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수업 -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행복사회 시리즈
마르쿠스 베른센 지음, 오연호 편역 / 오마이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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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오연호가 직접 쓴 글은 아니다. 마르쿠스 베르센이라는 덴마크의 언론인이 쓴 것을 오연호가 기획. 편역했다. 이 책은 오연호의 전작이었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시리즈의 연속 편이라 보면 된다. 덴마크라는 거울을 통해서 우리 사회,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는 대체 왜 이런 시도를 하고 있을까?

대단한 지하자원이 있는 것도, 세계적 기업이 많은 것도, 엄청난 역사를 가진 것도 아니지만 덴마크는 어떻게 행복지수 1위의 나라가 되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시작한 오연호의 덴마크 탐구는 그들이 현재와 같은 사회를 만들게 된 데는 교육의 힘이 작용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물론 덴마크의 힘은 교육 외에도 정치, 사회,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나왔지만 저자가 직접 파고들어 눈으로 확인하고 실천 중인 교육 분야가 가장 먼저 눈에 띈 듯하다.

한국에서 교육을 논한다면 누구와 면담하면 될까? 대학의 교육학과 교수? 지역의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감? 학교를 운영하는 교장? 작금의 한국 현실에서 이들은 우리 교육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사회와 교육계에서 존경을 받는다. 그런데 교실에 있지 않은 그들이 교육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다. 최전선에 있는 교사들의 의견에 귀 기울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교육부의 정책에 대해 일선 교사들이 불만 많다는 것은 안다. 그만큼 한국의 교육계는 불신의 골이 깊고 서로 함께 하려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일까? 근래 들어서는 교육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덴마크인인 저자는 한국 사회를 잘 아는 이다. 한국의 문제점을 덴마크 교육과 교사들을 통해 조언한다. 이래라저래라 꼬집어 말하지는 않는다. 10여 명의 덴마크 교사들의 활동을 소개하며, 학생들이 자립적이며 사고하는 민주시민으로 자라도록 어떻게 교사가 지원하는지 안내한다. 사회와 역사의 풍토가 다르기 때문에 덴마크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덴마크 교사들이 조언하는 바는 힘이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삶을 위한 수업‘을 하라는 것이다. 즉 10대라는 개인이 어떻게 성숙된 시민으로 성장해 나갈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직업이 교사인 것이다. 여기에 나는 교장이라서, 곧 퇴직할 것이라서, 선배인데 하지 않는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나이와 경력에 관계없이 자신의 소신과 교육관을 그대로 실천한다. 교사가 1명뿐인 섬마을 학교 할머니 선생님도 예외는 아니다.

거울은 나를 비추는 도구지만 책은 거울의 그런 기능을 넘어 남을 통해 나를 보게 한다. 오연호의 시리즈들은 그런 힘들 가지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결코 가볍게 놓아 버릴 수 없다. 교사로서 인생 선배로서 무언가 하게끔 만드는 책들이기도 하다. <삶을 위한 수업>은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지만 그 주인공은 교사들일 수 있다.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주체가 교사이니. 하지만 누가 주인공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훌륭한 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교학상장의 힘을 믿는다.

오로지 좋은 성적과 좋은 대학 진학에만 매몰된 우리 한국 교육의 현실은 분명 정상적이지 못하다. 그것이 옳지 못한 줄 알면서도 우리는 소리 내 반대를 외치지도 못하고 교육개혁을 통해 더 비정상의 굴레에 갇히고 있다. 덴마크가 100점짜리 사회는 아니겠으나 우리가 변화를 꿈꾼다면 저들의 시도와 의식은 배울만하다고 여겨진다. 제발 교장 연수로 해외를 그만 나갔으면 좋겠다. 거기에 들어갈 시간과 돈으로 책을 사서 토론 활동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선진학교 견학을 수 십 년째 다니고 있지만 우리 교육계의 핵심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덴마크 어느 교장의 말처럼 한국에서는 10년이 넘도록 왜 아직도 견학 오는지 모르겠다는 핀잔은 듣지 말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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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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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여름 나기 - <바깥은 여름>을 읽고

사람살이는 예상 밖의 변수로 인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온전한 개인의 삶도 그렇거니와 그를 둘어싼 환경은 그 복잡성을 더한다. 그래서 어떤이는 청년의 미래를 함으로 예단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년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인생은 살만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그런 불안정성 때문에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여기 단편 모음집인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을 보라. 누구나 행복을 꿈꿨겠지만 극단적 상황에 내몰린 이들의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나는 이 책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잃은 부모, 자신의 분신인 애완견을 하늘로 보내는 아이, 이별을 통보해야 하는 연인, 사고로 남편을 잃은 어느 여인까지. 소설은 평범한 우리 이웃을 소개하는 듯하면서도 그들의 쓰린 내면을 극명히 드러낸다. 차마 이웃들은 알기 어려운, 아니 알아도 어찌할 수 없는 아픔을 지닌 그들을 소개하며 읽는 이들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래서일까? 제목이 ‘바깥은 여름‘이다. 지금 주인공들의 삶은 피폐하고 무너진 차가운 계절의 한가운데 있다. 하지만 바깥은 뜨거운 여름이다. 작가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불편한 마음 한가득 안아야만 책을 덮을 수 있다. 아니 우울감이 내면에 자리잡아야 책을 읽었다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김애란의 글은 그랬다.

<바깥은 여름>을 읽자니 정리되진 않지만 내안에 독서의 편린들을 남겼다. 첫째는 이 책이 죽음과 이별이라는 헤어짐을 다룬다는 점이다. 책 전체에 어떻게든 이별의 조각들이 들어있다. 특히 가족의. 남은자들에게는 혹독한 형벌을 안기는 그런 류의 이별들이다. 둘째, 김애란의 글에는 어린이들이 중심으로 등장할 때가 많다. 아이의 죽음이든 어떤 행위든. 어린 아들 잃은 엄마가 우연히 찾은 아이의 마지막 글씨(실은 ‘엄마아빠‘를 쓴 낙서다)는 어떤 의미를 던질까? 셋째, 이 소설 속 인물들은 무언가 결핍을 안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극적 상황에 내몰린 이들의 반응이기도 하겠으나 그 인물들 자체가 가진 결핍도 무시 못한다. 조손가정의 노찬성도 그랬고 다문화가정의 재이도 그랬다. 불안함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넷째, 김애란의 문체다. 이것은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대목이지 않을까 싶다. 감정의 묘사와 비유적 표현들은 이야!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남자 작가들에게서는 느끼기 어려운 예리하고 섬세한 표현은 그녀의 격을 한단계 높여준다.

<바깥은 여름>은 분명 좋은 글이다. 인간의 아픔과 고뇌를 잘 드러낸다. 가령 김훈이 거대한 담론을 지닌 글을 쓴다면 김애란은 한 개인의 내밀함을 잘 묘사한다. 그들은 대척점에 있는 듯하면서도 서로를 바라보게 한다. 좋은 글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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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우리와 덴마크의 현실은 상당히 다르다.
그들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배울 점은 많다.
그래도 이런 건 부럽구나.

덴마크의 부모들은 자식의 연봉이나 직장의 안전성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걸 걱정합니다.
내 아이가 열정을 가지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일을 과연 스스로 찾을 수 있을까?‘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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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의 글은 현실적이고, 세련되고, 군더더기가 없고, 차분하고, 예리하고, 몰입도가 높다. 적어도 독자인 내겐 그리 다가온다. 독후감은 천천히 쓰겠지만 오늘 이 말을 남기고 싶었다. 반면 애정하는 김훈 작가와는 문체가 확연히 다르다. 문학을 논할 수준은 못되지만 눈으로 둘 사이의 간극을 체험하는 맛도 즐겁다. 그렇지만 김애란의 글은 읽고나면 마음이 찜찜하다. 지금 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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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지?
미래에서 봄이 새다니.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뉴욕 한낮 기온도 십팔 도를 넘었다 했다. 여러모로 올겨울은 겨울 같지 않았다. 파이프에서 물이 새듯 미래에서 봄이새고 있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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