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6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7월
구판절판


한 때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중에 맨 인 블랙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우리 나라에도 꽤 많은 팬이 있는 윌 스미스와 토미리 존스 주연의 이 영화는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인들로 부터 지구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결사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슈트를 입고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은채 비밀스럽게 임무를 수행하는 맨 인 블랙이라는 일종의 지구 수호대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어느날 요원인 J로 명명 되어진 윌스미스가 세계 각국에서 요원이나 정보원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을 영상으로 보게 되는 장면인데 이 영상들에는 자신이 어린 시절 외계인일거라고 생각했다던 한 선생님도 실제 외계인이었고 너무나 유명한 마이클 잭슨도 실제로는 외계인이었다는 설정이 들어있었다. 뭔가 특이하고 희안한 행동으로 주목 받는 이들은 대부분 정말 외계인이었다는 이 설정은 어쩐지 너무나 설득력 있어 보였달까? 그리고 오늘 <신>이라는 책을 읽으며 다시 이 설정에 한 사람을 더하고 싶어졌다. 바로 <신>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이다.


기발한 상상력의 대명사,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다시 돌아오다.

모든 작가에게는 자신을 대표하는 대표작이 있고(유명세나 인지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또 자신을 연상시키는 작품의 특징들이 있다. 어떤 작가는 섬세한 심리표사를 주 무기로 하고, 어떤 작가는 광대한 스케일을 주 무기로 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 기발한 상상력이라는 표현 이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을만큼 늘 기발하고 독특했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있다. 학창 시절 처음으로 접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개미는 이제 그의 대표작의 목록에 가장 먼저 거론되는 책이 되었고 이 책은 그에게 기발한 상상력의 작가라는 또 다른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이제 10여년이 넘는 동안 그의 기발함은 땅에서부터 시작해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신>의 배경이 되고 있다.


땅으로 떨어진 신, 그리고 다시 만들어내는 그만의 세계

<신>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내가 지금 리뷰를 정리하고 있는 책은 <신>의 시리즈 중 제 6권임을 먼저 밝히고 시작해야 할 듯 하다. 연작 시리즈 이긴 하지만 6번째 <신>에서 이야기는 새로운 배경을 받아들여야 하니 말이다. <신6>은 전편인 <신5>에 이어 신들의 게임에 참여한 미카엘이 게임에서 패배하고 자신이 다스리던 18호 지구를 괴롭힌 경쟁자를 살해한 벌로 자신이 만들었던 그 곳 18호 지구에 실제로 떨어지는 유배를 당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곳에서 그는 그가 만들어 온 18호 지구의 자신의 백성들과 만나게 되고 그들 중 자신이 만들었던 종교에 충실한 한 여성 델핀을 만나 서서히 지구의 한 구성원으로서 적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만의 세계를 다시 만들어가기 위해 한 무인도로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새로이 자신이 창조한 세계 <고요의 섬>을 만들어간다.

미카엘을 내버려 두지 않은 악동 베르나르 베르베르.

수 없이 오래 지속되어온 자신의 운명을 18호 지구라는 자신의 별에서 자신의 백성들과 함께 살아가기 시작한 미카엘. 신이 인간과 함께 인간의 삶을 이해하며 무언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기대했다면 그것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너무 모르기 때문이었으리라. 이 짖궂은 작가는 주인공인 미카엘이 조금만 평화를 얻으려 하면 그를 못살게 굴고야 마니 말이다. 미카엘에게 주어진 평화로움도 잠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미카일을 다시 더 높은 신의 차원으로 이끌어내고야 만다. 그리고 <신6>의 주된 여정인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주의의 끝이 보이지 않은 여행으로 그를 몰아넣고야 마는 것이다.


이제는 책을 벗어나고자 하는 이야기.

<신6>의 끝에 다다를 수록 많은 사람들은 문득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 이 책의 작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였지...' 늘 기발한 상상력을 가지고 독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작가의 특징은 <신6>에서 또 한번 모습을 드러낸다. 가끔은 아주 어린시절 한번쯤은 해보았던 발상을 한권의 책으로 이어가는 그의 발상은 가칫 너무 유치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인데 말이다. <신6>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황당성과 함께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그의 상상력이 사실은 어느것에도 기초를 두지 않은 우리 모두가 가져보았던 생각이라는 것을 여실이 보여주는 시리즈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작가가 기존에 집필했던 여러 책들의 이야기가 이야기 속에 숨어 배가시키는 즐거움 또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전작들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특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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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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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에 비추어 세상을 본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그 모습이 하나라 할지라도 그들의 마음과 머릿속에서 늘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 한장의 그림과 한곡의 노래가 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면서도 그 사람들이 받은 감동의 위치가 모두 다른 것은 그들이 경험하고 살아온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며, 그들이 그 그림을 바라보는 위치가 다르고 그들이 그 노래를 듣는 마음의 자리가 다르기 때문일것이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은 어렵기 그지 없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교감의 감동을 받는 것은 어려운지도 모른다.


어린 딸을 잃은 여교사의 복수.

<고백>이라는 제목의 이 소설은 한명의 교사가 자신이 담임으로 있던 아이들에게 작별을 고하며 하는 그녀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엄마를 따라 학교에 들렀다가 익사사고로 죽은 것으로 알려진 아이. 그 아이의 죽음에 자신이 담당했던 반의 아이가 관여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으나 누구나 알 수 있는 이야기로 범인을 지목한다. 어린 딸을 잃은 여 교사는 범인인 두 아이들을 단죄하는 의미의 제제를 가하고, 그 제제란 HIV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을 범인이 아이들이 먹을 우유에 주입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동요하고, 여 선생은 그 제제를 끝으로 학교를 떠난다. 딸을 잃은 여교사의 어머니로서의 복수. <고백>은 교사이기 이전에 어린 딸을 잃은 어머니의 피맺힌 고백으로 시작된다.


복수의 시작과 5개의 시선.

여 교사가 떠난 교실에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범인으로 지목된 두 아이중 한명은 학교에 나오지 않고 한 아이는 남아 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들은 학교에 출석하는 아이를 대상으로 따돌림을 시작하고 살인을 저지른 아이라는 이름이 추가된 아이는 자신의 죄에 대한 제제를 여 교사의 제제와 함께 아이들의 따돌림으로 돌려받는다. 학급에는 새로운 담임이 부임하고 담임은 학교를 나오지 않는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반장을 대동하고 아이의 가정방문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어느날 학교에 나오지 않던 아이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다. 학교에 나오던 또 다른 범인인 학생은 냉정을 유지하며 학교에 출석을 계속하고 반장과의 친분도 쌓는다. 모두가 소리없이 조금씩 변화한다.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치명적으로,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다섯명의 시선에 담겨 각각의 위치에서 각각의 입장과 각각의 사연을 담아 펼쳐진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반전.

두 범인 중 한 사람은 정신이상을 일으켜 자신의 어머지는 살해하고, 나머지 한 학생은 자신의 뛰어난 머리를 이용해 학교에 폭탄을 설치한다. 설치된 폭탄으로 자신의 또 다른 복수를 감행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폭탄은 엉뚱한 곳에서 터지게 되며 자신이 계획한 복수를 자신의 마지막 속죄로 마무리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우연이 아니라 그 모든 것 안에 여교사의 계획이 담겨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어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우연의 연속과 그 속의 어머니로서의 여교사의 복수를 담아서 말이다.


그들은 누구도 이해하지 않는다.

<고백>은 여교사의 어린 딸의 죽음이라는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하는 그 후의 이야기들이 5명의 고백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모두 다른 사람들의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한 다른 여러 사건에 대한 이야기. 그들을 철저하게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을 이야기 하며 고백한다. 모두가 자신들의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듯이 독자에게 호소하며 말이다. 그래서 <고백>을 읽는 동안 나는 이사건에 얽혀있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들이 저지른 짓이 죄이든 아니든 그것에 이르기까지의 개인의 사정이 모두가 처절했고 참담했으며 모두가 절박했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만이 이해받기를 바랄 뿐이다. <고백>은 어쩌면 그렇게 모두가 자신을 이해하달라고만 외치는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을 가장 극단적인 사건 하나로 이야기하고 있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래서 <고백>의 모든 고백들이 묘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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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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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의 나와, 서른살의 나는 얼마나 다른 모습인가에 대해 가끔 곰곰히 생각해보게 될때가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마냥 어리다는 표현보다는 젊다는 표현이 조금 더 잘 어울리는 나이가 된 것 같기는 한데 그 즈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볼때면 나는 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철 없이 행동하는 것도 마찬가지 인것 같고, 감동받고 분노하는 감정도 크게 달라진것은 없는 것 같은데, 과연 내가 성장을 하고 있기는 한것일까? 아무리 되물어도 도대체가 확신이 서지 않는 의문만 생길 뿐이다.


요노스케, 도쿄에 상경하다.

<요노스케 이야기>는 이제 막 대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딛은 요노스케의 1년간의 도쿄생활을 담은 이야기이다.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고, 눈에 띄는 점이라고는 없는 그저 평범한 요노스케. 그런 요노스케의 1년간의 도쿄생활은 그가 아무것도 특별할 것이 없기에 더욱 친숙하다. 대학시절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타지에 혼자 올라와 살아야겠던 나의 대학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요노스케의 모습에서 10년전의 내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 되는 것은 아마도 그가 나처럼 어리숙하고 나처럼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특별하지 않는 평범함, 그것만이 가진 가장 특별한 힘.

요노스케는 1년의 도쿄생활동안 학교생활을 같이 하게 되는 친구를 사귀고, 아르바이트를 하고,알지도 못하는 여인에게 첫 눈에 반하며,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고, 과거의 여자친구와 설명하기 애매한 추억도 만든다.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이 경험들이 요노스케의 일년을 가득채워가게 되는 것이다. 아마 요노스케가 10년이 지난 어느날 이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데도 특별할 것 없는 1년이라고 회상되어질것 같은 시간들. 물론 약간 충격적인 사건들도 있긴 하지만 <요노스케 이야기>는 그렇게 평범하기에 기억되지 않을지는 모르나 그렇게 끝없이 흐르는 1년의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익숙하게

<요노스케 이야기>는 요노스케가 도쿄에 막 상경하고 대학에 입학한 첫 해의 이야기와 함께 20여년이 지나 그의 주변에 존재했던 많은 존재들이 그를 회상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가 대학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었던 친구 구라모치와 유이는 부부가 되었고, 더운 여름이면 에어컨 때문에 빌붙다시피하며 신세를 졌던 가토는 자신의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첫눈에 반했던 지하루는 짧은 방송이지만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방송을 진행하는 방송인이 되었고, 첫사랑 쇼코는 난민캠프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각각의 기억에서 요노스케에 대해 조금은 다른 기억들을 가지고 회상한다. 구라모치와 유이에게는 자신들을 이어준 소중한 친구로, 가토에게는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그런데로 마음에드는, 그리고 자신을 너무도 쉽게 이해해주던 친구로, 지하루에게는 희미한 기억속에 어렴풋이 남은 존재로, 쇼코에게는 자신의 인생을 변하게 만들어버린 소중한 존재로 말이다. 그들이 회상하는 요노스케와 그들과 함께한 요노스케의 1년의 기억이 책 속에 묘한 어울림으로 뒤섞여 존재하는 것이다. 요노스케는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다가 갑자기 그들의 곁을 떠난다. 아마도 이 책에 담긴 그에 대한 회상들은 그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는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가능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일상에서 그에 대한 기억은 크게 중요하지도 않고 대단히 획기적이지도 않지만 그가 없는 자리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떠오르며 그를 되살리게 된다. 요노스케는 쇼코와 함께 했던 고향의 바닷가에서 맞딱드린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에 대해 조금은 실망하고 조금은 고민했을 것이다. 쇼코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녀의 일을 난민을 돕는 일로 정했을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니 함께 있었던 요노스케에게도 그 사건은 대단했을것이다. 쇼코가 말했던 자신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구나..라는 자조적인 말은 요노스케에게도 커다란 질문이 되어 돌아왔을지 모른다. 그 질문은 요노스케의 인생을 크게 뒤흔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삶을 마무리한다.


누군가의 요노스케가 되기를...

<요노스케 이야기>는 그저 한 청년의 성장에 대해서 기술한 책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진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이 책에는 요노스케와 그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이야기들은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것들이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이 없는 것 같았던 요노스케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고, 그 영향은 때로는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의 인생을 뒤흔들만한 진동이 되기도 했다. 요노스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너무도 평범했던 요노스케를 그래서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눈에 띄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했던 사람으로 말이다.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알지못하는 사이에 나 역시 다른 이들의 인생을 조금씩 울리고, 그 울림이 커다란 진동이 되어 변화로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은 아닐까? 사람이 성장하는 것은 어쩌면 나의 작은 움직임이 다른 이의 변화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인식과 그 책임감을 알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노스케 이야기>가 사실은 그를 기억하는 구라모치와 유이, 가토와 쇼코에게 인생을 뒤흔든 커다란 진동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나의 이야기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어렴풋한 생각이 작은 성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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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속삭여줄게 - 언젠가 떠날 너에게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절판


여행, 특히 저 멀리 바다를 건너 오랜 시간의 비행을 견뎌내야 할지도 모르는 해외여행을 가게 된 여행의 전야. 내일이면 잠시 일상에 쫓겨 숨고를 틈도 없이 내달리기만 했던 나의 나라를 떠나,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 역시도 그곳이 생소하기만한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내가 가기로 계획한 곳은 바로 런던이다. 그곳에 떠나기 전날 밤.. 당신은 무엇을 당신의 가방 속에 혹은 계획 속에 챙겨넣을 것인가? 나라면 바로 이 책 <런던을 속삭여줄께>를 챙겨넣을 것이다. 그것이 가방 속이든, 머리 속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조금 더 유익하고 즐거운 런던을 경험하고 싶다면...

여행을 떠올리며 사람들은 다들 잠시의 휴식이나 안정을 꿈꾸지만 현실의 여행은 그렇지 못할때가 많다. 그것이 꽤 많은 금전적 투자가 필요하고, 큰 맘 먹고 짐을 꾸려야 하는 해외여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여행을 떠나 휴식을 취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보리라는 이상과는 조금 다르게, '본전 뽑으리라'라는 마음이 한 켠에 자리잡게 되고,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더 많은 것들을 찍고 말리라는 중압감에 시달리다가 모처럼 큰 맘 먹고 떠난 해외여행이 휴식이 아니라 노동이 되는 경우(나도 처음 떠난 해외여행은 그랬다.)도 비일비재하다. 돌아오면 기억에도 남지 않는 여행이 되어버리지만 무작정 패키지 여행팀에 끼어 해외에 간다는 들뜬 마음만 부여잡고 가다가는 사진 몇장과 친구들과의 수다 이외에는 남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즐거운 여행이 될까? 아마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여행의 테마를 잡고 계획을 직접 짜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것을 보기보단 좋은 것들을 꼼꼼히 살펴보는것에 중점을 두고 말이다. 자 그럼, 런던으로 여행을 떠나는 테마를 '기록'과 '역사'로 잡은 이들에게 추천할 책이 한권 있다. 바로 <런던을 속삭여 줄께>이다.

런던, 그곳을 만들어가는 역사의 기록들.

<런던을 속삭여 줄께>는 우리에게 조금은 친숙한 도시 런던을 중심으로 혹시 그대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이라는 가정을 덧붙여 런던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행 안내서이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시작해 세인트 폴 성당, 대영박물관, 자연사박물관, 트라팔가르 광장,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런던탑, 그리니치 천문대에 이르는 런던에 위치해 있는 8곳의 주요 장소들에 각각의 장을 할애하여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여느 여행서들 처럼 맛있는 음식점이나 편안하고 깨끗한 숙박업소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수 많은 역사적 사건들과 역사 속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장소에 얽혀 전해 내려져 오는 이야기들 소개하는 것으로 책장을 채운다. 단순히 여행가이드가 아니라 여행을 의미있게 채우기 위한 정보서라고나 할까? 때문에 여행지에 도착해서 주섬주섬 펼쳐드는 책이 아니라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에 읽어보아야 할 사전학습서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은 책이 바로 <런던을 속삭여 줄께>가 아닐까 생각된다.


언젠가 떠날 너에게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런던이라는 한정된 공간안에 모여있는 8개의 역사적 장소들이 책을 가득 채우고도 넘쳐나는 이야기들. 작가의 표현대로 런던을 담아낸 천일야화에 가까운 이 책은 런던을 여행하기 위해 또는 런던을 머리에 그리기에 충분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단순히 외관적 모습을 담아내어 머릿속에 런던을 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런던이라는 장소의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줄기들을 모두 담아 시간과 공간을 구애받지 않는 나만의 런던을 재구성 하게 하는 책인 것이다. 혹시 런던을 여행하기를 계획한다면, 그리고 런던의 그 의미깊은 8곳에 서고 싶다면 <런던을 속삭여 줄께>는 당신에게 미술관의 그림들에 얽힌 일화들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도슨트와 같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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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떠나가면
레이 클룬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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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족을 위해, 연인을 위해 혹은 아끼는 누군가를 위해 빌어주는 가장 큰 기도는 건강에 관한 것이다. 부족한 삶도, 실패에 따르는 좌절도, 가끔은 불행하다 생각할 수 있는 힘겨운 인생도 모두가 사람에게는 이겨내야 하는 스쳐가는 순간이지만,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지와 건강이 가장 필요하기에 건강이라는 단 한가지의 기도는 누군가의 인생전체를 빌어주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될지도 모른다. 건강은 그래서 누구에게나 가장 큰 복이자 바람이다.

어느날 암에 걸린 아내와 그의 남편

<사랑이 떠나가면>에는 각자 커리어를 가지고 나름대로 남부럽지 않는 삶을 꾸려가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남편인 댄과 카르멘 모두 각각 운영하는 회사가 있어 하루하루가 바쁘고 정신없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인생을 즐기고 있으며 사랑하는 딸 루나까지 있는 즐거운 가정. 그 평온하고 행복한 가정에 어느날 암이라는 불청객이 찾아든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6개월전의 검진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암세포가 그 사이 커져 아내의 건강을 위협하고 부부의 관계를 흔들며 가정의 평화를 깨어지게 하는 이야기. 바로 그 이야기가 <사랑이 떠나가면>의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병마와 함께 하는 시간, 방황하는 남자의 이야기.

카르멘의 가슴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며 댄과 카르멘은 병마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예상했다고 한들 가벼워지지도 않을 사실 앞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부부의 삶을 이어나가고 암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사랑이 떠나가면>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에 흐르고 있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암이라는 병 앞에서 의연했던 부부는 6개월이 흐르고, 1년이 흐르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차차 지쳐간다. 우리 말에도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지 않았던가.. 오랜 투병생활은 카르멘에게서는 삶의 의지를 빼앗아가고 댄에게는 방황을 겪게 한다. 시간이 흐를 수록 암과의 싸움에서 지쳐가는 카르멘을 보는 댄은 이전의 의연했던 카르멘이 아닌 한없이 보호하고 돌보아주어야하는 대상으로 변한 카르멘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위안을 얻기 위해 외도를 하고, 부부사이의 관계는 서서이 균열을 일으킨다.


마지막, 사랑이 지나가는 그 순간

오랜 시간의 투병 끝에 카르멘의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병은 점점 깊어진다. 암 세포를 잘라내기 위해 유방 절제술도 하고 수없이 많은 처방을 받아왔지만 카르멘의 마음이 지쳐가듯 그녀의 몸도 병 앞에서 지쳐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카르멘은 점점 생의 마지막에 다가간다. 댄과 카르멘은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기로 한다. 안락사라는 단어로 이야기 되어지는 방법.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선택해야 할만큼 고통스럽고, 삶의 의지를 더 이상 잡고 있을 수 없을 만큼 쇠약해진 카르멘 앞에서 댄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외도도, 댄의 외도도 모두가 서로를 부여잡는 방법이었음을 어렴풋이 깨달으며, 그것도 그들만의 사랑의 방법이었음을 이해하며 말이다.


사랑으로 죽음 앞에선 부부의 이야기.

<사랑이 떠나가면>에서는 암이라는 생명의 위협 앞에서 불안하고 흔들리는 부부의 관계에 대해 조금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때로는 잔인하게 때로는 배신의 모습으로 형상을 이루는 부부사이의 흔들림은 그래서 정면으로 바라보기에 조금은 불편할만큼 현실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로 그런 사실적인 이야기들이 <사랑이 떠나가면>에서 사람들에게 그들의 현실을 이해시키고 그들의 방황을 설명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암에 걸린 부인을 돌보지만 스스로도 끝없이 위안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한명의 사람이기에 자신의 생존을 위해 외도를 하게 되는 댄의 모습, 그 사실을 후회의 모습 모두 그의 부인을 사랑하기에 보인 모습임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사랑하는 남편을 더이상 보듬을 수 없는 스스로에 대한 회의를 분출하는 카르멘의 모습도 이해하게 된다. 책의 제목은 분명 <사랑이 떠나가면>이다. 하지만 댄과 카르멘은 사랑이 지나가면 그 때서야 사랑의 존재를 깨닫는 후회를 남기지는 않았던것 같다. 그들은 죽음 앞에서 사랑이 떠나가기 전에 그들의 사랑을 깨달았고, 그 사랑 앞에 서로를 놓칠 수 없어 그토록 방황했던 것은 아닐까? 카르멘은 죽었지만 아마 그들의 사랑은 떠나간 것이 아니라 마음에 머무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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