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2주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에는 뭐가 있을까? 물론 개인마다 취향이 다른만큼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제시하는 기준도 수없이 많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가 부족한 때에 영화를 고르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마도 출연하는 배우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영화에 어떤 배우들이 어떠한 배역으로 출연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성격과 분위기가 조금은 보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영화는 어떨까? 남자 배우는 없고 여배우들만 있는 영화. 그것도 두세명도 아니고 6명. 모두가 한가닥씩 한다는 저마다의 위치가 확고한 배우들이 한 영화에 얼굴을 내민다면 말이다.

 

여배우들 - 개봉일 09.12.10


08년 12월 24일 대한민국의 각 세대를 대표하는 6명의 여배우들이 한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화보를 촬영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다. 보석보다 빛나는 여배우들이라는 컨셉으로 진행되는 이 화보의 촬영은 국내의 내노라 하는 여배우들을 한컷에 모두 담는다는 것으로 의미가 있는 잡지사에서도 획기적으로 진행된 기획이다. 약속한 시간 5시를 앞두고 시간을 잘못 알고 빨리 온 60대 여배우 윤여정부터 윤여정보다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나타난 50대 여배우 이미숙, 그리고 윤여정의 부름을 받고 당초 예상된 시간보다 빨리 오게 된 30대 후반의 배우 고현정, 한류스타로 국내외의 여러 국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30대 중초반의 최지우, 스타일리쉬한 매력과 스키니한 몸매로 단연 눈길을 끄는 20대 후반의 배우 김민희와 아직 어리지만 국내 유명감독의 실험작에 모습을 드러내며 주목을 받고 있는 20대 초반의 여배우 김옥빈이 그들이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찍게 될 화보보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는 사실이 더욱 강렬한 영화, 여배우들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배우들은 제작단계에서부터 꽤 많은 이야기들을 몰고 다녔다. 이름만 대면 모두 알만한 국내의 유명 여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도 눈길을 끌만한 사실인데 모두가 본인들의 실명 그대로 자신들의 모습을 그저 몰래카메라처럼 보여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모두가 호기심을 감출수 없었다고 해야할까? 게다가 영화가 마무리 되고 개봉전 홍보가 시작되면서 고현정과 최지우라는 비슷한 연배의 두 여배우가 영화내에서 정말 실제에 가까운 싸움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람들은 이 영화를 더욱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실제로 어땟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정말 재미가 있는 영화이다. 20분 간격으로 시간을 체크하며 영화는 보는 나에게 영화 상영내내 단 한번도 시계를 보지 않게한 영화이니, 그 재미는 말로 다해 무엇하겠는가. 게다가 모두가 자신들이 처한 실제의 상황과 그녀들이 가진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에 영화라기보단 그녀들이 하고 싶었던 마음 속 어떤 이야기를 몰래 듣는 기분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물론 여배우이기 이전에 여자인 사람들이고,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에 가까운 시기나 질투에 대한 이야기도 너무나 흥미진진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말이다. (고현정과 최지우의 싸움씬은 정말 재미있었다.ㅎ) 여자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 그리고 여배우이기 때문에 더욱 강렬한 그녀들만의 진실과 마음 속 이야기를 엿보고 싶다면 이 영화, 정말 재미있을것이다. 


 

내 친구의 사생활 - [개봉일] 08.10.09


남 부럽지 않은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메리와 나름의 커리어를 쌓아 잘나가는 직장여성으로서 자리를 굳힌 실비, 그리고 국내의 어떤 여자코미디언처럼 다산의 상징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여자 에디, 마지막으로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남자보단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 알렉스는 모두가 친한 친구사이이다. 어느날 손톱손질을 하러 샵에 들른 실비는 우연히 자신의 친구인 메리의 남편이 백화점의 판매원과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실비를 시작으로 그녀들 모두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 소문은 그녀들 사이에서 멈추지 않고 점점 가속도를 내며 퍼져가고 결국에는 신문에까지 그 사실이 기사화되기에 이르는데 사실 이 내용이 소문으로 퍼져나가는데에는 그 시작에 살짝의 비밀이 숨어있다.

 

내친구의 사생활은 여자들만 모여있는 모임에서 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아주 복잡하지만 정말 미묘한 사실들을 예리하게 콕 찝어낸 영화이다. 절친이라 말하면서도 서소를 질투하고, 서로의 슬픔을 나누지만 잘된다고 100% 좋아하지만은 못하는 조금은 치사하고 약간은 짜증스러운 여자들의 심리는 정말 정확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난 친구의 남편에 대한 소식을 접하자마자 메리의 친구들은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리냐 마느냐부터 바람난 그 여자를 어떻게 떼어낼 것인가까지 모두 시시콜콜 조언을 하지만 모든 조언에는 99%위안과 1%깨소금맛이 존재하고 이 작은 이율배반의 감정은 여성이 아니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왜 여자의 적은 여자이며, 여자들이 많은 곳은 정글보다 무서운지 알려주는 영화.

 

한동안 스크린에서 보기 힘들었던 맥 라이언(메리)과 아네트 베닝(실비)이 출연하고 윌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레즈비언인 알렉스를 다산의 상징 에디는 데브라 메싱이 메리의 남편과 바람난 백화점 판매원은 미스터 히치의 에바 맨데스가 출연한다.

 

 

섹스 앤 더 시티 - [개봉일] 08.06.05


시즌6으로 드라마의 끝을 알렸던 섹스 앤더 시티가 영화로 돌아왔다. 영화 섹스 앤더 시티는 케리와 빅의 결혼, 사만다와 스미스의 헐리웃 이사, 미란다와 스티브의 불화와, 샬롯의 입양과 임신이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시작한다. 시즌6에서 러시아 예술가인 알렉산더와 헤어진 후 오랜 시간 자신과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은 끈을 이어왔던 빅과의 진실한 사랑을 확인한 캐리는 그와의 결혼을 준비하고, 캐리의 결혼은 당초 계획했던 조촐한 언약식이 아닌 거대한 파티로 변하기 시작한다. 빅은 자신과 캐리가 아닌 캐리만의 파티가 되어가는 결혼을 불안하게 지켜보게 되고 이윽고 마음이 흔들리게 되는데..

 

영화가 제작될 당시 출연진 사이의 출연료 조정문제로 인해 사만다 역의 킴 캐트럴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영화가 제작되느냐 마느냐를 두고 한동안 이야기가 많았던 영화 섹스 앤더 시티. 오랜 시간동안 전 세계의 여성들이 내심 조금은 바랬던 자유롭고 진취적인 여성들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대리만족의 기쁨을 100%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의 뒷 이야기라도 할 수 있다. 모두 40대에 가까워지는 여성들의 모습(사만다는 40대가 넘었다)을 솔직담백하고 조금은 과정되게, 그래서 더욱 즐겁게 그림으로써 싱글 혹은 기혼의 여성들에게도 자신들의 인생이 존재하며 그 이후의 삶에서도 여자임을 발견하게 만드는, 그리고 그것이 결국 행복한 한 사람의 삶을 완성함을 보여주는 전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특히 많은 여성들이 이 영화에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각자 다른 개성의 사람들이 존재하듯, 그들의 행복의 모양도 모두가 다르고, 같은 모습의 행복으론 모두가 만족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자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30~40대의 흔들림 그리고 불안함과 욕망들을 솔직히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캐리역에는 사라 제시카 파커, 여성들이 특히 좋아했던 캐릭터인 사만다 역에는 내가 매번 미셸 파이퍼와 헷갈려했던 킴 캐트럴, 그리고 성공한 변호사인 미란다 역에는 신시아 닉슨과 가장 가정적이고 전형적인 여성상에 가까웠던 샬롯 역에는 크리스틴 데이비스가 출연한다. 그리고 영화 섹스 앤더 시티에는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가수 겸 연기자 제니퍼 허드슨이 캐리의 비서인 루이스 역을 맡아 즐거움을 한껏 더했다. O.S.T에서도 그녀의 파워풀한 노래를 만날 수 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 [개봉일] 98.10.03




성공한 디자인 회사 사장인 호정과 호텔 웨이트리스인 연 그리고 대학원에 다니며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순은 모두 친한 친구들이다. 각자 다른 성격과 각자 다른 이성을 향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모두가 이성이라는 문제에 대해 조금씩 차이를 보이며 접근하는데 호정은 너무나 자유분방한 나머지 대책이 서지 않을 정도이고, 연은 결혼을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남자친구가 있다. 이 둘 사이의 중간 위치쯤에 있는 순은 남자들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실제로는 남자친구도 없고 경험도 없는 다소 애매모호한 여자. 그녀들이 저녁식사를 위해 모여 그녀들만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영화가 바로 처녀들의 저녁식사이다.

 

벌써 10여년전에 개봉했던 영화라고 하기에는 소재부터 연출, 대사까지 모두가 파격에 파격을 거듭했던 영화가 바로 이 처녀들의 저녁식사이다. 성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화면과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던 섹스 앤더 시티의 첫 시즌이 바로 요맘때 시작을 했으니 아마도 그 시기가 전 세계적으로 성이라는 단어가, 특히 여자들의 성이라는 소재가 화두에 오르기 시작했던때가 아니었나 의심이 갈 정도인데 어쨋든 지금이나 당시나 영화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영화였음에는 분명했던 것 같다. 당시 대학에 입학했던 내가 처음으로 보았던 18금 영화이기도 하다.

 

요즘엔 비가 닌자 어쌔신으로 월드스타라는 수식어를 얻고 있지만 당시까진 월드스타라는 호칭은 바로 이 배우가 독식하다시피 했는데 그 이름도 유명한 강수연이 그녀이다. 강수연이 성공한 디자인 회사 사정 호정역을 호텔 웨이트리스인 연은 진희경인 대학원생 순의 역할은 김여진이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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