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전쟁 라임 청소년 문학 34
뤽 블랑빌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라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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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게임을 좋아한다. 가끔 무료하거나 긴 시간이 아닌 잠깐의 시간을 떼울 때에도 게임을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잠깐동안 할 정도의 게임에 한해서다. 한 번 잡으면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게임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꺼리고 있다. 이런 절제가 생긴 이유는, 나 스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빠져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게임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을 이해하기도 한다. 문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그 중독에서부터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그런 아이들을 만나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면 안된다고 차분히 설명해 줘도 아이들에겐 그저 잔소리일 뿐일테니.


<게임 전쟁>은 게임 중독에 빠진 우리 아이들 같은 프랑스 청소년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첫 챕터 제목부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게임 덕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연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그 분야의 최고봉에 이르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자기 주도 학습이 아니던가. 그런데 토마 푸피넬은 그 분야가 게임이고, 컴퓨터일 뿐이다. 학교 그 누구도 인정하는 일인자, 그게 바로 토마이다. 그런데 그런 토마에게 문제가 생겼다. 어느날 우연히 눈이 마주친 에스테르에게 한 눈에 반했다. 그 이후부터는 아무리 컴퓨터 화면을 바라봐도, 적군이 아군을 박살내는 장면을 바라봐도 그저 에스테르 생각만 난다. 그리고 기 이후부터 토마의 삶을 변하기 시작한다. 


사실 게임 덕후가 사랑에 눈 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게임 전쟁>은 아이들 심리를 잘 이해하는 청소년 소설이다. 이미 깊이 빠진 게임에서 어떻게 그리 쉽게 빠져나올 수가 있을까. 평생의 연인이 나타난다고 해도 말이다. 중독이라는 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기에 중독이다. 토마 또한 에스테르에게 게임을 끊어야 사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잠깐 며칠이라도 게임에서 벗어나니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토마는 정말로 자기가 컴퓨터, 태블릿 PC, 휴대폰을 붙잡고 살아서 집안 분위기가 이렇게 된 게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31p


토마뿐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아이가 게임에 빠지게 되는 것이 단순히 어쩌다 접한 게임의 재미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이에게 관심을 갖지 못하거나 자신의 취미에만 빠져있는 부모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족이 함께 모여 같은 것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때가 많지 않다. 각자 할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은 어느새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고 그러다 보니 게임에 입문하게 되는 것이다. 


토마는 이제서야 주위를 돌아보고 가족의 해체에 부딪힌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모가 항상 올바르고 완벽하진 않다. <게임 전쟁>은 가족을 지키려는 토마와 동생 폴린의 노력이 노력이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단합이,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가상의 세계에서 언제나 우수하고 1등이었던 토마가 현실 속에서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 게임에서처럼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나 또한 아이들과의 생활만큼 나 자신의 시간이 무척 소중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저녁 때가 되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거부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곁에서 대화하고 싶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고, 무언가를 해보자고 해도 힘들다고 하며 아이들을 자꾸 떨어뜨려 놓으려고 한 건 아니었을까. 아이들은 금방 자라 언젠가 내 곁을 떠날텐데 말이다. 게임 중독에 빠진 토마의 현실 세계 복귀라는 교훈을 담은 청소년 소설이었지만 오히려 나에게 반성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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