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2주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에는 뭐가 있을까? 물론 개인마다 취향이 다른만큼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제시하는 기준도 수없이 많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가 부족한 때에 영화를 고르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마도 출연하는 배우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영화에 어떤 배우들이 어떠한 배역으로 출연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성격과 분위기가 조금은 보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영화는 어떨까? 남자 배우는 없고 여배우들만 있는 영화. 그것도 두세명도 아니고 6명. 모두가 한가닥씩 한다는 저마다의 위치가 확고한 배우들이 한 영화에 얼굴을 내민다면 말이다.

 

여배우들 - 개봉일 09.12.10


08년 12월 24일 대한민국의 각 세대를 대표하는 6명의 여배우들이 한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화보를 촬영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다. 보석보다 빛나는 여배우들이라는 컨셉으로 진행되는 이 화보의 촬영은 국내의 내노라 하는 여배우들을 한컷에 모두 담는다는 것으로 의미가 있는 잡지사에서도 획기적으로 진행된 기획이다. 약속한 시간 5시를 앞두고 시간을 잘못 알고 빨리 온 60대 여배우 윤여정부터 윤여정보다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나타난 50대 여배우 이미숙, 그리고 윤여정의 부름을 받고 당초 예상된 시간보다 빨리 오게 된 30대 후반의 배우 고현정, 한류스타로 국내외의 여러 국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30대 중초반의 최지우, 스타일리쉬한 매력과 스키니한 몸매로 단연 눈길을 끄는 20대 후반의 배우 김민희와 아직 어리지만 국내 유명감독의 실험작에 모습을 드러내며 주목을 받고 있는 20대 초반의 여배우 김옥빈이 그들이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찍게 될 화보보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는 사실이 더욱 강렬한 영화, 여배우들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배우들은 제작단계에서부터 꽤 많은 이야기들을 몰고 다녔다. 이름만 대면 모두 알만한 국내의 유명 여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도 눈길을 끌만한 사실인데 모두가 본인들의 실명 그대로 자신들의 모습을 그저 몰래카메라처럼 보여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모두가 호기심을 감출수 없었다고 해야할까? 게다가 영화가 마무리 되고 개봉전 홍보가 시작되면서 고현정과 최지우라는 비슷한 연배의 두 여배우가 영화내에서 정말 실제에 가까운 싸움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람들은 이 영화를 더욱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실제로 어땟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정말 재미가 있는 영화이다. 20분 간격으로 시간을 체크하며 영화는 보는 나에게 영화 상영내내 단 한번도 시계를 보지 않게한 영화이니, 그 재미는 말로 다해 무엇하겠는가. 게다가 모두가 자신들이 처한 실제의 상황과 그녀들이 가진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에 영화라기보단 그녀들이 하고 싶었던 마음 속 어떤 이야기를 몰래 듣는 기분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물론 여배우이기 이전에 여자인 사람들이고,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에 가까운 시기나 질투에 대한 이야기도 너무나 흥미진진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말이다. (고현정과 최지우의 싸움씬은 정말 재미있었다.ㅎ) 여자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 그리고 여배우이기 때문에 더욱 강렬한 그녀들만의 진실과 마음 속 이야기를 엿보고 싶다면 이 영화, 정말 재미있을것이다. 


 

내 친구의 사생활 - [개봉일] 08.10.09


남 부럽지 않은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메리와 나름의 커리어를 쌓아 잘나가는 직장여성으로서 자리를 굳힌 실비, 그리고 국내의 어떤 여자코미디언처럼 다산의 상징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여자 에디, 마지막으로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남자보단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 알렉스는 모두가 친한 친구사이이다. 어느날 손톱손질을 하러 샵에 들른 실비는 우연히 자신의 친구인 메리의 남편이 백화점의 판매원과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실비를 시작으로 그녀들 모두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 소문은 그녀들 사이에서 멈추지 않고 점점 가속도를 내며 퍼져가고 결국에는 신문에까지 그 사실이 기사화되기에 이르는데 사실 이 내용이 소문으로 퍼져나가는데에는 그 시작에 살짝의 비밀이 숨어있다.

 

내친구의 사생활은 여자들만 모여있는 모임에서 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아주 복잡하지만 정말 미묘한 사실들을 예리하게 콕 찝어낸 영화이다. 절친이라 말하면서도 서소를 질투하고, 서로의 슬픔을 나누지만 잘된다고 100% 좋아하지만은 못하는 조금은 치사하고 약간은 짜증스러운 여자들의 심리는 정말 정확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난 친구의 남편에 대한 소식을 접하자마자 메리의 친구들은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리냐 마느냐부터 바람난 그 여자를 어떻게 떼어낼 것인가까지 모두 시시콜콜 조언을 하지만 모든 조언에는 99%위안과 1%깨소금맛이 존재하고 이 작은 이율배반의 감정은 여성이 아니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왜 여자의 적은 여자이며, 여자들이 많은 곳은 정글보다 무서운지 알려주는 영화.

 

한동안 스크린에서 보기 힘들었던 맥 라이언(메리)과 아네트 베닝(실비)이 출연하고 윌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레즈비언인 알렉스를 다산의 상징 에디는 데브라 메싱이 메리의 남편과 바람난 백화점 판매원은 미스터 히치의 에바 맨데스가 출연한다.

 

 

섹스 앤 더 시티 - [개봉일] 08.06.05


시즌6으로 드라마의 끝을 알렸던 섹스 앤더 시티가 영화로 돌아왔다. 영화 섹스 앤더 시티는 케리와 빅의 결혼, 사만다와 스미스의 헐리웃 이사, 미란다와 스티브의 불화와, 샬롯의 입양과 임신이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시작한다. 시즌6에서 러시아 예술가인 알렉산더와 헤어진 후 오랜 시간 자신과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은 끈을 이어왔던 빅과의 진실한 사랑을 확인한 캐리는 그와의 결혼을 준비하고, 캐리의 결혼은 당초 계획했던 조촐한 언약식이 아닌 거대한 파티로 변하기 시작한다. 빅은 자신과 캐리가 아닌 캐리만의 파티가 되어가는 결혼을 불안하게 지켜보게 되고 이윽고 마음이 흔들리게 되는데..

 

영화가 제작될 당시 출연진 사이의 출연료 조정문제로 인해 사만다 역의 킴 캐트럴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영화가 제작되느냐 마느냐를 두고 한동안 이야기가 많았던 영화 섹스 앤더 시티. 오랜 시간동안 전 세계의 여성들이 내심 조금은 바랬던 자유롭고 진취적인 여성들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대리만족의 기쁨을 100%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의 뒷 이야기라도 할 수 있다. 모두 40대에 가까워지는 여성들의 모습(사만다는 40대가 넘었다)을 솔직담백하고 조금은 과정되게, 그래서 더욱 즐겁게 그림으로써 싱글 혹은 기혼의 여성들에게도 자신들의 인생이 존재하며 그 이후의 삶에서도 여자임을 발견하게 만드는, 그리고 그것이 결국 행복한 한 사람의 삶을 완성함을 보여주는 전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특히 많은 여성들이 이 영화에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각자 다른 개성의 사람들이 존재하듯, 그들의 행복의 모양도 모두가 다르고, 같은 모습의 행복으론 모두가 만족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자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30~40대의 흔들림 그리고 불안함과 욕망들을 솔직히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캐리역에는 사라 제시카 파커, 여성들이 특히 좋아했던 캐릭터인 사만다 역에는 내가 매번 미셸 파이퍼와 헷갈려했던 킴 캐트럴, 그리고 성공한 변호사인 미란다 역에는 신시아 닉슨과 가장 가정적이고 전형적인 여성상에 가까웠던 샬롯 역에는 크리스틴 데이비스가 출연한다. 그리고 영화 섹스 앤더 시티에는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가수 겸 연기자 제니퍼 허드슨이 캐리의 비서인 루이스 역을 맡아 즐거움을 한껏 더했다. O.S.T에서도 그녀의 파워풀한 노래를 만날 수 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 [개봉일] 98.10.03




성공한 디자인 회사 사장인 호정과 호텔 웨이트리스인 연 그리고 대학원에 다니며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순은 모두 친한 친구들이다. 각자 다른 성격과 각자 다른 이성을 향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모두가 이성이라는 문제에 대해 조금씩 차이를 보이며 접근하는데 호정은 너무나 자유분방한 나머지 대책이 서지 않을 정도이고, 연은 결혼을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남자친구가 있다. 이 둘 사이의 중간 위치쯤에 있는 순은 남자들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실제로는 남자친구도 없고 경험도 없는 다소 애매모호한 여자. 그녀들이 저녁식사를 위해 모여 그녀들만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영화가 바로 처녀들의 저녁식사이다.

 

벌써 10여년전에 개봉했던 영화라고 하기에는 소재부터 연출, 대사까지 모두가 파격에 파격을 거듭했던 영화가 바로 이 처녀들의 저녁식사이다. 성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화면과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던 섹스 앤더 시티의 첫 시즌이 바로 요맘때 시작을 했으니 아마도 그 시기가 전 세계적으로 성이라는 단어가, 특히 여자들의 성이라는 소재가 화두에 오르기 시작했던때가 아니었나 의심이 갈 정도인데 어쨋든 지금이나 당시나 영화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영화였음에는 분명했던 것 같다. 당시 대학에 입학했던 내가 처음으로 보았던 18금 영화이기도 하다.

 

요즘엔 비가 닌자 어쌔신으로 월드스타라는 수식어를 얻고 있지만 당시까진 월드스타라는 호칭은 바로 이 배우가 독식하다시피 했는데 그 이름도 유명한 강수연이 그녀이다. 강수연이 성공한 디자인 회사 사정 호정역을 호텔 웨이트리스인 연은 진희경인 대학원생 순의 역할은 김여진이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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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배케이션
김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9월
품절


일년에 단 몇 일, 자유와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휴가 기간에 대부분이 하는 일들은 아마도 가족들 혹은 친구들과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거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아닐까? 휴가라는 단어가 주는 단어의 느낌은 어쩐지 가방하나 덜렁 매고 훌쩍 떠나는 여행을 연상시키고, 사람들은 대부분 그 느낌에 따라 휴가를 여행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절차를 밟는 것으로 보내곤 한다. 일 년에 한 번, 단 몇 일의 자유를 만끽하기엔 여행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막상 여름철이 되고 휴가기간이 다가와 여행가방을 챙기면 올해도 사람가득한 바닷가나 계곡 어딘가로 향하는 조금 지루한 휴가가 되겠구나싶은 생각도 없진 않다. 그 귀중한 시간, 나만이 기억할 수 있고, 나에게는 특별한 기억이 될만한 특별하 휴가 방법은 없을까?


당신 홀로 만나는 당신만의 특별한 세상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왕국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의 지적수준향상을 위해 3년에 한번 특별히 마련해주었던 1년간의 유급휴가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자~ 3년간 영국을 위해 일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1년간은 그간의 피로함을 덜고 스스로의 지적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책과 함께 하는 휴가를 다녀오세요~! 참, 월급도 드립니다."라는 의미랄까? 최근 대학에 재직중인 교수들에게 제공되는 안식년과 비슷한 개념으로 공직자들을 위해 배려되었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은 그래서 틀에 박히다시피해 그 특별함을 잃어가는 우리네 휴가와는 다른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저 휴식이라는 단어와 자유라는 단어에 매여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반강압적인 휴가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진정한 자유, 그리고 자신만이 창조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라는 바로 그 점에서 말이다.


열심히 일한 그녀, 떠났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의 저자 김경은 서른넷의 직장여성이다. 10여년간 열심히 일했고, 그래서 피로한, 그리고 휴식을 필요로하는 지쳐있는 바로 그 직장여성 말이다. 어느 날 운명처럼 읽게 된 <몰타의 매>라는 이야기를 기점으로 그저 문득 이제 나에게도 떠날때가 온것이라고 느낀 그녀는 다분히 충동적으로 그러나 충분히 강렬한 힘에 이끌려 자신만의 휴가를 떠날것을 결정한다. 스스로에게 충실할 수 있는 진정한 여행, 바로 김경만을 위한 맞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떠났다. 회사를 그만두고라도 떠나겠다는 결심을 읽은 너무도 자애로운 상사에게 1년간의 휴직을 배려받고 말이다. 물론 빅토리아 여왕이 공직자들에게 주었다던 1년간의 유급휴가는 아니지만 어쨋든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도 그녀는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목과는 조금 다른 그녀만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처음 책을 접했을 당시에는 사실 약간의 오해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목이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니만큼 아마도 셰익스피어의 고전들에 얽힌 그녀만의 테마 여행을 소개하는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더랬는데, 사실 책의 내용은 나의 예상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그녀는 그저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라는 단어를 자신을 찾는 진정한 자유의 시간이라는 의미로 재해석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녀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은 셰익스피어와는 관계가 없다. 그저 그녀 자신의 기억와 그녀의 이야기들로 때로는 아련하게 때로는 선명히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기억들, 혹은 자신에게만 뭔가 의미를 가지게 했던 한장의 사진이나 책 한권에 얽힌 기억들을 가지고 그녀는 그녀만의 여행을 만든다. 남들이 보면 별로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자신에게는 한없이 아름다운 기억의 연장선이 될 김경만의 테마여행을 만든 셈이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선택한 여행지는 사실 조금 생소한 곳들이 많다.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 작은 나라 몰타에서부터 이탈리아 여행이라면 마땅히 가야할 것 같은 나폴리가 아닌 카프리를 선택한다. 남들도 한번쯤 가보았을 것 같은 리스본을 선택할때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한번 가보고 싶었다는 이유 대신 자신만의 특별한 사연을 들어 그곳을 선택한다. 어디를 가든 자신의 기억이 있고, 어디를 선택했던 자신만이 가진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곳을 선택한 김경만의 테마여행은 그래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을 남은 여한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배려했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의 진정한 의미에 조금 더 가까워져 있었다.


마냥 부러운 그녀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을 읽으며 내내 그녀가 부러웠다. 세계 어디든 자신에게 의미를 주었던 책 한권의 기억을 더듬고, 뭔지 모를 신비함을 주었던 사진의 느낌을 받기 위해 발걸음을 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는 그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금전적인 여유가 필요할 것이고, 그 다음엔 그 것들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을 떠나있는 동안 나의 발목을 자꾸 잡아챌 의무나 구속도 물론 잠시 미뤄두어야 하고 말이다. 누구나 한번쯤 김경이라는 작가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처럼 자유로운 1년을 꿈꾸지만 대부분 그저 꿈으로 남겨두고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데에는 아마 그런 현실적 제약이 가장 큰 이유가 될테고, 이는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녀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 진정 부러웠던 이유는 이런 현실적인 제약들을 모두 감수하고라도 그녀만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그녀의 그 결단력과 용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녀 역시 회사를 정리할 각오까지 하고 계획한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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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이 숨긴 비밀 - 미궁에 빠진 보물을 둘러싼 45편의 기록
송옌 지음, 이현아 옮김 / 애플북스 / 2009년 10월
절판


보물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기도 하다. 어쩌면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비밀을 간직한채 숨겨진 보물들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각 문화권마다, 혹은 각 대륙마다, 그것도 아니라면 한때 엄청난 발전을 이루던 하나의 왕조나 시대마다 모두들 한가지 이상의 숨겨진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니,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그 보물들은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걸까? 보물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그 보물이 실제로 존재하느냐 혹은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세상의 어딘가에 은밀히 주인을 기다리며 숨어있다던 그 보물들은 실재가 아닌 이야기만으로도 이미 수 많은 이야깃거리와 환상들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있고, 앞으로도, 어쩌면 영원히 그러할 것이기 때문에 말이다.


세상에 남아있다던 그 많은 보물에 대한 여러 이야기.

<보물이 숨긴 비밀>은 세상 어딘가에서 은밀히 숨어 주인이 될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던 그 보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보물들을 황실귀족과 전쟁, 사라진 고성, 해적, 그리고 침몰선이라는 몇 개의 공통된 이야기들로 묶어 소개한다.이 이야기들 속에는 우리가 영화나 소설 혹은 어린 시절 보거나 읽었던 엘도라도에 대한 전설부터 이제는 어느정도 밝혀진 이야기가 많은 투탕카멘의 무덤에 대한 이야기, 다빈치 코드를 통해 유명해진 렌르 샤토의 보물,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정말 처음 접했던 해저공동묘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꽤 다양하고 고르게 그리고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보물만을 이야기하기보다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 책.

하지만 단지 <보물이 숨긴 비밀>이라는 이 한 권의 책이 사람들의 말과 말을 통해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를 모아놓은 이야기 모음집이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 <보물이 숨긴 비밀>은 보물이라는 환상의 존재에 대해 비교적 사실적이고 실증가능한 여러 가설들을 덧붙여 설명하고 있끼 때문이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보물이라는 환상을 쫓아 그것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탐험들을 진행했는지 그 결과는 어땟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물론 그 마지막은 대부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쫓고 있는 보물에 대한 환상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그 많은 보물에 대한 미스테리로 마무리하고 있지만 말이다.


모든 보물에는 시대가 있다.

<보물이 숨긴 비밀>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저 단순히 '옛날에는 이런이런 보물이 있었다는 전설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식의 이야기라기엔 비교적 많은 역사적 사실과 배경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말이다.(물론 짧막하긴 하지만 말이다.) 아마도 보물이 존재했던 그 시대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보게 된다. 황실의 보물 뒤에 그들의 부정과 전쟁의 보물뒤에 숨겨진 국가라는 이름의 힘, 해적의 보물뒤에 가려진 당시의 상황들 같은 현실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한 때는 누군가의 소유였을 그 막대한 부가 어느날 사라지고 그것들이 보물이라는 존재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내려오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얻기 위해 감수했던 희생이 왜 존재했는가에 대한 의문, 그 의문이 <보물이 숨긴 비밀>라는 한권의 책에 살짝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것이다.


재미있는 세계 각국의 보물전설

<보물이 숨긴 비밀>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재미있는 책이다. 사람들이 언제나 갈망하는 부라는 존재를 보물이라는 환상적인 이야깃거리를 통해 이야기함으로서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람들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거기에 더해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보물의 존재들을 언급함으로써 그 환상을 더욱 가중시키니 말이다. 책 속에 담겨 있는 45가지의 보물이야기는 아마도 그래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어쩌면 영원히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때로는 영화로, 때로는 소설로, 때로는 용감무쌍한 누군가의 보물탐사로 말이다. 물론 누군가가 그 보물을 찾아낸다고 하여 그 보물에 대한 비밀들이 완전히 드러나는 것은 아닐것이다. 보물이 발견되는 순간 그저 몇일 누군가의 어떤 보물이 전설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발견되었다더라 식의 뉴스토픽이 몇일동안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후세에 그 보물은 누가 어느날 어디에서 발견했다더라는 한줄의 멘트가 덧붙여질 따름일지도 모른다. 결국 보물은 실재로 존재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 보물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얼마나 자극하고 얼마나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느냐에 지금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많은 세상의 보물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이유, 그 비밀은 아마도 바로 보물에 가려진 사람들의 환상, 그리고 욕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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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장으로의 초대 을유세계문학전집 23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박혜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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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생소한 이름의 작가, 그리고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책을 만나게 되면 가끔은 나도 모르게 위축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비교적 익숙한 문화권의 책이거나 혹은 잘 알려진 작가의 책이라면 느끼지 않아도 될법한 이런 무게감들은 뭔가 책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이 아닌 그 이외의 것들이 책의 내용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을 것 같은 소위말해 배경지식이 딸리는 현상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물론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의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온전히 그 안의 내용만으로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아마도 이런 공포는 잘 모르는 어떤 것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두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사형장으로의 초대>는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원인 모를 두려움을 한껏 업고 다가온 책 중 한 권이었다고 기억될 것이다.


생소한 러시아의 문학, 그러나 그 안의 내용만으로 충분한 이야기를 전하는 소설.

<사형장으로의 초대>는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조금 어렵게 생각되는 러시아의 역사나 사회적 분위기를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요소로 포함하지 않는 소설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러시아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조금은 몽환적이고 조금은 어리둥절한 그 느낌을 한껏 담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전혀 러시아스럽지 않지만 완벽하게 러시아스러운(물론 전적으로 개인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이야기 <사형장으로의 초대>. 나보코프라는 작가의 가장 환상적인 소설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는 <사형장으로의 초대>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일까? 사형장이라는 사뭇 공포스럽고 두렵기만한 소재를 가지고 말이다.

불투명한 죄인 친친나트

<사형장으로의 초대>는 친친나트라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 사형을 선고받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친친나트가 사형을 선고 받은 이유는 다소 당황스럽다. 현재의 법체계에서는 있을법하지 않은 죄. 바로 불투명한 존재라는 것이 이유가 된다. 불투명한 존재라니.. 도대체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닌 죄란 말인가? 친친나트가 살아가고 있는 곳은 모두가 투명한 존재로 규정되어진다. 모든것이 속이 환히 들여다 보이는 투명 유리관처럼 뻔하디 뻔한 것. 그래서 사람들의 생활과 사람들의 사고, 그리고 그들의 태도와 행동하나가 모두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같은 것을 투명하다고 규정하고 이러한 투명한 사람의 규정에 벗어나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소위 창의적이거나 독창적이라 말하는 그들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일들을 하는 친친나트를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다고 규정해버린 것이다. 모두가 투명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마을에서 친친나트의 불투명함은 참아줄 수 없는 죄악이 되고, 이 죄가 친친나트를 참수형이라는 벌과 함께 죄수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완벽하게 비극적인 배경을 완벽하게 희극적으로 표현해낸 이야기.

<사형장으로의 초대>의 가장 주요한 무대는 사형을 언도 받은 친친나트가 사형이 집행되기를 기다리는 감옥이다. 그가 불투명함의 죄목으로 투옥되고 사형이 집행되기를 기다리며 감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며 동시에 현실적인 모습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보여지는데 여기서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과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이상하게도 그 입장이 바뀌어 보인다. 우스꽝스럽고 말도 안되는 듯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죄인이 아닌 투명한 사람들이고, 언제 사형이 집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들을 보며 나름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사형집행일을 기다리는 사형수 친친나트인 것이다. 독창성이 결여된 투명한 사람들은 이제 곧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 친친나트를 향해 조롱과 비난을 멈추지 않고 친친나트는 자신의 사형집행일을 알려달라는 마지막 부탁까지도 외면당한채 환상과 현실, 거짓과 진실 그리고 투명함과 불투명함이 뒤섞인 어지러운 나날들을 유지한다.


자유로운 인생을 그리는 친친나트의 마지막 탈출구.

<사형장으로의 초대>의 마지막은 친친나트의 사형집행으로 끝을 맺는다. 시종일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을만큼 어지러운 상황을 연출하던 이야기는 그 희극적인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정해진 시간을 따라 친친나트의 사형집행을 그려내고 친친나트는 그렇게 목숨을 잃는다. 일반적인 이야기라면 주인공의 이야기로 비극을 맞이하여야 하는 <사형장으로의 초대>은 그러나 이 비극이 친친나트 개인에게는 그만의 삶을 추구할 수 있는 탈출구라고 말한다. 불투명함을 죄로 치부하고 그만의 사고와 행동을 차단당한 곳에서 탈출해 불투명함을 투명함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자유의 그곳. 그곳으로 향하는 마지막 탈출구를 사형집행이라는 죽음의 단어로 알려주는 것이다. <사형장으로의 초대>을 읽는 동안 나는 이 독특한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내내 고민했던 것 같다. 눈으로 보이는 환상과 사실의 어지러운 교차 뒤에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형장으로의 초대> 마지막 줄을 읽자마자 책의 뒤에 첨부된 책의 해설을 꼼꼼히 읽어보았더랬다.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마치 모의고사를 본 고등학색이 답안을 맞춰보는 심정이었달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책만이 가지는 환상적이고 다채롭지만 그래서 어지럽기까지한 복잡한 분위기로 인해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점은 <사형장으로의 초대>안에 담긴 이야기는 죽음을 그린 것이 아니라 죽음 이상의 것을 그린것이라는 사실이다. 서로 투명하다 외치는 불투명한 세상에서 자신만의 불투명함을 투명함으로 받아들여주는 그곳. 그곳을 향하기 위해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던 친친나트의 물리적인 죽음이 그에게는 한편으로 새로운 탄생이 되었음을 그리는 소설. <사형장으로의 초대>는 그래서 해설의 어느 말처럼 형이상학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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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오바마 북클럽 1
조지프 오닐 지음, 임재서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09년 10월
품절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대게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 책을 읽고 난 나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소감일 경우도 있고, 그 책의 여운이 끌어당기는 개인적인 기억들인 경우도 있지만 어쨋든 거의 매번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그 순간 떠오르는 느낌은 분명 늘 있어왔다. 그리고 나는 그런 느낌들을 되새기며 책의 이야기와 그 순간의 감정을 기억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 그렇지 못한 한 권의 책을 만난것 같다. 무엇인가 끝없이 말하고 있지만 무엇인지 모를, 그러나 알것도 같은 아리송한 무엇인가를 한껏 뭉쳐있는 잘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얽힌 그대로 던져버리고 간 그 책의 제목은 바로 <네덜란드>이다.

희망과 위기를 동시에 준 곳, 뉴욕.

<네덜란드>에는 잘나가는 애널리스트 한스와 그의 아내, 그리고 아들이 이루고 있는 그의 가족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스는 변호사인 아내가 미국으로 진출하기를 원하자 아내를 따라 뉴욕으로 이주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직장을 얻고 석유업 관련 애널리스트로 자리를 잡아 꽤 잘나가는 성공한 애널리스트로 나름의 삶을 유지한다. 그러나 9.11이후 그의 아내 레이철은 다시 그들이 왔던 영국으로 돌아가길 원하게 되고 그렇게 한스는 레이철과 그의 아들을 떠나보내고 홀로 뉴욕에 남는다. 물론 일정간격으로 가족들을 보기 위해 날아가지만 그에게 가족이 함께 하지 않는 뉴욕은 어딘지 안정감이 없고 소속감을 느낄 수 없는 불안한 곳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영원한 이방인.

그는 흔들리는 뉴욕에서의 시간동안 끝없이 과거를 맴돌게 된다. 뉴욕이라는 땅에서 자기 분야의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저명한 애널리스트가 되었지만 여전히 뉴욕은 임시운전면허 하나 발급하는데에도 끝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되묻게 하는 발을 딛기엔 어렵고 난해한 땅인 것이다. 언제나 뉴욕이 멀게만 느껴지는 한스는 자연스레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위안을 얻게 되고 그 위안의 매개중 하나로 크리켓이라는 운동을 선택한다. 어린시절 어머니가 늘 동행하던 크리켓, 자신이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아주던 그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기 위해 크리켓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스에게 크리켓은 승부가 중요한 운동이 아니다. 뉴욕스타일의 크리켓을 익혀 팀을 이기게 하는것 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시절 그대로의 방식으로 그 기억으로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크리켓과 현실.

한스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뉴욕에서의 소외감을 외면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면 그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미국이라는 땅에, 그리고 뉴욕이라는 도시에 적응하고 있는 혹은 그곳을 자신에게 적응시키려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네덜란드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한 사람, 척 렘키순이다. 트리니다드 출신의 흑인 척 렘키순은 한스와 마찬가지로 검은 피부의 이방인이지만 그가 뉴욕을 대하는 방식은 사뭇다르다. 한스가 자신만의 기억을 더듬는 것으로 과거에서 현실의 위안을 찾는 소극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면 척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민자들의 운동 크리켓을 뉴욕의 중앙으로 끌어오려한다. 크리켓을 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을 건설하는 꿈을 꾸는 척은 그래서 과거의 기억으로 도망하기 보다는 현실로 자신의 과거를 이끌어오려한다. 스스로가 이민자라는 이름의 영원한 이방인임을 인정하고 그대로 현실에서 연명하려는 한스에 비해 척의 꿈은 그래서 때로는 황당하고 때로는 말도 안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또 다시 만들어진 이민자들. 그들이 각자 미국이라는 땅에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방식을 <네덜란드>는 참으로 냉정하고 차갑게, 그러나 한켠의 희망을 품은채 보여준다.


오바마가 읽었다던 그 소설.

<네덜란드>라는 이름의 이 책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미국의 첫 흑인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읽고 있다는 한줄의 소식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무엇이 한나라의 대통령. 그것도 그 존재만으로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상징처럼 느껴지는 그 대통령의 눈을 끌었던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미국이 아직도 온전히 끌어안고 있지 못하는 이민자라는 존재에 대해 사실적이고도 잔혹하게 그 현실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민자의 나라라는 이름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곳처럼 보이는 미국의 거대한 땅, 그곳에서 부유하는 이민자라는 같은 이름의 새로운 이방인들은 미국이 놓인 현실이고 동시에 풀어야할 과제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물론 <네덜란드>라는 이름의 이 소설은 그저 그들의 현실과 그들의 좌절, 그리고 그들이 한 때 꿈꾸었던 꿈에 대한 것들을 그리고 있을 뿐이지만 그 이야기가 잔인하리만큼 사실적이고 현실 그대로이기 때문에 그곳의 지도자인 한 사람의 눈을 끌었던 것은 아닐까? 이민자들이 꿈을 안고 어딘가를 향할때 그들은 그저 물질적인 안정이나 사회적인 지위만을 그들의 최종목표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속했떤 땅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그들이 속할 곳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더이상 이민자가 아닌 그곳의 사람이기를 바란다. <네덜란드>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그들을 받아들여줄 완전한 포용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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