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거짓말 - 삶의 진실은 영원히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남는다
프랑수아 누델만 지음, 문경자 옮김 / 낮은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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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삶과 이론을 통해 본 거짓말의 철학적 사유와 분석. 쉽게 읽히진 않지만 그걸 이겨낼 만큼 흥미롭다. 재밌기까지 하니 신기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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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는 아이 - 2022 경남독서한마당 선정도서, 2021 월간 책씨앗 선정도서, 2021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신학기 추천도서, 2021 읽어주기좋은책 선정도서 바람어린이책 12
심진규 지음, 장선환 그림 / 천개의바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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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강을 뛰어넘은 장쇠만큼, 비겁하고 유약한 개똥이에게도 마음이 간다. 우리는 모두 장쇠같은 영웅을 꿈꾸지만 현실은 개똥이와 닮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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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의 감성 - 이인증과 자아손실
다프네 시므온.제프리 아브겔 지음, 전혜진 옮김 / 까로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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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논문을 책의 껍데기만 씌워 출간한 모양새다. 서체와 자간이 가독성이 매우 떨어지고 띄어쓰기에 오류가 많다. 오탈자도 보인다. 번역은 서툴고 장황하다. 실수라고 하기엔 심각한 문제들이 많다. 이 글들은 번역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전문성이 매우 떨어져 신뢰할 수 없다. (하단 #바랍니다 4번 오류 수정 참고)

한마디로 내용이 아깝다.


이 책은 이인증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목차를 보면,

서문

1. 우리 자신이 낯설게 느껴질 때

2. 표현할 수 없는 것의 표현

3. 이해로 이르는 길 - 탐구의 역사

4. 이인성 장애 진단

5. 수수께끼 풀기 : 이인성 장애에 대한 임상 연구

6.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이인증

7. 공허감이 주는 쇼크

8. 이인증 약물 치료

9. 이인증 정신과 상담 치료

에필로그 : 비현실의 삶

자주 묻는 질문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1장부터 이인증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2장은 1장의 사례들을 더 구체적으로 담고 있으며, 질문과 답변을 통해 이인증의 특성과 발발, 타 질병과의 구분에 대해 설명한다(그러나 질문자와 답변자가 누구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다).

3장은 이인증의 정의가 100년에 가까운 역사에서 어떻게 진화되었는지 간략히 개괄한다.

4장에서는 이인증 척도 설문이 포함되어 자가 테스트가 가능하다. 그러나 테스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합산된 숫자에 따른 분류나 설명이 없다.

5장은 본격적으로 이인증의 발병 요인을 사례를 들어 해석하는데, 유전, 환경, 약물 등 다양한 경우로 세분화한다. 이어서 다른 정신 질환(우울증, 불안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과 연관성에 대해 논한다.

6장에서는 생물학적인 해석을 위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해부학적 내용이라 읽을수록 역자의 깜냥이 안된다는 생각만 들었다. 전문적인 부분에서는 애매하게 얼버무리며 넘어가는 느낌이 강했다(안타깝게도 이 책의 대부분의 문장이 그러하다). 그래서 매번 의학용어나 인명이 나올 때마다 이것이 적확한지 확인ㆍ대조해서 읽어야 했으며(안타깝게도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용어가 그러하다), 매 문장마다 이것이 맞는 말인지, 올바른 해석인지(insula를 섬뇌(p169)로 번역하는 것이 맞는지, 왜 감각 게이팅sensory gating(p174) 처럼 번역을 하다 만 게 많은지) 등등... 끊임없이 의구심이 들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6장은 언뜻 읽어보면 내용을 알 것 같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대로 된 의미를 풀어쓴 문장이 드물다. 

7장은 철학과 문학 작품에 등장한 이인증을 다룬다.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의 <아미엘의 일기>를 시작으로 올더스 헉슬리의 <지각의 문 -천국과 지옥>,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 및 보르헤스를 인용한다. 이인증의 대표적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사르트르의 <구토>와 카뮈의 <이방인>도 빼놓지 않는다.

8장과 9장은 이인증의 치료방법으로 약물과 상담을 다루고 있으며, 실제 내담자의 사례를 자세하게 담았다. 구체적인 사례 예시인 만큼 이인증에 대한 이해와 치료의 어려움, 약물과 상담 치료 조화의 필요성을 알 수 있다. 앞 장에서 다뤘던 내용을 요약ㆍ정리한 부분이라 볼 수 있다. 299쪽의 「이인증 경험의 "실체" 해석」과 에필로그는 이 책에서 가장 정리가 되어 있고 유익한 부분이었다.

마지막 장의 자주 묻는 질문은 제목 그대로다.


드디어 내 상태를 온전히 진단해 줄 책을 발견했다는 감격도 잠시, 곱절의 절망감이 찾아왔다.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번역과 오류들, 의미 불명의 문장들... 읽을수록 쓴웃음이 나왔다. 정말 끔찍했다.

이 책은 엄밀히 말해 내용면에서도 전문성이 깊지는 않다. 이인증이라는 낯선 질병에 대한 소개서이고 교양서적으로 분류되어 있다. 애초에 전문성을 너무 기대한 내 탓도 있지만, 함량 미달의 번역에 비한다면 나를 탓하는 건 지나친 자기 학대일 것이다.

이인증을 주제로 심도 있는 내용의 전문 서적들이 '전문적으로' 출간되길 바랄 따름이다.

한줄요약

이인증 환자 및 주변인이 아니라면 굳이(이하생략).

--

#바랍니다

1. 저자/역자 소개

책날개에 저자 및 역자 이력을 넣어 달라. 공신력 없는 인물의 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나는 아무리 평이 좋아도 본인의 이름(활동명)과 이력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역자의 글은 읽지 않는다(이 책이 예외였던 건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했기 때문. 그럼에도 읽은 까닭은 그만큼 절박했다는 의미다).

덧붙여 원서명 표기를 원한다.

2. 감수

전문가의 감수를 권한다. 강력히.

3. 용어 통일 및 설명

이인증(Depersonalization 탈 개인화) / 이인성 장애(Depersonalization Disorder DPD)

목차에는 이인성으로 표기하면서 한자나 원문 병기가 없다.

책 시작부터 여러 용어를 구분이 모호한 상태로 사용한다. 질병의 지칭은 대표 용어로 통일하되, 개별적 특성에 따른 용어와 부가 설명을 곁들여야 한다. 게다가 본문에 등장하는 이 명칭들 -이인증, 이인증 환자, 이인증을 앓는 사람, 이인증을 겪는 사람, 이인증 사람들... 정말 기가 막힌다.

아울러 언급된 학자들과 논문에 관한 부가적 내용은 각주나 미주로 덧붙여 설명해야 한다. (놀랍게도 이 책엔 단 하나의 각주도 없으며, 외래어 표기나 논문, 인용구에 대한 원문 및 규칙도 병기해 놓지 않았다. p217의 알제(Algiers : 알제리의 수도) 가 유일한 역자 주이다.)

4. 오류 수정

이 책은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으로 구분되어 있다. 책의 성격상 오류는 치명적이다.

p91 애들러와 정 Adler and Jung

아들러와 융도 모르고 번역을 했다고?!

미치고 환장하겠다. 수치심에 내가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다.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p92 프로이트의 이론 즉 id와 자아(ego), 초자아(superego)의 세 부분으로...

이드(id)는 왜 번역을 한했지? 모르는 건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도 되는 건가?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2222

p100 토치 박사는 "건강 염려증이나 전환신경증, 우울증과 같은 강박성 장애의 전형적인 경우에도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자아 집착이 철학자 조차도 '자아' 또는 '존재'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불편할 정도로 얼마나 비현실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쉽게 볼 수 있다."라고 썼다.

뭐라는지 설명 좀?

p132 궤테GOETHE

괴테를 이렇게 표기한 경우는 처음 본다.

읽기 싫다...

6장은 더 큰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라 일일이 언급하기 힘든 상태다. 의학용어 및 인명의 적확함에 의심이 들고 번역을 하다 말았다는 인상이 강하다. 오류고 뭐고 언급하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 같다.

5. 오탈자 수정

p49

그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네가 좌초한 일이야" 라고 한 후 그러한 행동을 했다.

○ 좌초(坐礁)

1. 배가 암초에 얹힘.

2. 곤경에 빠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자초(自招)

어떤 결과를 자기가 생기게 함. 또는 제 스스로 끌어들임.

좌초를 (굳이)쓰지 못할 것은 아니나(굳이? 왜???) 문맥상 자초가 적절해 보인다. 좌초로 쓰려면 '나는 좌초된 상태였다'가 어법상 맞겠지.

p132 과점에서→ 과정에서

p134 ...평가 툴과→ 평가 도구와

p143 2틀→ 이틀

p166 템플릿, p177 모드...

... 왜 이런 건 번역을 안 해요?

언급하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 같다...

p309 부모를 읽었고→ 잃었고

근데 이건 너무 심해서;;;

6. 가독성

서체, 자간, 행간 모든 게 엉망진창.

인용문, 실제 사례, 사례자에 대한 질답, 자가 진단 등 내용에 따른 서체의 활용이 필요하다.

증상을 설명하다 뜬금없이 사례로 넘어가고 이어서 또 뜬금없이 질답이 나오는 건 부자연스럽다. 최소한 질문자와 답변자가 누구인지 명시할 필요가 있으며, 내용 또한 그 성격에 맞춰 서체와 크기 등으로 구분해서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읽다 보니 실제 질답이었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의문형의 문장을 저렇게 번역한 것은 아닐까.)

7. 만듦새

앞에서 구구절절 읊어댔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DPD 대표 웹사이트

https://depersonalization.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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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01 1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럴수가 ㅜ.ㅜ애들러 정 궤데 이건 초딩 수준 편집?번역? 돌씨님 저 지금 항의 하러 갑니다 ~~@@@

dollC 2021-09-01 12:04   좋아요 3 | URL
너무 황당해서 화도 안나고요... 기운이 쪽 빠졌어요ㅜㅜㅜ

새파랑 2021-09-01 1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별 한개 주신 이유가 있네요 ㅡㅡ 저도 이 글 보고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 읽으시면서 화나셨을듯 합니다🙄

dollC 2021-09-01 14:07   좋아요 2 | URL
너무 필요한 책이었는데 실망이 커요. 기운이 쏙 빠진 관계로 저녁은 치킨입니다^^ㅋ

붕붕툐툐 2021-09-01 22: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돌씨님은 진짜 화가 나셨겠는데 궤테 너무 웃겨서 빵터졌어요!ㅋㅋㅋㅋㅋㅋㅋ상상도 못했네요. 이건 뭐 거의 번역기를 돌린 수준~ 근데 저 이인증 처음 들어봐요~ 호기심 발동!!!!

dollC 2021-09-02 00:25   좋아요 0 | URL
정궤테 콤보에 정신을 못차리겠어요ㅎㅎ
붕붕툐툐님, 호기심은 고양이... 가 아니라 시간과 통장잔고를 죽일 수 있습니다ㅋ 구글링 추천드려요😅

wkdskfk0301 2022-05-30 2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인증 때문에 힘들어하던 중 이 책을 발견해서 읽다가 오탈자가 너무 많고 이상하다고 느꼈었는데 저만 이상하게 느낀게 아니었네요 ㅠㅜ

dollC 2022-05-30 23:50   좋아요 0 | URL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이인증 환자와 주변인들에게 몇 배의 절망을 주는 책입니다. 제대로 된 번역서가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저는 제 진단명을 알았다는 사실로 만족할 따름이에요ㅜㅜ
 
비현실의 감성 - 이인증과 자아손실
다프네 시므온.제프리 아브겔 지음, 전혜진 옮김 / 까로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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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쪽 ‘애들러와 정 Adler and Jung‘ -아들러와 융도 모르고 번역을 했다고??? 서툴고 엉망인 글은 번역이라고 하기 힘들고 해당 분야에 대해 전문성이 매우 부족하다. 감수는 커녕 저자/역자 이력도 없는 이 책을 뭘 믿고 계속 읽어야 할까? 정식 출판물이 맞는지 의심이 자꾸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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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30 0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럴수가 아들러와 융을 이렇게 표기를 ㅋㅋㅋ 돌씨님 100자평 애둘러 별 한개 ! 번역가 만큼 편집자가 검토를 안한 것 같습니다!

dollC 2021-08-30 01:26   좋아요 3 | URL
처음 발견했을 때 너무 충격이라 하루종일 아무 책도 못 읽었어요ㄷㄷ(머릿속이 자꾸 융융거려서ㅋ;)
지금 꾸역꾸역 읽고는 있는데요, 저것이 문제가 아니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30 07: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 심리학 입문 ㅋㅋㅋㅋㅋㅋㅋ감수자라도 붙이지 그랬니 출판사야...

dollC 2021-08-30 10:32   좋아요 3 | URL
융을 융이라 부르지 못하고... 왜 수치심은 독자의 몫인가요ㅋㅜ
 

우리는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꽤 오랜 기간 동안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흔히 수학, 과학을 배우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굳이 수학과 과학을 배우는 이유는 이성과 논리에 따라 판단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함이다. 물론 대부분 그런 과학적인 사고체계는 졸업장 속에 남겨두고 나온다.
그래서 고등교육 과정을 마쳤음에도 우리는 미신과 우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오류와 맹신의 순교자 역할을마다하지 않는다.
논리와 이성의 천적은 부조리가 아니라 욕심이다. 아쉽게도 우리의 주성분은 욕심, 욕망, 욕정이다. 우리는 ‘욕심‘이라는 거친 바다 위를 구멍 뚫린 ‘합리‘라는 배를 타고 가는 불안한 존재들이다. 마땅히 쉼 없이 구멍을 메우고 차오르는 욕심을 퍼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욕심이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허세를 부린다. 그래서 우리는 욕심으로부터 논리와이성을 지켜내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 P72

선의는 자신이 베풀어야 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바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기도 마찬가지다. 사기꾼은 없는 사람, 약한 사람, 힘든 사람,타인의 선의를 근거 없이 믿는 사람들을 노린다. 이것이 사기의 서글픈 두 번째 공식이다. 그러니 설마 자기같이 어려운 사람을 등쳐먹겠느냐고 안심하지 마시라.
- P98

사람들은 늘 진실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분노할 대상이 필요한 것뿐이다. 그래서 언론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보다는 대부분 흥밋거리에 집착한다. 위기관리 전문가 에릭 데젠홀 Eric Dezenhall은 이렇게 말했다. "뉴스 매체는 걸코 타락할 수없는 공명정대한 존재가 아니라 진실과 아무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상처 입히려는 강한 욕구를 가진 영리 기업일 뿐이다."
- P185

모든 현상에는 이면과 원인이 있다. 대개 여러 개의 원인들이 경합하며, 그것들이 화학적인 결합을 하여 전혀 예상치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현상에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인터넷 댓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을 찾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무척 어려운 과학적 추론이 필요하며 자신은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실패에 대한 인식이다. 원인을 찾아내는 것보다 자신이 틀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말은 정말 받아들이기 어렵고 대부분 사람을 무시한다는 반감만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죽었다.
- P291

현재처럼 판사 검사 · 변호사들이 마치 신과 같은 위치에 군림하면서 원인과 책임을 결정하는 구조를 앞으로 이 사회가 계속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의 법 체제는 계몽주의와 모더니즘의 적자인데, 그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전문화‘이다. 지금까지는 일정 수준의 안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특정 분야는 전문가가 다루어야 한다고 여겨왔다. 그래서 정부가 주관하는 시험이나 관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국가가 전문성을 보증해주고 일정 분야를 전담 독점하게 하는 시스템으로 이를 유지시켰다. 법률가 시장도 그런 논리에 따라 진입장벽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인지는 의문이다. 전문화로는 더 이상 포착할 수 없는 세상의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 P324

법률가들의 비판 중에는, 과학기술은 소수가 독점하기때문에 기본적으로 비민주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소수가 독점하기 때문에 비민주적이라고 한다면 법조야말로 가장 비민주적이지 않은가? 법률시장만큼 소수가 독점하는 분야도 없다. 법률 제도가 정치, 사회, 종교 등 다른 제도들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고유한 교육 시스템에 따라 제한적으로 양성된 전문 집단에 의해 배타적으로 해석·진행·집행된다는 점이다. 법률가들은 이를 두고 법률 제도의 보편성과 통일성을 지켜주는 수단이라고 주장하나, 보편적이고 통일된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이것들은 법조를 철저하게 독자논리와 내적고유논리에 대한 충성심으로 결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봐야 할 것이다.
- P337

또 우리나라 정치꾼은 조직폭력배와 유사하다. 혼자 다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늘 떼로 몰려다니는데, 고향이나 출신지에 따라 모이며 주로 검은 차나 승합차를 타고 다닌다. 조직의 이름은 주로 모이는 곳이나 오야지가 사는 동네, 그게아니면 오야지의 이름이나 별칭을 따서 만든다. 하는 일은 주로 모여서 같이 밥을 먹는 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대개 ‘식구‘라고 부른다. 주변에서 계보를 만들어주는데 당사자는 그 계파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나 사실인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계파 구분도 모호해져서 ‘범00‘ 혹은 ‘친00‘으로 불린다. 이권 앞에서 그나마 의리도 사라진 거다. 그들은 서열이 확실하고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만 벌이는 좋고 세금은 안 낸다.

또 갈등과 분쟁을 사랑하기에 늘 그런 자리에 나타나며 주변사람들의 염원과 달리 그런 상황을 키우는 데 천부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범죄를 저지르면 늘 자신은 모르는 일이며 아랫사람이 몰래 한 짓이라고 변명하는 것도 조폭과 다를 바 없다. 교도소를 다녀와야 대접을 받고 난동을 부려야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친다. 자주는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완력과 힘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종교 행사에도 자주 참석하고 영화나 드라마에도 자주 출몰한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국민들은 욕하면서 늘 열심히 본다. 막장드라마 시청률이 높은 것과 유사하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정치꾼과 달리 조폭은 암묵적인 정년도 있고 여자들은 가담하지 않는다. 정치는 세상을 좋게 만드는 데 유용하지 않은 도구이지만, 세상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에 그보다 더 효율적인 도구도 없다. 정치인들부터 솔선해서 공천 청탁을 위해 보스나 계파를 만드는데, 법하나만으로 공정과 청탁 해소가 가능할까?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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