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배케이션
김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9월
품절


일년에 단 몇 일, 자유와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휴가 기간에 대부분이 하는 일들은 아마도 가족들 혹은 친구들과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거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아닐까? 휴가라는 단어가 주는 단어의 느낌은 어쩐지 가방하나 덜렁 매고 훌쩍 떠나는 여행을 연상시키고, 사람들은 대부분 그 느낌에 따라 휴가를 여행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절차를 밟는 것으로 보내곤 한다. 일 년에 한 번, 단 몇 일의 자유를 만끽하기엔 여행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막상 여름철이 되고 휴가기간이 다가와 여행가방을 챙기면 올해도 사람가득한 바닷가나 계곡 어딘가로 향하는 조금 지루한 휴가가 되겠구나싶은 생각도 없진 않다. 그 귀중한 시간, 나만이 기억할 수 있고, 나에게는 특별한 기억이 될만한 특별하 휴가 방법은 없을까?


당신 홀로 만나는 당신만의 특별한 세상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왕국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의 지적수준향상을 위해 3년에 한번 특별히 마련해주었던 1년간의 유급휴가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자~ 3년간 영국을 위해 일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1년간은 그간의 피로함을 덜고 스스로의 지적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책과 함께 하는 휴가를 다녀오세요~! 참, 월급도 드립니다."라는 의미랄까? 최근 대학에 재직중인 교수들에게 제공되는 안식년과 비슷한 개념으로 공직자들을 위해 배려되었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은 그래서 틀에 박히다시피해 그 특별함을 잃어가는 우리네 휴가와는 다른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저 휴식이라는 단어와 자유라는 단어에 매여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반강압적인 휴가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진정한 자유, 그리고 자신만이 창조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라는 바로 그 점에서 말이다.


열심히 일한 그녀, 떠났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의 저자 김경은 서른넷의 직장여성이다. 10여년간 열심히 일했고, 그래서 피로한, 그리고 휴식을 필요로하는 지쳐있는 바로 그 직장여성 말이다. 어느 날 운명처럼 읽게 된 <몰타의 매>라는 이야기를 기점으로 그저 문득 이제 나에게도 떠날때가 온것이라고 느낀 그녀는 다분히 충동적으로 그러나 충분히 강렬한 힘에 이끌려 자신만의 휴가를 떠날것을 결정한다. 스스로에게 충실할 수 있는 진정한 여행, 바로 김경만을 위한 맞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떠났다. 회사를 그만두고라도 떠나겠다는 결심을 읽은 너무도 자애로운 상사에게 1년간의 휴직을 배려받고 말이다. 물론 빅토리아 여왕이 공직자들에게 주었다던 1년간의 유급휴가는 아니지만 어쨋든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도 그녀는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목과는 조금 다른 그녀만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처음 책을 접했을 당시에는 사실 약간의 오해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목이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니만큼 아마도 셰익스피어의 고전들에 얽힌 그녀만의 테마 여행을 소개하는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더랬는데, 사실 책의 내용은 나의 예상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그녀는 그저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라는 단어를 자신을 찾는 진정한 자유의 시간이라는 의미로 재해석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녀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은 셰익스피어와는 관계가 없다. 그저 그녀 자신의 기억와 그녀의 이야기들로 때로는 아련하게 때로는 선명히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기억들, 혹은 자신에게만 뭔가 의미를 가지게 했던 한장의 사진이나 책 한권에 얽힌 기억들을 가지고 그녀는 그녀만의 여행을 만든다. 남들이 보면 별로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자신에게는 한없이 아름다운 기억의 연장선이 될 김경만의 테마여행을 만든 셈이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선택한 여행지는 사실 조금 생소한 곳들이 많다.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 작은 나라 몰타에서부터 이탈리아 여행이라면 마땅히 가야할 것 같은 나폴리가 아닌 카프리를 선택한다. 남들도 한번쯤 가보았을 것 같은 리스본을 선택할때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한번 가보고 싶었다는 이유 대신 자신만의 특별한 사연을 들어 그곳을 선택한다. 어디를 가든 자신의 기억이 있고, 어디를 선택했던 자신만이 가진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곳을 선택한 김경만의 테마여행은 그래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을 남은 여한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배려했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의 진정한 의미에 조금 더 가까워져 있었다.


마냥 부러운 그녀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을 읽으며 내내 그녀가 부러웠다. 세계 어디든 자신에게 의미를 주었던 책 한권의 기억을 더듬고, 뭔지 모를 신비함을 주었던 사진의 느낌을 받기 위해 발걸음을 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는 그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금전적인 여유가 필요할 것이고, 그 다음엔 그 것들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을 떠나있는 동안 나의 발목을 자꾸 잡아챌 의무나 구속도 물론 잠시 미뤄두어야 하고 말이다. 누구나 한번쯤 김경이라는 작가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처럼 자유로운 1년을 꿈꾸지만 대부분 그저 꿈으로 남겨두고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데에는 아마 그런 현실적 제약이 가장 큰 이유가 될테고, 이는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녀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 진정 부러웠던 이유는 이런 현실적인 제약들을 모두 감수하고라도 그녀만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그녀의 그 결단력과 용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녀 역시 회사를 정리할 각오까지 하고 계획한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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