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청소년 도서가 없다.
여러 곳에서 청소년 추천도서를 발표하는 데, 정작 청소년 도서가 없다니…
사실은 청소년에 맞는 도서가 그다지 없다고 해야할 것 같다. 화해와 우정, 따뜻한 마음에 대한 성인들의 지나친 배려가 청소년들이 소통할 만한 책이 드문 이유이다. 청소년 책이 자체 발전을 하기 보다는 독자들의 성장에 따라 어린이 책의 성향을 그대로 가져온 이유때문이 아닌가 싶다. 유명하다는 대부분의 책은 쉽게 치유되고, 쉽게 사랑한다. 그래서 읽는 부모들은 공감하고, 청소년들은 '뻔'한 이야기를 읽으려 하지 않는다. 정작 청소년책에는 청소년들이 없다.
외국의 번역서는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문화적인 차이, 시대적인 차이를 넘어서서 읽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청소년들이라면 책 한 권 읽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나라의 역사, 사회적인 가치, 인종차별, 문화 등을 함께 읽어내지 못한다면 그 만큼 어려운 작품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번역서이지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은 『두 친구 이야기』(양철북) 이다. 사실적이다. 주인공은 가출을 한다. 가정폭력을 행사하던 어머니가 치료를 받아 개과천선하지도 않고, 어머니와 딸이 쉽게 감정을 다스리게 되지도 않는다. 가정 폭력 자체가 없어지기 힘든 상황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주이공의 선택은 가출이다. 가출이 폭력적 가정보다 더 나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그렇지만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면 선택자체는 존중 받을 만 하다. 섣불리 정상인들이 그어놓은 범주로 결론을 내닫지 않아, 현실의 가정폭력을 시달리는 아이들에게는 희망을 미래로 만들 수 있는 선택에 대한 생각을 제안한다.
신문에 실리는 청소년 관련 기사는 성, 폭력 등 일탈한 아이들에 대한 기사와 공부 잘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실린다. 기사거리를 찾는 신문사에 의해 우리의 청소년들은 둘 중의 하나라는 착시가 발생한다. 사실은 90% 넘는 아이들은 엄친아도 아니고, 일진도 아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일진이 될 수도 있고, 일등이 될 수도 있다. 청소년들의 시선에는 그들이 하나이다. 다르게 나누어 섣불리 이해시키려 하고, 화해와 사랑을 '강요'하는 청소년문학의 자리를 이제는 제대로 된 청소년 문학이 자리잡아야 하지 않을까.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분홍벽돌집』, 좋은 책들이다.
이 책들이 좋은 이유는
첫째는, 청소년의 시선에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는 애초부터 청소년들이 쓴 글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둘째는, 상대적으로 사실적이라는 점이다. 상상이 아닌 발품이 만들어낸 작품들이라 아이들의 일상의 삶들이 잘 녹아 있다.
셋째는, 권선징악은 없다. 섬세한 청소년의 감성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선과 악이라는 구도가 아닌 삶의 모습 자체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는 독후감 숙제 때문에 한 아이를 고통을 받게 한 기사가 크게 당혹감을 주고 있지만, 책의 내용이나 작가의 의도는 그것과는 정반대의 것이다. 청소년 문학에서 빠질 수 없는 학교 생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선생님과 학교의 어긋난 역할에 대한 비판이다. 교사가 일진 등을 잘라내야 할 쭉쟁이로 보는 관점과 자신의 감정 자체도 제대로 정제하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토해내는 정서적으로 잘못된 행동이 가해지는 아이들의 고통은 크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는 이상대 선생님이 학생들의 글을 지도하고 모아 만든 책이다. 이 책이 나온 후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2』가 몇 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많이 기다려진다.
『분홍벽돌집』은 작가의 아들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씌인 이야기이다. 한 노숙자를 이유도 없이 패고, 물건을 빼앗는 친구따라 폭행을 하다가 붙잡힌 후, 주범이라는 거짓자백으로 죄를 뒤집어 쓴 준, 그리고 모델이 되기 위해 원조교제를 하다가 붙잡힌 선경은 소년원에서 다시 만난다. 둘은 비록 소년원에 들어가서 영화를 하면서 자신들이 묶인 잘못된 실을 끊을 수 있는 기회를 만나기는 했지만…
<완득이>이후로 청소년 문학의 붐이 일것이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뛰어난 작가들이 청소년 문학을 내고, 청소년들이 쓴 좋은 책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written by 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