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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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글은 무거우면서도 우울하다. 적어도 우리 부부는 그리 느낀다. 아내는 김훈의 글을 읽노라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느낌이 난단다. 읽고나면 찾아오는 무기력감 때문에.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범법자 아빠를 생각하는 여주인공, 자폐아를 둔 안 실장, 겨울의 숲, 민통선 안의 배경들. 주인공을 둘러싼 환경마저도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대변하듯 불안하고 안타깝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김훈의 글이 재밌을까? 다행히 나는 아내만큼의 무기력감에 젖지는 않는다. 주인공들의 상황에 나를 대입해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는 일들을 독서 중에 같이 한다. 그래서일까? 소설을 무슨 인문학 책읽듯이 한다. 즉 진도가 안나간다. 이 책만도 일주일이 넘게 걸려 읽었으니까.

안 실장 아들의 자폐증이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 아린다. 학교에 가지 않고 친구를 멀리하며 자신의 세계 안에 몰입해 있는 자녀를 바라보는 자녀의 심정은 어떨까? 감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모 가슴은 충분히 아픈데...

김훈이 참 좋다. 책을 덮었지만 여전히 그의 글의 포로가 되어 여운이 머리와 가슴을 덮고 있다. 헤르만 헤세, 무라카미 하루키에 이어 나의 일부분이 만들어주는 작가다. 김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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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19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훈의 글은 천천히 읽어요. 천천히 읽을수록 더 좋은것 같아요. 읽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새록새록 더 좋아요....

knulp 2016-01-19 19:53   좋아요 0 | URL
그렇죠? 무언가 묵직한 힘을 주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다작을 하는 작가가 아니라 그의 글을 기다리기 쉽지 않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