 것, 금쪽 같은 내 자식들에게 좀 더 많은 애정 표시를 해야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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